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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FT “韓 ‘한강의 기적’ 수명 다해”... 저성장 경고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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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파이낸셜타입스(FT) 공식 엑스(X) 계정 갈무리

 

한국의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룬 ‘한강의 기적’이 끝나가고 있다는 외신의 보도가 나왔다. 제조업을 통한 기존 성장 모델이 너무나 성공적이라 개혁이 어렵다는 분석과 더불어 인공지능(AI) 붐을 통한 반도체 산업 부흥 또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현지시간) ‘한국 경제의 기적이 끝났는가(Is South Korea’s economic miracle over?)’라는 기사를 통해 국가 주도 자본주의로 반도체 등 첨단 제조업체를 육성한 모델이 이제는 낡고 수명을 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신은 한국은행 보고서를 인용해 한국에 대해 과거 성공 방식에 얽매여 낡은 경제성장 모델을 답습하는 동안 저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말 발간한 ‘한국 경제 80년 및 미래 성장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경제성장률이 1970년대에는 연평균 8.7%, 1980년대에는 9.5%로 높은 성장률을 보였지만 2020년대에는 2.1%, 2030년대 0.6%로 크게 꺾일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2040년대에는 -0.1%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초저성장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과거 성장 모델의 주축이었던 저렴한 에너지 가격과 값싼 노동력 등이 흔들리고 있다면서, 산업용 전기요금을 저렴하게 공급해 온 한국전력의 부채가 200조 원을 넘었다고 신문은 짚었다. 

 

FT는 또 삼성전자가 300조 원, SK하이닉스가 120조 원을 각각 투자해 경기도 용인에 조성 중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에 대한 우려도 전했다. 

 

신문은 “전문가들은 대부분 첨단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의 기술 우위를 유지하고, 인공지능(AI) 반도체에 대한 미래 수요 충족을 위해 용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경제학자들은 한국 정부가 과거처럼 제조 대기업 중심 경제 모델을 계속하면서 기존 성장 방식을 개혁하거나 신성장 모델을 찾으려는 데는 무능함을 드러냈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프로젝트는 2019년에 발표되었지만 건축 허가와 부지의 물 공급에 대한 논쟁으로 인해 몇 년 동안 지연되었다. FT는 “2027년에 첫 번째 클러스터가 완공되면 자격을 갖춘 노동력 부족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면서 “재생 에너지의 충분한 공급이 없다면, 그리고 새로운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에 대한 초당적인 합의가 없다면, 클러스터가 어떻게 전력을 공급받을 것인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또 “경제학자들은 ‘오래된 모델’을 개혁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게 증명되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그것이 너무나 성공적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빈곤한 농업사회에서 반세기도 안 돼 기술강국으로 도약한 한국의 국가주도 자본주의 성과는 ‘한강의 기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이에 2018년 구매력 평가에서 측정한 한국의 1인당 GDP는 일본의 GDP를 추월했다고 FT는 보도했다. 

 

맥킨지에 따르면 2005~2022년 한국 10대 수출 제품 목록에 새로 추가된 건 디스플레이 단 1개 뿐이었다. 2012년 당시 한국 정부가 선정한 120개 국가전략기술 가운데 36개 분야에서 한국은 세계 1위를 차지했지만, 2020년 들어선 단 4개 분야에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그러면서 “이젠 중국 기업들이 첨단 반도체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한국 경쟁사를 따라잡았고, 이젠 한국 기업의 경쟁자가 됐다”고 밝혔다. 

 

저출생·고령화에 인구구조가 붕괴되고 있는 점도 ‘한강의 기적’이 끝났다는 의견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5월 보고서를 통해 “2050년께 한국의 생산가능인구는 2398만4000여 명으로 2022년 대비 34.75% 줄면서 GDP는 28.38%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가계부채 역시 성장동력을 갉아먹는 원인이라고 FT는 보도했다.

 

외신은 “국제금융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은 선진국에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의 하나”라며 “한국 신혼부부의 평균 빚은 12만4000달러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는 서구 기준으로 57.5%로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국제통화기금(IMF)은 과감한 연금 개혁이 없다면 향후 50년간 이 부채가 3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2070년까지 한국인의 46%가 65세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은 이미 선진국 중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은 국가”라고 설명했다. 

 

다만, FT는 비관론이 다소 과장됐다고 보는 견해도 많다고 전했다. 

 

외신은 “많은 서방 국가들이 한국이 키워온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첨단 제조업 기반을 일찍 포기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고 본다”며 “미·중 기술 패권 전쟁으로 중국이 발목을 잡히고, 대만 안보 불안이 가중되는 동안 한국이 반사 이익을 얻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논리”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다가오는 인공지능 시대가 한국이 제조업과 최대 기업의 보존을 넘어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AI 칩 디자인 스타트업 리벨리온(Rebellions) 의 박성현 대표는 FT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AI에 필요한 네 가지 핵심 요소 중 세 가지(로직, 메모리 및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에 대한 역량을 이미 보유하고 있으며, 이제 AI에 대한 상호 상호 접근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사회 구조개혁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는 점도 신문은 우려했다. FT는 “연금, 주택 및 의료 부문의 개혁은 정체됐다”면서 “반면 한국의 대기업 의존도를 억제하고, 재생 에너지를 늘리고, 기업 가치를 높이며 성별 임금 격차를 줄이고 서울을 아시아 금융의 중심지로 만들기 위한 오랜 캠페인은 거의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외신의 비관론에 대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의 DNA에는 역동성이 내재돼 있다. 우리는 그 경제적 역동성을 다시 펼치도록 정책을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아직 (한강의) 기적은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이 잇따라 올해 한국성장률 전망치를 상향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UBS는 최근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2.3%로 상향했다. 씨티는 2.0%에서 2.2%로, HSBC는 1.9%에서 2.0%로 각각 전망치를 높여 잡았다.

 

이 중 UBS는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에 있다는 점을 근거로 향후 수출과 생산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나아가 미국 경제가 내년까지 경기 침체를 경험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며, 한국의 대외 불확실성이 줄어 수출과 생산 회복에도 한층 힘이 붙을 것으로 전망했다. 

 

씨티는 글로벌 기술 기업들의 인공지능(AI) 투자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가 한국의 설비 투자 확대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올해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 전망치를 3.4%에서 3.8%로 높였다. 

 

HSBC의 경우 미국의 강한 성장세와 중국의 경기 회복에 힘입은 글로벌 무역 증가가 한국의 수출 모멘텀을 계속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했다.

 

바클레이즈는 최근 보고서에서 “반도체 수출뿐만 아니라 PC, 스마트폰 등과 같은 소비재 품목 수출도 더 증가할 경우 하반기에도 기대 이상의 수출 실적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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