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일제가 도입된 지난 2004년 이후 약 20년 만에 대기업을 중심으로 주 4일제 도입이 본격화되고 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22일부터 철강업계 최초로 격주 주4일제 근무제로 전환한다.
포스코 직원들은 현재 주 평균 40시간을 근무하는데, 격주 주 4일제 적용 시 2주 동안 하루 1시간 이상 추가로 일해 80시간의 근무량을 채우면 2주 차 금요일에 쉴 수 있게 된다. 또 일부 직원들은 시간선택제에 따라 출퇴근 시간을 다소 조정할 수 있다.
포스코는 직원들이 격주마다 생기는 연휴를 활용해 다양한 자기계발 활동을 펼치면 업무 집중도와 창의성, 생산성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이번 격주 주 4일 근무제도 시행을 통해 ‘자율과 책임’ 중심의 일하는 방식을 정착시키고 직원들이 행복한 일터를 조성하기 위해 조직문화를 혁신해 나갈 예정이다.
이 밖에도 포스코는 조직 구성원이 유연한 근무여건 속에서 업무에 몰입하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거점 오피스를 활용한 원격 근무제를 활성화했으며 복장도 직원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22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지난해 임단협에서 결정된 사항을 이행하는 것”이라면서 “2018년부터 상주 직원들 스스로 가장 효율적인 업무 시간대를 정해 일할 수 있도록 한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시행해왔고, 그걸 확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필수조항이던 하루 4시간 근무 조항도 사라졌는데, 격주 주 4일제의 자율제도가 자리를 잘 잡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포스코그룹에서 가장 규모가 큰 포스코가 처음으로 주 4일제를 도입하면서 나머지 포스코그룹 계열사들도 주 4일제로 바꾸는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CJ ENM 등 일부 기업들은 월 1회에 한해 이미 주 4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나 토스 등 IT 기업들도 부분적으로 주 4일제나 주 4.5일제를 채택하고 있어 업계 전반으로 이 같은 흐름이 현실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주 4.5일제를 도입한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법안을 발의했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경우 2020년 5월부터 자신의 보좌진들을 대상으로 시범 실시 중이다. 또 조정훈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2020년 12월 '주 4일제 돌아보기'세미나 시리즈를 시작하며 정치권에서 논의를 했고, 주4일제 홈페이지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해외 사례는 어떨까.
실제로 북미, 유럽 등지에서는 근무시간을 조정하여 금요일 오전 퇴근을 하는 4.5일제 근무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벨기에의 경우 2022년 2월 15일에 주 4일제를 공식적으로 도입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서유럽에서는 주 4일제가 보편적인 형태였기에 2022년에는 이를 임금 삭감 없이 선택할 수 있도록 법제화한 것에 가깝다.
일본 정부의 2021년 연간 경제 정책 지침에는 기업이 직원들에게 주 4일 근무, 더 나아가 주말 3일 근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권고안이 포함됐다. 일본 자민당 정치인이자 경제학자인 이노구치 쿠니코가 제안을 주도했다. 현재 은행 대기업인 미즈호와 기술 회사인 크로스 리버를 포함한 일본의 몇몇 회사들이 주 4일 근무제를 영구적으로 시행 중이다.
주4일제는 번아웃과 싸우고 직원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업들에게 중요한 정책적 고려 사항이 되고 있다. 지난해 페이스케일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주4일 근무 혜택을 제공하는 기업비율이 2022년 기준 처음으로 10% 가까이에 도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주 4일제 도입으로 실제로 작업과 업무 능률이 올라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해 2월 미국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AM)에 따르면 영국에서 6개월 동안 60여개 기업이 주4일제 근무를 시행한 결과 남성 직원들의 자녀를 돌보는 시간이 3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 6월부터 12월까지 6개월 동안 진행되었으며 총 61개의 영국 기업과 약 2,900명의 직원이 참여한 주 4일 근무 시험의 최근 보고된 결과다. 참여한 61개 회사 중 56개 회사가 시험 기간을 연장했으며, 18개 회사는 그 결과로 4일 근무제를 영구적으로 만들었다.
연구 전후에 실시된 직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원의 39%는 스트레스가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40%는 더 나은 수면을 보였다고 보고했고, 54%는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더 쉽다고 말했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동일한 급여로 5일이 아닌 4일을 근무하는 것은 회사의 생산성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직원들의 복지 향상으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회적인 관점에서도 근무 시간이 적다는 것은 자동차와 대중 교통으로 가는 여정이 더 적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것은 대기로 가는 배출과 오염이 더 적어진다는 것을 뜻한다”면서 “혼잡을 줄이기 위해 도로망을 최적화하는 것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생산성 증가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짚었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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