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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감원, 농협 지배구조 검사,...중앙회 vs 금융지주 갈등 내부통제 부실 해소될까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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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금융감독원이 농협금융지주 및 농협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앞두고 농협중앙회를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취약점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24일 ‘농협금융지주 및 농협은행 정기검사 착수 배경’이라는 제목의 참고자료를 내고, 금감원이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를 빌미로 소관이 아닌 농협중앙회까지 길들이려 한다는 등의 의혹에 대해 반박했다. 

 

금감원은 농협금융지주 및 농협은행의 경우 2년마다 실시하는 정기검사 시기가 올해 돌아온 것이라며, 최근 발생한 110억원 규모의 배임 사고 등으로 드러난 내부통제 취약점을 검토·개선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부분은 금감원이 내부통제 취약성뿐만 아니라 지배구조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겠다고 언급한 점이다. 금감원은 “정기검사 시 지주회사법, 은행법 등 관련 법규에서 정하는 대주주(농협중앙회) 관련 사항과 금융지주회사법, 은행법상 주요출자자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 금지 등 지배구조법에서 정하는 지배구조 관련 사항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 있는 경우 개선토록 지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금감원이 농협중앙회에서 농협금융지주, 그리고 농협은행 등 금융계열사로 이어지는 특수한 지배구조와 그로 인한 부작용에 대해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농협금융지주는 지난 2012년 ‘신용·경제사업 분리’ 이후 중앙회에서 분리돼 독립적인 금융지주사로 출범했으며, 이를 통해 산하 금융계열사에 대한 독립적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 

 

하지만 여전히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 지분 10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어, 중앙회가 금융지주 및 금융계열사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태다. 실제 농협중앙회장이 바뀔 때마다 농협금융 계열사 경영진도 대거 교체되는 사태가 수 차례 반복됐다. 지난 2016년에는 김병원 전 중앙회장 취임 당시에는 이경섭 전 농협은행장과 김용복 전 농협생명 대표, 이윤배 전 농협손보 대표가 사표를 제출한 바 있다. 

 

지난 2020년 이성희 전 중앙회장 취임 당시에도 이대훈 전 농협은행장을 비롯해 농협생명·손해보험 등 보험계열사 대표들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특히, 당시 3연임이 확정됐던 이 전 행장은 새 임기 2개월만에 사임해 중앙회의 영향력을 실감케 했다. 

 

올해도 강호동 중앙회장이 새로 취임하면서 이석준 금융지주 회장과 계열사 인사권을 두고 대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 NH투자증권의 경우 정영채 전 대표가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힌 뒤, 새 대표로 강 회장의 최측근인 중앙회 인사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확산했다.

 

이후 ‘정영채 사단’으로 꼽히는 윤병운 부사장이 내부승진을 통해 새 대표로 취임하면서 인사 갈등이 일단락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하지만 외부 출신 계열사 대표인 서철수 전 NH농협리츠운용 대표가 최근 사임하고 농협중앙회 출신인 임정수 대표가 새로 취임하면서 중앙회 입김이 여전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금감원은 중앙회가 금융지주 및 계열사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독특한 지배구조가 내부통제 취약점으로 연결될 위험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농협중앙회 출신 직원이 시군지부장으로서 관할 은행지점의 내부통제를 총괄함에 따라 내부통제 통할 체계가 취약할 소지가 있다”라며 “향후 추가적인 금융사고로 인한 은행 손실 및 소비자 피해 발생 등으로 이어져 은행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복현 금감원장 또한 지난달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이 구분돼 있다고는 하지만 농협 특성상 그것이 명확한지는 좀 더 고민할 지점이 있다”라며 “합리적인 지배구조와 상식적 수준의 조직문화가 있으면 좋겠다는 게 금융당국 공통의 생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농협금융의 내부통제를 강화해 금융사고 재발을 방지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해묵은 지배구조 이슈를 해소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협금융의 지난해 순이익은 2조23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2% 증가하는 데 그쳐 성장세가 한풀 꺾인 모습을 보였다. 물론 신한·하나·우리금융이 역성장하는 등 경쟁사 성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했다는 점, 농업지원사업비 4927억원을 지출하고도 실적을 유지했다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농협금융과 달리 보험·증권 계열사가 없는 우리금융과의 4위 경쟁에서 계속 밀리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한편, 금감원은 지난 22일부터 농협금융지주 및 농협은행에 대한 사전검사를 진행 중이며, 다음 달 중순부터 본격적인 정기검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농협중앙회와 금융지주를 둘러싼 해묵은 지배구조 이슈가 이번 정기검사를 통해 해소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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