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사태의 여파로 1분기 은행권 실적 부진이 우려되는 가운데, 은행지주사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JB금융지주가 역대급 실적을 내보이며 성장 잠재력을 입증했다.
JB금융지주는 지난 22일 올해 1분기 1732억원의 당기순이익(지배지분)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1분기 기준 사상 최대 규모로,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한 것이다.
주요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총자산이익률(ROA)은 각각 13.8%, 1.10%를 기록하며 업계 상위권 수준을 유지했다. 보통주자본비율(잠정)은 12.25%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으며, 경영 효율성 지표인 영업이익경비율(CIR)도 전년 동기 대비 0.6%포인트 개선된 37.3%로 1분기 기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계열사들도 골고루 제 역할을 하며 그룹 실적 성장을 함께 이끌었다.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각각 563억원, 733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와 비슷한 수준(각각 5.5%, 0.1% 증가)을 기록했다.
JB우리캐피탈은 전년 동기 대비 15.3% 증가한 565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으며, JB자산운용과 JB인베스트먼트도 각각 20억원, 4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했다. 손자회사인 캄보디아 프놈펜상업은행(PPCBank)의 1분기 순이익은 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했다.
견조한 실적을 바탕으로 주주환원도 확대되고 있다. JB금융지주 이사회는 지난 22일 주주가치 제고 및 주주환원 정책 일환으로 보통주 1주당 현금 105원의 분기배당을 결정했다. 지방금융지주사 중 분기배당을 실시하는 곳은 JB금융 뿐이다.
◇ 홍콩 ELS 여파에 은행권 부진 우려 확산... JB금융 '나홀로' 상승세
JB금융의 1분기 실적이 주목받는 이유는 금융지주사 중 가장 먼저 분기 실적을 발표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홍콩 ELS 사태 등으로 은행권 실적 하락이 우려되는 가운데, 1분기 기준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하며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 은행지주사 1분기 실적에 대한 시장의 전망은 밝지 않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1분기 당기순이익 추정치는 전년 동기 대비 18.8% 줄어든 3조9815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지주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장 큰 이유는 홍콩 ELS 사태다. 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은행들이 홍콩 ELS 손실사태와 관련해 자율배상에 나선 만큼 실적 저하는 피할 수 없기 때문.
실제 KB금융의 1분기 순이익 추정치는 1조20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4976억원) 대비 감소폭(△31.8%) 또한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 ELS 판매잔액이 가장 큰 만큼 상당한 규모의 배상 부담이 반영되 순익 추정치가 줄어든 것. 신한·하나·우리금융도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0.8%, △17.7%, △10.2% 줄어든 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금융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증권가에서는 JB금융을 제외한 BNK금융·DGB금융 등 두 지방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순이익 감소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한국투자증권은 BNK·DGB금융의 1분기 순이익이 각각 1945억원, 12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두 곳 모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으로 인한 충당금 부담이 순이익 감소의 주원인으로 꼽혔다.
◇ 증권가, JB금융 투자의견 ‘매수’ 유지... 건전성 우려 해소는 숙제
이처럼 금융지주사들이 역성장하는 동안 ‘나홀로 상승세’를 보인 JB금융을 향한 증권가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1분기 국내외 자본시장 변동성 확대 및 건전성 관리 강화에 따른 선제적 대손비용 증가에도 불구하고 예상을 부합하는 견조한 실적을 시현했다”라며 JB금융에 대한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3월말 그룹 보통주자본비율이 12.32%로 손실흡수능력이 상승했다”라며 “지방금융 중 처음으로 분기배당을 시현한 점에서 향후 주가상승이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다만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려면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먼저 해소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고정이하여신(NPL)비율과 연체율은 각각 1.00%, 1.17%로 추가 악화됐다”라며 “높은 밸류에이션의 정당화를 위해선 빠른 시일 내 자산 건전성 지표가 안정화 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 또한 “전북은행의 전분기대비 상·매각전 실질 연체 순증액이 1080억원으로 크게 늘어났고, 광주은행도 실질 연체가 630억원 순증하는 등 자산건전성 악화는 계속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JB금융은 고금리 핵심 대출을 다시 늘려 순이자마진(NIM)을 방어하겠다는 전략이지만 연체율 상승 등 건전성 악화가 진행되고 있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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