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에서 미성년자 디지털 규제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13세 미만 어린이의 스마트폰 사용 금지와 3세 미만 유아의 영상 시청 금지를 검토하고 있다.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4월 30일 프랑스의 전문가들은 프랑스 대통령의 연구 용역 위탁에 따라 이와 같은 주장을 담은 연구 결과 보고서를 내놓았다. 신경과학자, 정신과 의사 등 10여 명으로 구성된 전문가 그룹은 보고서를 통해 아이들이 기술 시장에서 일종의 ‘상품’으로 취급되고 있으며, 어린이들을 화면에 가두고 통제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기술 산업의 이익 중심 전략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술 기업들은 자신들의 알고리즘에 이용자가 콘텐츠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도록 일종의 중독성 역학을 적용했으며, 스크린에 대한 중독은 제품 자체가 아닌 콘텐츠에 대한 중독이라는 것이다. 또 이를 방치하면 어린이의 시력과 신진대사, 지능, 집중력, 인지 과정 등 여러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정부가 3세 미만의 어린이는 TV 등 기기의 화면에 노출될 수 없도록 하고, 11세 이전의 어린이는 전화기를 가질 수 없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11세에서 13세 사이의 어린이는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는 단말기만 주어져야 하며 18세까지는 틱톡, 인스타그램, 스냅챗 등 대중 마케팅 수익 중심의 소셜 미디어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부모의 경우에도 자녀와 함께 있을 때 자신의 스마트폰을 끝임없이 확인하거나 식사 시간에 TV를 계속 켜놓는 등의 행위는 자녀와 함께 대화하고, 함께 식사하고, 노는 것을 방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부모 역시 강력한 기술 산업의 피해자가 될수 있으며 소위 ‘테크노-퍼런스’가 되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테크노-퍼런스(techno-ference)란 휴대전화 등 디지털 기기로 인해 다른사람과 함께 있을 때 디지털 기기로 방해를 받게 되는 현상을 나타내는 신조어다.
해당 보고서를 제출받은 프랑스 정부가 이와 관련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게 될 지는 아직 미지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앞서 지난 1월 어린이들의 영상 시청과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게 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 최근에는 연설에서 “오늘날 우리는 하루에 몇 시간 동안 위험한 정글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라며 아이들이 사이버 스토킹, 음란 콘텐츠, 소아 성범죄, 디지털 플랫폼 중독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각종 위협에 노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리시 수낙 영국 총리는 지난 12월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 미디어 사용을 억제하는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은 지난 해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유해 콘텐츠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도록 하는 ‘온라인 안전법(Online Sefety Act)’을 발의했으며, 올해부터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는 동안 어린이들이 노출될 위험을 조사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또 중국은 지난해 8월부터 18세 미만 청소년의 인터넷 중독을 막기 위해 미성년자가 하루 2시간만 스마트폰을 사용하게끔 제한하고 있다. 해당 조치에 따라 미성년자의 스마트폰은 밤 10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 교육용, 비상용 앱 외에는 실행이 불가능하며, 그 외의 시간에도 하루에 2시간만 스마트폰 사용이 가능하다.
미국에서도 일부 주에서 미성년자의 소셜 미디어 사용을 금지하는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다. 플로리다주는 지난 1월 만 16세 미만의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미국 유타주는 지난해 3월 자녀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부모가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미국에서는 지난 2021년 페이스북(현 메타)의 전 직원 프랜시스 하우겐이 페이스북 등 기술 기업들이 사용자 안전보다 이윤 추구를 우선시한다고 고발하며 파장이 일었다. 이를 계기로 소셜 미디어가 미성년자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일기 시작했다.
당시 하우겐은 페이스북이 자체 연구를 통해 인스타그램이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해친다는 점을 확인했지만, 이런 사실을 숨기고 어린이용 인스타그램 개발을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또 검색 알고리즘을 안전하게 변경하면 인스타그램 이용자들의 접속시간이 감소해 페이스북은 유해성을 알면서도 사용자의 안전보다 이익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에 페이스북은 “우리는 증오와 가짜뉴스를 없애기 위해 다양한 투자를 하고 있으며, 페이스북의 제품들은 세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라고 반박했으나, 정치권에서 소셜 미디어가 청소년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공론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현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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