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온라인 채널을 통한 비대면 거래가 일상화되면서, 이를 악용한 사이버범죄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사이버범죄 피해를 보장하는 보험상품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만큼, 국내 보험업계도 시장 확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사이버범죄는 총 23만355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4년 11만109건이었던 사이버범죄는 사이버범죄는 매년 꾸준히 증가해오다 코로나19와 함께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면서 2020년 23만4098건까지 폭증했다. 2021년 21만7807건으로 소폭 감소한 사이버범죄는 지난해 들어 다시 5.8% 증가했다.
유형별로 보면, 정보통신망 이용범죄가 사이버 범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정보통신망 이용범죄는 사이버사기, 사이버금융범죄 등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저지른 범죄를 말하는데,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9.3% 늘어난 19만958건이 발생해 전체 사이버범죄의 82.8%를 차지했다.
문제는 기업보다는 개인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범죄 비중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발생한 사이버사기는 총 15만5715건으로 전체 사이버범죄의 67.6%를 차지했으며, 그 뒤는 사이버명예훼손・모욕(2만9258건, 12.7%), 사이버금융 범죄(2만8546건, 12.4%) 등의 순이었다. 이러한 유형의 범죄는 대부분 기업보다 개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해당한다.
피해 규모도 기업보다 개인이 더 크다. 보험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개인의 사이버 범죄 노출과 보장 확대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사이버범죄 피해 규모는 기업 6956억원, 개인 9834억원으로 추정된다. 개인이 기업보다 약 40%가량 많은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
기업보다 사이버범죄에 대응하기 어려운 개인 피해자 입장에서는 보험 가입을 통해 피해를 보장받는 것이 하나의 대응 방안이다. 실제 해외에서는 점증하는 사이버범죄에 발맞춰 관련 피해를 보장하는 사이버보험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재보험사 스위스리는 전 세계 사이버보험의 수입보험료가 지난 2020년 70억 달러에서 2022년 130억 달러로 2년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했다며, 오는 2025년에는 약 23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보험감독자협의회(NAIC) 또한, 미국 보험시장의 사이버보험 수입 보험료가 지난 2021년 65억 달러까지 늘어났다며, 2015년 이후 매년 30%씩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손보사들도 사이버범죄 피해를 보장하는 상품을 출시 중이다. 삼성화재는 지난 3월 사이버 금융범죄 피해를 보장하고, 인터넷 직거래·쇼핑몰 사기 피해를 보상하며, 온라인 활동 중 생기는 배상 책임이나 법률 비용을 담보별로 각각 200만원 한도로 보장하는 사이버사고 보상 보험을 출시했다. 메리츠화재 또한 지난 2020년 랜섬웨어로 인한 협박 손해 및 데이터 복구 비용 등을 보장하는 사이버종합보험을 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사이버보험 시장이 활성화된 북미·유럽과 비교해 국내 사이버보험 시장은 아직 성장 속도가 더딘 편이다. 보험연구원은 “개인용 사이버보험을 판매 중인 보험회사는 단독 상품 5개 사, 선택 특약 5개 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된다”라며 “(사이버보험) 단독 상품은 회사별 판매실적이 연간 수백~수천건(연간 수입보험료 수백만~수천만원)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선택 특약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수법이 다양화·고도화되는 사이버범죄 특성상 보장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 국내 사이버보험의 보장 규모도 자기부담금(10~30%)을 제외하면 100만~500만원 수준이라 보이스피싱 등 규모가 큰 사고에서는 피해가 충분히 보상되지 않을 수 있다.
사이버보안에 대한 인식이 낮은 우리나라의 특성도 사이버보험 시장이 성장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사이버보안업체 노드VPN(NordVPN)이 최근 발표한 ‘국가별 개인 정보 보안 인식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온라인 보안 및 개인정보에 대한 인식은 100점 만점 중 46점으로 175개 조사대상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노드VPN에 따르면, 온라인 보안 방법 및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한국인 응답자는 2%에 불과했으며, 10명 중 1명만이 앱 및 온라인 서비스 이용 약관을 읽는다고 답했다. 노드VPN은 “피싱 웹사이트를 식별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는 (한국인) 응답자는 12%에 불과했다”라며 “2022년에 피싱 사기 또는 사기를 당한 한국인이 12.82만 명에 달한다는 기록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보인 인식이 낮아 사이버보험 가입률이 저조한 상태에서 사이버범죄가 계속 늘어난다면 개인이 입는 피해도 빠른 속도로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사이버보험 시장 활성화를 위한 민간보험사들의 노력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의 사이버 리스크 보장 방안인 사이버보험 활성화를 위해서는, 단체계약 중심의 보험 모집을 검토할 수 있다”라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단체보험 형태로 보험 가입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여행사가 단체고객을 여행자보험에 무료 가입시키거나 스키장에서 시즌권 고객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상해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것처럼, 쇼핑몰이나 통신사, 금융사 등이 고객의 잠재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이버보험을 홍보할 수 있다는 것.
김 연구위원은 단체계약 중심의 사이버보험 모집이 “보험회사 입장에서도 개인 계약에 비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관리가 편리하다는 점에서 유리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이 보험 가입을 통한 소비자 보호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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