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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행동주의펀드 공격 빌미 된 KT&G 사외이사 전문성 부재 논란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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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T&G]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가 KT&G를 상대로 1조원의 소송을 제기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계 행동주의 펀드인 플래시라이트파트너스(FCP)는 지난 10일 KT&G 감사위원회 위원장 앞으로 소제기 청구서를 보냈다. 전·현직 사장이 자사주 1085만 주를 경영권 유지에 활용하는 동안 사외이사들이 감시 의무를 소홀히 해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는 이유다.

 

지난해 3월 사외이사 선임 당시에도 행동주의펀드들은 사외이사의 전문성에 대한 지적을 해왔었다. 당시 안다자산운용은 “KT&G는 담배 부문 및 건강기능부문에서 86%가 넘는 매출이 발생하고 있으므로 회사의 장기적 성장을 위해서는 사업특성에 맞는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가 필요하다”며 보건의료·노동·법률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후보와 경영상 투명성 및 지배구조의 건전성 확보에 기여할 수 있는 후보를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FCP 역시 마케팅 및 전략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후보인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대표와 황우진 전 푸르덴셜생명보험 대표를 추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KT&G는 2001년부터 조금씩 자사주를 매입한 뒤 이사회 결의를 거쳐 백 복인사장과 민영진 전 사장 등 KT&G 전현직 임직원이 몸담은 재단·기금에 무상 증여해 최대주주(작년 3분기 말 기준 9.6%)로 만들었다.

 

FCP는 “민영진 전 사장과 백복인 현 사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KT&G 복지재단, KT&G 장학재단 등 각종 재단에 회사 주식을 공짜로 넘겨 주총 때마다 표를 몰아주고 있다. 재단의 지분율은 무려 11%로 국민연금보다 높아 실질적인 최대주주로 볼 수 있다”며 소각 또는 매각을 통해 주주 가치를 높이는 데 써야 할 자사주를 재단·기금에 증여하는 방식으로 KT&G 사장의 경영권 강화에 썼다고 주장하고 있다.

 

KT&G 감사위원회는  다음달 10일까지 FCP가 지목한 백복인 KT&G 사장 등 전현직 사내외 이사 21명에 대해 회사 차원에서 배상금 청구 소송을 진행할지 결정해야 한다. 

 

KT&G 감사위원회가 전현직 사내외 이사를 상대로 소송하지 않으면 FCP가 주주 대표 소송을 제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가액은 1085만 주를 지난 9일 종가(주당 9만600원)로 환산한 금액이다.

 

전문가들은 KT&G 이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사외이사의 전문성 부재를 꼽는다. 김규식 전 기업지배구조포럼 대표는 “KT&G 사외이사 경력을 보면 다른 이유로 선임한 것 같다”며 “광고가 금지된 회사가 광고대행사 대표를 뽑은 게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

 

전문성이 떨어지다 보니 KT&G 사외이사들은 이사회에 문제가 있는 안건이 올라와도 걸러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된 1조5000억원 규모의 ‘미국 공탁금(에스크로) 몰취 위기’가 이에 해당한다. 업계 관계자는 “2021년 12월 KT&G 이사회에 미국 법인의 궐련 제품 잠정 판매 중단 안건이 올라왔을 때, 에스크로로 걸어놓은 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을 지적한 사외이사는 한 명도 없었다”고 했다.

 

비전문가로 구성된 사외이사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금융당국도 지적한 바 있다. 지난 5월 금융감독원은 “NH농협생명에 대해 비전문가들로 구성된 경영진과 이사회의 위험성에 대해 대부분의 이사가 보험업 관련 경력이 없거나 미흡한 수준이므로 향후 보험업경력 등을 고려해 이사회를 구성하는 등 이사회의 전문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의 해법으로 ‘이사회 자체 기능 강화’를 제시한다. 고려대 경영학과 박경서 교수는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박 교수는 “선진국은 우리나라보다 소유분산기업이 더 많지만 잡음이 별로 없다”며. “이유는 의사결정이 이사회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이 이사회가 합리성이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유분산기업의 경영진이 자신들을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를 선발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사외이사도 경영진에 종속되곤 한다.”며 “사외이사가 감시에 소홀하더라도 사법부에선 잘 처벌하지 않다보니, 사외이사가 경영진의 눈치를 더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 박주근 대표는 경영진이 잘못된 경영을 했을 때 사외이사도 함께 처벌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미국에선 2001년 ‘엔론 사태(미국 천연가스 기업 엔론에서 벌어진 대형 분식회계 사건)’가 발생하자 이와 관련된 경영인은 물론 사외이사까지 강력히 처벌했다”며 “사외이사 제도를 강화하면 정부 개입 없이 이사회만으로도 방만 경영을 방지할 수 있고, 관치와 참호 문제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코리아>는 KT&G측에 ‘전·현직 임직원의 자사주 편법 활용’여부와 비전문가로 구성된 사외이사진에 대한 논란에 대해 회사측의 입장을 물었다. KT&G 관계자는 자사주 편법 활용에 대해 “회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공익법인과 근로자의 복리후생 증진 목적으로 자사주 일부를 출연했다. 출연 당시 이사회는 관련 법령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 관련 안건을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사외이사의 전문성 부재 논란에 대해선 KT&G 관계자는 “회사의 사외이사는 기업의 대표 및 임원 경력을 보유한 경영전문가 4명, 법률 전문가 1명, 회계 전문가 1명으로 글로벌, ESG등 기업 경영에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서의 충분한 실무 경험과 전문성을 보유한 6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담배사업은 관계 법령에서 정한 엄격한 방식에 따라 광고를 집행해야하는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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