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입성을 선언한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상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사법리스크를 털어내면서 기업공개(IPO) 추진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5부(서승렬·안승훈·최문수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 이사회 의장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의장은 지난 2018년 김병건 BK메디컬그룹 회장에게 빗썸(BXA)코인을 상장한다고 속이고 계약금 1억 달러(당시 약 1100억원)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1월 열린 1심에서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사기죄로 보기 어렵다며 이 전 의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 또한 “이 전 의장이 코인 상장 확약과 관련한 기망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1심 판단은 타당하다”며 “일부 과장된 진술, 고지의무 위반 등 사정은 민사상 책임에서 일부 고려될 수 있으나 계약 체결 자체를 형사상 사기죄로 평가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 전 의장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빗썸의 IPO 추진 또한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빗썸은 지난해 11월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오픈 경영’을 선포하며 주식시장 상장 추진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빗썸은 “고객들의 투자와 자산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국내외 법령을 준수하여 IPO를 추진해 회사의 투명성을 강화하고자 한다”라며 “자본시장의 엄격한 규제와 감시를 통해, 그 동안 제기되었던 회사 경영의 투명성을 검증받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이 전 의장의 사법리스크는 빗썸 상장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혀왔다. 빗썸은 이미 암호화폐 상장 청탁 대가로 현금 30억원과 4억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상준 전 빗썸홀딩스 대표를 해임하며 이사회에서 제외한 바 있다.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고 상장 전 사법리스크를 해소하려는 조치였지만, 사기 혐의를 받는 이 전 의장을 복귀시키면서 달라진 것이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하지만 이 전 의장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으며 빗썸의 IPO 추진에 걸림돌이 사라지게 됐다. 이미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한 빗썸은 오는 2025년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상장 전 실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빗썸은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 6억5456만원, 당기순손실 106억1647만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매출은 324억1201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나 감소했다.
빗썸의 실적이 반토막 난 이유로는 수수료 무료화 정책이 꼽힌다. 빗썸은 지난해 8월부터 빗썸에서 거래되는 일부 가상자산에 대해 수수료 무료화를 적용했다. 업비트가 장악한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암호화폐 시황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빗썸의 지난 24시간 기준 거래량은 10억1026만 달러로 국내 5대 거래소 전체 거래량의 38%를 차지한다. 이는 업비트(15억92만 달러, 56.5%)보다 18.5%포인트 낮은 수치다. 업비트가 80~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국내 가상자산 시장을 거의 독점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격차가 크게 좁혀진 셈이다. 실제 빗썸은 지난달 27일 시장 점유율 50.3%를 기록하며 반짝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상자산 거래소의 주 수입원은 거래수수료인 만큼 매출은 급감할 수밖에 없다. 빗썸은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모든 가상자산에 대한 수수료 전면 무료화 정책을 시행 중이다. 일부 무료화를 시행한 3분기 매출이 반토막이 났다면 전면 무료화를 시행한 4분기 매출은 사실상 ‘제로’(0) 수준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 실제 빗썸의 2022년도 매출액 3201억원 중 수수료 수입(3200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99.9% 이상이었다.
코스닥 상장을 위해서는 ▲최근 사업연도 말 ROE 10% 이상 ▲최근 사업연도 당기순이익 20억원 이상 ▲최근 사업연도 매출액 100억원 이상 및 기준시가총액 300억원 이상 등 세 가지 조건 중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빗썸이 현재의 수수료 전면 무료화 정책을 장기간 지속한다면 상장 조건을 충족하기는 어렵다.
빗썸 앞에는 수수료 무료화 정책을 중단해 매출을 회복하면서도, 그동안 끌어올린 점유율을 유지해야 한다는 두 가지 과제가 놓여있게 됐다. 빗썸이 실적 회복과 점유율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주식시장에 성공적으로 입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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