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데이터센터 시장이 2027년까지 두 배 넘는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S일렉트릭 등 반도체, 전력기기 업체의 실적 레벨업 기회라는 전망도 나왔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 데이터센터 시장은 IT 산업의 발전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성장해 2027년까지 수도권 내 데이터센터 공급 2023년 대비 약 2.4배 증가할 예정이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세빌스코리아가 최근 발표한 ‘한국 데이터센터 시장 리포트’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으로 수도권 내 데이터센터 용량은 수전용량을 기준으로 1.3기가와트(GW)이며, 2027년까지 이는 약 3.2GW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최근 데이터센터 운영사업자 확보와 주민 민원, 임차인 확보의 어려움 등이 더해지며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늘고 있다. 리포트에 따르면 현재 인허가를 받은 데이터센터 개발사업 중 약 35%는 1년 이상 미착공 상태다. 한국전력공사의 전력 공급 확정 소요 기간이 약 12개월로 증가하고 수도권 내 추가 전력 공급을 제한하는 정책이 발표되면서 전력수급이 데이터센터 성장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삼성증권 리서치센터는 이달 발표한 ‘데이터센터: 클라우드에서 AI로 2차 호황기 진입’보고서에서 “한국의 데이터센터 시장 성장 동력인 클라우드 시장은 2024년 2.8조원을 형성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재 한국은 클라우드를 소화하기에도 버겁다. 지난 10년간 데이터센터 공급은 연평균 1.6개에 불과했다. 전력 부족, 전 세계적으로 가장 까다로운 한국만의 민원 이슈, PF 시장 침체 등 복합적 요인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증권은 “시차 고려 시 2~3년 뒤에 한국도 AI는 대세가 될 전망이며, AI의 성장 속도는 인프라에 달려 있다”면서 AI와 맞물려 대규모 데이터센터 수요가 늘면서 2026년까지 해마다 16% 성장이 예상된다는 평가다.
이어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는 비ICT 기업, 즉 금융 자본의 유입과 Opco(오퍼레이터)의 중요성 확대다. 이는 해외에서 이미 나타난 변화로, 아시아 데이터센터 허브로 잠재력이 풍부한 한국의 데이터센터는 이러한 변화를 거쳐, 주요한 투자 자산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데이터센터에너지효율협회에 따르면 국내 상업용 데이터센터는 2027년 74개(1,850MW)로 2023년 상업용 데이터센터 40개(540MW) 대비 +242%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률(10인 이상 기업)은 30% 이하에 그쳐 업계에서는 향후 시장 확대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AI 수요까지 더해지면 2028년부터 데이터센터 수요 초과가 심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아시아 3위의 한국 AI 데이터센터 확대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LS, 대한전선, 가온칩스 등 반도체·전력기기 업체들의 실적 레벨업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19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전력망 수급 상황이 어렵다는 점은 클라우드(데이터센터) 기업들의 AI 전용 반도체 수요를 확대시킬 전망”이라며 “데이터센터 AI 가속기는 전력 효율성이 가장 중요한 채택 기준”이라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한국은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에서 데이터센터 3위로 아마존(AWS)을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업체들이 한국에 데이터센터 구축을 희망하는 이유는 AI 데이터센터 핵심인 반도체와 전력망 확보가 용이하고, 상대적으로 전력 비용이 낮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전력망 수급 이슈로 향후 AI 데이터센터 확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으나 글로벌 시장에서 향후 3년 내 AI 채택을 추진하는 기업의 비중이 50%인 점을 감안할 때 전력망 확충을 통한 수급 개선에 무게를 둘 시점”이라고 전망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데이터센터 수도권 집중 완화 방안을 통해 수도권 외 지역에서 데이터센터 운영 시 공사비용 할인 및 예비전력 요금 면제 등과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한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따라서 배전망, 전선 업체 수혜가 기대된다. 이는 대규모 발전소 송전을 통한 전력 공급뿐 아니라 분산 전원을 통해서도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면서 “데이터센터 (20MW) 1곳이 구축되면 약 2000개의 랙을 수용하게 되는데, 이는 곧 배전과 분전반 및 전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데이터센터의 직접적 수요 증가뿐 아니라 부수적으로 이를 보조할 변전소에 대한 전력기기 수요도 동시에 증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반도체 업체는 전력 효율을 높인 전용 AI 칩과 저전력 D램출하가 확대되고, 전력기기 업체는 현재 고객사와 2027~2030년 구매계약을 협의 중이다.
이에 따른 수혜주는 △저전력 D램 출하증가의 최대 수혜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변압기 공급부족의 직접적 수혜가 기대되는 HD현대일렉트릭, LS ELECTRIC △변압기(LS일렉트릭 지분율 47.5%), 전선(LS전선, 92%), 구리(LSMnM, 100%) 등 전력기기 계열사를 모두 확보하고 있지만 계열사 1곳의 시가총액 보다 낮은 LS △송배전 전선과 초고압 해저케이블 수요 증가로 실적 레벨업이 예상되는 대한전선 등을 꼽았다.
김 연구원은 “특히 LS는 LSMnM 등 비상장 계열사 4곳의 코스피와 나스닥 상장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향후 숨겨진 기업가치의 주가 반영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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