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과의 기술 전쟁을 지속하며 틱톡, 화웨이 등 중국 기술기업 퇴출을 가속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에는 중국 통신사의 미국 내 인터넷 서비스를 금지했으며, 중국산 스마트폰과 CCTV 등 단말 장치의 판매 역시 지난 2022년부터 국가안보를 이유로 금지된 상황이다.
1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화웨이, ZTE 등 중국 통신기업의 통신장비 인증 금지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FCC는 미국 시장에 무선 장치를 인증하는 통신 인증 기관과 연구 기관이 보안 문제가 제기되는 기업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초당적 제안에 대해 이번 달에 투표할 계획이다.
FCC는 이번 조치를 통해 FCC의 장비 인증 프로그램의 무결성을 강화하고 국가 안보 위협에 보다 안전하고 탄력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자 한다고 목적을 밝혔다. 제시카 로즌워슬 FCC 위원장은 성명서를 통해 “미국 시장을 위해 무선기기를 인증하는 비정부 연구소들이 신뢰할 수 없는 행위자들에게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는 조치다.”라고 밝혔다. 또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보안이 중요한 상황이며, 지속적이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보안 및 공급망 위협으로 인한 도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신은 민주당 소속의 로즌워슬 위원장이 이번 조치를 추진하는 가운데 공화당 소속인 브렌던 카 FCC 위원 역시 이를 지지하며 23일로 예정된 FCC 회의에서 이번 조치가 승인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보고 있다.
한편 FCC는 미국 정부가 통신사의 중국산 장비 교체를 위해 추가적인 재정 지원을 시행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지난 2019년부터 미국 정부는 미국 통신사들이 중국산 장비를 교체하도록 요구하며 장비 교체를 위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해당 금액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보조금을 지급받는 기업들은 최대 2025년 2월까지 모든 중국산 장비를 교체해야 한다.
제시카 로즌워슬 FCC 위원장은 2일 미국 내 모든 통신사의 중국산 장비를 다른 제품으로 대체하려면 49억 8천만 달러 (약 6조 8천억 원)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현재 의회에서 승인된 지원금의 규모는 19억 달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통신업체 중 거의 40%가 추가 자금지원 없이는 장비를 교체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며, 추가 자원이 없으면 몇몇 회사가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중에는 농촌이나 오지에서 소규모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많아 이들이 서비스를 중단하게 되면 일부 지역은 아예 통신 사업자가 사라지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예산 부족으로 통신회사들이 중국산 장비와 서비스를 완전히 제거, 교체 및 폐기할 수 없게 된다면 결국 안전하지 않은 장비와 서비스를 네트워크에 방치하게 되어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질 것이라고도 덧붙혔다.
한편 지난 2019년 트럼프 행정부에서 시작된 미국 정부의 화웨이 견제가 큰 효과가 없으며 역효과를 불러왔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는 3일 미국 정부의 화웨이 퇴출 조치의 결과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스파이 혐의로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렸을 때, 이 중국 기업의 글로벌 스마트폰 사업은 거의 전멸할 뻔했다. 하지만 화웨이는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반등에 성공했고, 현재는 서방으로부터 기술 독립을 이루려는 국가적 노력의 중심에 서 있다.”라고 평가했다.
또 “중국의 놀라운 재기는 중국의 지정학적 상승을 억제하려는 미국의 노력이 효과적이었는지, 적절했는지, 반도체 설계 및 인공 지능과 같은 분야에서 두 초강대국 중 누가 우위를 차지하게 될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라며 미국은 지금도 중국에 대한 광범위한 봉쇄 캠페인에 동맹국을 참여시키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짚었다.
블룸버그는 중국 통신사 퇴출 등 미국의 이어지는 제재는 기술 패권을 놓고 중국과의 더 광범위한 전쟁으로 변모했으며, 화웨이는 이 싸움으로 중국의 주요 무기 중 하나이자 다양한 기술 개발을 돕기 위한 국가 지원의 주요 수혜자로 떠오르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잇따른 제재 조치로 오히려 중국 정부가 대대적으로 화웨이를 육성하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화웨이는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세계 경제를 형성할 반도체를 둘러싼 전쟁에서 중국의 가장 중요한 무기로 떠오르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또 화웨이의 야심은 하드웨어를 넘어 소프트웨어, 전기차 등 다른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현기호 기자
저작권자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 많은 기사는 '이코리아'(http://www.ekoreanews.co.kr/)
'ICT'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의 라인 매각 압박, '제2의 독도 사태'로 비화되나 (1) | 2024.05.08 |
---|---|
미국의 대중국 AI 제재, 효과 거뒀나? (0) | 2024.05.07 |
삼성전자, AI 스마트폰 시장 선점...향후 업계 재편 가능성 (3) | 2024.05.02 |
미성년자 디지털 규제 강화 추세 [주요국 정책 톺아보기] (7) | 2024.05.02 |
SKT, 통신서비스 특화 AI ‘텔코 LLM’...상담사 보호 등 멀티 기능 (1) | 2024.04.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