
= 픽사베이
[이코리아] 세계 주요국에서 구글, 애플, 메타 등 글로벌 기술 기업의 독점적 행태를 견제하는 가운데, 미국은 이를 비관세 장벽으로 간주하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술 기업이 해외에서 불공정한 규제를 받지 않도록 보호하겠다고 밝히며 한국, EU, 일본 등 주요국의 디지털 규제에 대해 보복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세계 주요국의 빅테크 규제 방향이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의 위협에도 EU(유럽연합)는 규제를 이어가고 있다. 19일 EU 집행위는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의 디지털시장법(DMA) 위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디지털시장법은 ‘디지털 서비스법(DSA)’과 함께 EU가 시행중인 양대 빅테크 규제 법안으로, 디지털 시장법은 거대 플랫폼 기업의 시장 독점과 지배력 남용을 제한하는데 초점을 맞췄으며 디지털 서비스법은 대형 플랫폼의 허위정보 차단 의무 부과 골자로 한다.
집행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구글은 자사 서비스 우대 및 앱스토어 정책이 도마에 올랐다. 구글이 검색 엔진에서 타사의 서비스보다 자사의 서비스를 우선 노출시켰으며, 구글플레이 앱스토어에서 앱 개발자의 외부 결제 유도를 차단했다는 것이다. EU는 이를 디지털시장법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간주하고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또 애플의 경우 iOS 생태계의 폐쇄성을 문제삼았다. EU 집행위는 애플이 타사의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헤드폰 등 기기가 iOS 운영 체제에서도 작동될 수 있도록 상호 운용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통보했으며, 이를 위반하면 막대한 과징금이 부과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구글과 애플은 즉각 EU의 조치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구글은 대변인을 통해 "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라 특정 유형의 검색 결과를 표시하는 방법을 변경해야 하며, 그렇게 되면 이용자들이 원하는 것을 찾기가 더 어려워지고 유럽 기업의 트래픽이 줄어들 것이다."라고 우려했으며 애플은 "EU가 내린 결정은 우리를 번잡한 절차에 가두어 유럽 사용자를 위한 애플의 혁신을 늦추고, 다른 기업에 새로운 기능을 무료로 제공하도록 강요한다."라고 반발했다.
EU의 이어지는 빅테크 규제에 미국과 유럽의 무역전쟁이 격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폴리티코는 이번 결정에 대해 "EU 집행위원회는 수요일 애플과 구글이 EU의 디지털시장법(DMA)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라며 이번 판결은 트럼프 행정부의 반발을 감수해서라도 EU가 빅테크 규제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다만, EU 집행위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긴장을 지나치게 고조시키지 않기 위해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모습 역시 보이고 있다. 테레사 리베라 EU 집행위 수석부위원장은 "이번 결정은 단순히 법을 집행하는 과정일 뿐"이라며 정치적 의도가 없음을 강조했다. 또 EU는 이번 발표와 관련한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지 않았으며, 최근 몇 주간 미국과의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디지털 규제 관련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한편, 워싱턴 기반 싱크탱크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의 경쟁 정책 전문가 조셉 반 코니글리오는 "미국 정부 내에서도 빅테크 규제에 대한 논쟁이 있지만, 무역 정책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DMA를 ‘해외 갈취(Overseas Extortion)’로 간주하는 보다 강경한 입장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일본 역시 대형 플랫폼 규제를 두고 미국과 갈등하고 있다. 일본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구글 등 대형 IT 기업의 독점을 방지하기 위해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경쟁 촉진법(스마트폰 신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유럽의 디지털시장법을 본따 만들었으며, 앱스토어에서 타 기업을 배제하거나 자사 서비스 우대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일본 내 매출액의 20%를 과징금으로 부과한다.
미국 상공회의소 일본 지부(ACCJ)는 이 법이 미국 기업을 겨냥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닛케이 등 일본언론은 미국의 압박이 들어올 경우, 올해 시행될 예정이던 스마트폰 신법의 시행이 뒤로 밀릴 수도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국회에서는 쿠팡과 애플, 구글플레이 같은 대형 온라인 플랫폼의 자사우대, 끼워팔기 등 불공정 행위를 막기 위한 대형 플랫폼 규제 법안이 계류되어 있는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한국의 플랫폼 규제가 자국 빅테크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하며 지속적으로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상공회의소,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 등 경제 단체들은 한국 플랫폼법에 공개적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미국 공화당에서 미국의 기업이 규제로 피해를 볼 경우 미국 정부가 대응에 나서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등 정치권에서도 이를 관심깊게 지켜보고 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플랫폼법과 관련해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통상환경 변화가 종합적으로 고려될 수 있도록 국회와 논의하겠다."며 “국익 관점에서 통상 문제로 발전하지 않도록 적절히 대응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현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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