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서울 강남구 발란 본사가 있는 공유오피스 로비에 '발란 전 인원 재택 근무'라고 적힌 안내문이 게시된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홈플러스에 이어 발란까지 기업회생(법정관리)을 신청하면서 유통업계에 미정산 우려가 퍼지고 있다. 제2의 티메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감도는 가운데,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명품 온라인플랫폼 발란은 31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발란은 지난 24일 일부 입점업체에 대한 정산금 지급이 지연되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발란은 정산오류가 발생해 정산금 지급을 미뤘다며 28일까지 정산 재개 일정을 공지하겠다고 밝혔으나, 결국 법정관리 수순을 밟게 됐다.
발란이 기업회생을 신청하게 되면서 유통업계의 위기감도 점차 고조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입점·납품업체에 대한 정산금 지급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피해가 크게 확산될 위험도 있다.
이달 초 기업회생을 신청한 홈플러스의 경우 지난 28일 기준 총 5550억원의 상거래채권을 지급했지만, 일부 입점업체가 아직 1월분 정산금을 지급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3월 첫 영업일인 지난 4일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정산금 지급이 미뤄진 것. 홈플러스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금융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진 만큼, 2월분 지급 일정 또한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유통시장의 위기가 제2의 티메프 사태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발생한 미정산 사태로 국내 온라인 쇼핑몰 티몬·위메프 등이 미지급한 정산금은 총 1.3조원, 피해업체는 4만8124개에 달한다. 이들 업체는 정산금 지급을 두 달 넘게 미루면서 이를 운영·인수자금으로 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체의 방만한 경영으로 인해 소상공인들이 강제로 미정산 리스크를 짊어지게 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산기한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티메프 사태가 발생한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는 중개수익 100억원 이상 또는 중개거래 규모 1000억원 이상인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이커머스)의 정산기한을 20일 이내로 규정한 유통업법 개정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현행법은 입점·납품업체 보호를 위해 대규모 유통업자가 판매마감일 기준 40일, (직매입시) 상품수령일 기준 60일 이내에 판매 대금을 지급하도록 정산기한을 규정했다. 하지만 이커머스의 경우 해당 법률의 적용을 받지 않아 정산기한이 플랫폼마다 제각각인 상태였다. 티몬과 위메프의 경우 매출 발생 후 대금을 지급하는 데 약 70일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등 ‘유통 공룡’의 정산기한을 기존보다 단축하는 내용의 법안도 발의됐다.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6일 대규모 유통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해당 개정안은 대규모 유통업자의 정산기한을 기존보다 최대 55일 앞당기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법은 대규모 유통업자가 납품업자 등에게 ▲특약매입 등의 경우 월 판매 마감일부터 40일 이내 ▲직매입 거래의 경우 상품수령일로부터 60일 이내에 대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납품 이후 최장 70일 동안 대금수급이 지연될 수 있어 납품업자가 자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법정관리 중인 홈플러스의 경우, 정산주기가 약 50일로 약 20~30일 수준인 이마트·롯데마트에 비해 2배가량 길었다.
개정안은 특약매입거래·매장임대차·위수탁매입거래 시 판매대금 지급기한을 월 판매 마감일로부터 20일 이내로, 직매입거래 상품대금 지급기한은 상품수령일로부터 40일 이내로 단축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자산총액 및 매출액 규모를 기준으로 영세한 납품업자에게는 15일 이내로 대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한편, 발란 창업자인 최형록 대표는 지난 28일 “이번 주 안에 실행안을 확정하고, 다음 주에는 여러분을 직접 찾아뵙고 그간의 경위와 향후 계획에 대해 투명하게 설명드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으나, 결국 지급 재개 일정을 발표하지 않고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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