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기대감을 발판 삼아 비트코인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주춤했던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급등하고 있다.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가자산을 향한 투자자들의 열기도 더욱 뜨거워지는 분위기다.
암호화폐 시황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15일 오후 1시 현재 전일 대비 0.03% 상승한 4만277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달 초 4만4000달러대까지 올랐던 비트코인 가격은 11일부터 급락하기 시작해 한때 4만 달러선이 위협받았으나, 13일 이후 반등을 시작해 현재 4만2000달러대에 안착한 상태다.
비트코인이 짧은 하락세를 끝내고 다시 반등한 이유는 연준의 금리결정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연준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올해 마지막 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5.25~5.50%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연준의 금리동결은 이미 예상된 조치지만 중요한 것은 향후 통화정책 방향이다. 이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에서 “금리인하 시점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며 “기준금리가 정점 근처에 도달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 덕분에 시장은 지난 2021년부터 시작된 가파른 금리상승 사이클이 드디어 마무리될 거란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
실제 연준은 이날 발표한 점도표에 내년 최종금리 수준을 4.6%로 내다봤는데, 이는 현재보다 75bp(1bp=0.01%포인트) 하향한 수준이다. 금리인하로 유동성이 늘어나면 가상자산 시장에 더 많은 자금이 유입될 수 있는 만큼, 투자심리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비트코인 가격도 반등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비트코인 상승세가 좀 더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론도 나온다.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 전환뿐만 아니라 다른 ‘호재’도 남아있기 때문. 무엇보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히 꺼지지 않고 있다. 앞서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은 지난 8월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신청을 거부한 결정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는데, SEC는 항소 제기 시한인 지난 10월 14일까지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내년에 도래할 반감기에 대한 기대감도 작지 않다. 반감기는 비트코인 채굴에 대한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기를 말하는데, 비트코인 공급이 줄어드는 만큼 가격 상승 가능성도 커진다. 실제 지금까지 비트코인은 세 차례의 반감기를 거쳤는데, 그때마다 가격이 폭등했다. 비트코인의 네 번째 반감기는 내년 4월 중 도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투자자들의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다만 이미 각종 호재가 비트코인 가격에 반영된 만큼 섣부른 투자를 자제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13일 보고서를 내고 “현물 ETF 승인 가능성 및 반감기 등의 요인이 이미 비트코인 가격에 반영돼 있다”라며 “비트코인은 현재 과매수 상태”라고 진단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비트코인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부정적이었던 SEC가 심사 일정을 추가 연기할 수도 있기 때문. 게다가 설령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더라도 가상자산 시장에 자금이 추가 유입되기보다는, 기존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에서 ETF로 갈아타는 정도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한편, 디지털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의 리서치 부문 총괄 이사 잭 팬들은 “높은 실질금리가 비트코인 밸류에이션을 억누르고 있었기 때문에, 금리인하는 가상자산 시장을 떠받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미국 경제의 연착륙, 연준의 금리인하, 대통령 선거 등의 요인은 모두 내년 비트코인에 순풍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다시 시작된 비트코인의 상승세가 얼마나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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