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트인 가구업체들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담합을 통해 발주한 사업이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져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공정위가 지난 7일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빌트인 가구 입찰에서 담합한 31개 가구 제조‧판매업체에 과징금 총 931억2000만원과 시정명령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들 업체의 담합은 24개 건설사가 발주한 738건의 가구 구매 입찰에서 이뤄졌다. 신축 아파트‧오피스텔 분양 전 싱크대, 붙박이장과 같은 빌트인 가구 설치 업체를 입찰로 정하는데 사전 공모를 통해 입찰 가격을 공유한 혐의다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건설 경기가 활성화된 2011년부터 아파트 입주 물량이 폭증하면서 가구 업체들은 출혈 경쟁을 피하고자 공동행위를 합의, 실행에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건설사가 입찰 공고를 올리면 주사위 굴리기, 제비뽑기 등 방식으로 낙찰 순위와 순번을 정했다. 낙찰 예정사가 견적을 작성해 순번이 아닌 회사들에 이메일 등을 전달하면, 나머지 회사들이 낙찰받지 못하는 수령 견적 가격을 투찰하는 방식으로 담합에 가담했다.
담합 기간이 10년, 738건에 걸쳐 지속됐고 담합이 이뤄진 입찰 건의 계약 금액을 모두 합하면 2조원에 육박한다.
담합 입찰에 가장 많이 관여한 곳은 한샘‧현대리바트‧에넥스다. 이들은 22개 건설사 발주 입찰 담합에 참여해 각각 211억5000만원, 191억2200만원, 173억9600만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가구회사들의 담합은 결국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황원철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담합을 통해 원가율 대비 5% 수준의 이익을 얻었다는 진술이 있다”며 “84㎡를 기준으로 가구당 분양가 25만원을 더 부담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뿐 아니라 소형 건설사의 빌트인 가구 입찰 담합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오행록 공정위 제조카르텔조사과장은 “이번 사건을 통해 상당히 광범위하게 담합 관행이 있었다는 게 밝혔다”며 “현재도 70여개 건설사 발주의 가구 건들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는 중이며 이번 조치들을 통해 가구 업계의 담합 관행이 근절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빌트인 가구회사들의 담합 소식에 누리꾼들 사이에선 과징금 조치로 끝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누리꾼은 “아파트 고분양가의 이유 중의 하나일 텐데. 그동안 서민들 속여서 챙긴 돈으로 자기들끼리 배불리 먹었다”라면서 “과징금으로 끝날 게 아니라 손해를 입은 분양자들에게 피해보상을 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반면에 “10년이 되도록 담합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라면서 “과징금을 나라에 낼 게 아니라 피해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라고 말한 누리꾼도 있었다.
한편, 공정위의 제재 발표에 대해 과징금 상위 3사들의 입장은 온도차를 보였다. 한샘은 7일 자사 누리집에 공식 사과문을 내고 “공정위가 발표한 사안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한샘을 믿고 아껴 주시는 모든 분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라며 “구시대적인 담합 구태를 철폐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윤리경영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겠다”라고 말했다.
현대리바트와 에넥스는 자시 누리집에 아직 별다른 사과문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현대리바트 담당자는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회사 차원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논의가 마무리되면 빠른 시일 안에 공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리바트의 경우 전자공시시스템에 과징금에 대한 공시는 아직 올라오지 않은 상태다.
에넥스는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정위 과징금에 관한 내용을 공시 중이다. 공시에 따르면 과징금 액수가 자기자본 대비
44.64%에 달한다. 에넥스는 “공정거래위원회 의결서 접수 후 신중히 검토하여 행정 소송 제기 등 법령 및 절차에 따라 대응할 예정이다.”라고 공시하고 있다. 에넥스 담당자는 “사과문 게재에 대해선 아직 논의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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