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이 배달 수수료를 인상하며 소비자 부담이 커진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배달의민족의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다음달 9일부터 중개 수수료를 현행 6.8%에서 9.8%로 3% 올린다고 지난 10일 발표했다. 업계 2위인 쿠팡이츠 역시 중개 수수료 9.8%를 받고 있으며 3위 요기요는 12.5%의 중개 수수료를 받는다.
배민의 수수료 인상 발표 이후 각계에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참여연대와 중소상인단체들은 지난 23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배민의 타사배제와 배민배달 몰아주기, 브랜드쿠폰 과다 수수료 징수행위, 최혜대우 요구 행위 등을 신고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배달앱 시장의 압도적인 1위 사업자인 ‘배달의민족’은 기존 6.8%이던 중개수수료를 9.8%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인상액으로 따지면 44%에 달하는 인상률이다.”라며 “그렇지 않아도 높은 수수료 부담에 고물가,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던 중소상인·자영업자들은 물론, 수수료 부담이 음식값에 전가될 것을 우려한 소비자·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꼬집었다.
또 참여연대는 배민이 입점업체에 배달비를 지역별로 지정하여 부과해 점주들의 배달비 결정권한을 사실상 박탈하거나, 브랜드쿠폰을 발급하는 과정에서 가게부담쿠폰과 달리, 실제로 결제된 할인금액이 아닌 전체금액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부과하면서 과다한 수수료를 받았으며 소비자들이 ‘배민클럽’ 가게에서 주문을 한다는 점을 이용해 입점업체들에게 다른 배달 앱에 비해 최소주문금액, 할인 혜택, 메뉴 가격 등을 불리하게 설정하지 말 것을 강요하는 최혜대우 요구를 하는 등 각종 불공정행위가 다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는 공정거래법이 금지하고 있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부당한 차별취급행위 △경영간섭행위 △부당한 수수료 부과행위 △최저가 보장제를 시행하도록 강요한 행위 등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소상공인들이 집단적으로 배달의 민족 탈퇴를 선언하는 경우도 다수 나오고 있다. 전라남도 소상공인연합회는 26일 전라남도 소상공인연합회 및 22개 개 시.군지부 주최‧주관으로 배달의민족 탈퇴를 선언했다. 이날 참가한 소상공인들은 “배달의민족은 일방적으로 중개수수료를 인상했으며 배달수수료가 인상됨에 따라 가맹점 및 소비자부담이 커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남지역 소상공인들은 수수료 인상으로 인해 가맹점주의 부담이 소비자의 부담으로 전가되었으며, 이에 따라 배달의민족을 탈퇴하고 SNS 챌린지를 진행하고 소상공상인 디지털전환, 전라남도 공공배달앱 활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광주지역 소상공인과 소비자단체 역시 단체로 배민 탈퇴를 선언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광주시지회, 한국여성소비자연합회 광주지회, 라이더유니온 광주지회 등은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상생은 안중에도 없는 배달의민족은 독일 딜리버리 히어로의 자회사일 뿐이다."라고 비판하며 배달의민족 탈퇴를 선언했다. 또 배민 대신 공공배달앱 위메프오와 땡겨요를 이용해달라고 촉구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기획재정부는 23일 배달 플랫폼·입점 업체 상생협의체를 출범해 업계 수수료 인하를 주문하기도 했다. 이날 남동일 공정위 사무처장은 “소상공인의 경영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입점 업체들은 플랫폼 이용으로 인한 부담으로 영업을 계속하기 어렵다고 느끼고 있다.”라며 “최근 배달 앱 시장은 일방적 수수료 인상 등으로 우리 국민들에게 큰 걱정과 우려를 주고 있다.”라고 배달 수수료 인상을 비판했다. 정부는 현재 상생협의체에서 배달료를 할인할 시 나머지 일부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배달의민족 수수로 인상으로 코로나 기간 부상했다가 최근 시들해진 ‘공공 배달앱’에 다시 주목하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공공 배달앱은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서비스로, 민간 배달앱보다 낮은 수수료와 투명한 운영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 2020년 “독과점 배달앱에서 독립한다.”라는 목표를 내세워 ‘제로배달 유니온’을 출범했으며 그 외에도 경기도의 배달특급, 부산시의 동백통, 대구시의 대구로, 광주시의 바로고 등 전국 각지의 지자체에서 공공 배달앱을 출시했다.
하지만 코로나 기간 앞다퉈 도입된 공공 배달앱이 충분히 정착하지 못했다는 평가 나오는 상황이다. 부산 지역의 공공 배달앱 ‘동백통’은 출시 2년 만인 지난 5월 문을 닫았으며 이 외에도 전남 여수의 '씽씽여수', 경남 거제의 '배달올거제' 등 전국 각지의 공공배달앱이 큰 성과 없이 사업을 종료했다.
플랫폼 기업이 만든 민간 앱에 비해 마케팅과 인지도가 부족했으며 이에 따라 소상공인의 참여율이 저조했다는 비판도 나왔으며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업데이트가 이어지는 민간 앱에 비해 공공 앱의 기술적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공공 배달 앱이 세금 낭비라는 오명을 벗고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인프라 확충, 사용자 경험 개선, 적극적인 마케팅, 소상공인 참여 유도 등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각 지자체에서 공공 배달앱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 동작구의 경우 19일 중개 수수료율을 받지 않는 플랫폼 ‘동작e마켓’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동작e마켓은 중개수수료율이 0%로 설계되어 소상공인 부담을 줄이게 되며, 배달은 공공 단기 일자리의 형태로 주민 ‘배달 서포터즈’가 맡게 된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사업자가 유통 기한이 임박한 상품을 기부하면 취약 계층에 제공될 수 있는 ‘푸드뱅크’ 기능도 넣겠다고도 덧붙혔다.
전라남도는 도내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민관 협력형 공공 배달앱 ‘먹깨비’가 낮은 중개 수수료로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있다고 밝혔다. 전라남도에 따르면 2022년 7월 출시된 ‘먹깨비’는 이번달 중순 누적 주문 85만 건, 누적 매출액 209억 원을 기록했다. 전라남도는 다양한 할인 이벤트와 1.5% 수준으로 저렴한 배달 수수료를 통해 먹깨비가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공 배달앱에서 10% 할인 혜택이 적용되는 온누리상품권 결제를 허용하는 등 공공 배달앱에 힘을 실어주려는 정책을 검토한다. 온누리상품권은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행하는 전통시장 및 상점가 전용 상품권이다. 온누리상품권을 공공 배달앱과 연계해 경쟁력을 키워 거대 배달 플랫폼의 수수료 인상에 대응하고, 소비자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구상이다.
박범수 농식품부 차관은 “공공 배달앱이 경쟁력을 갖추도록 만들고 다른 민간 배달 업체와의 연결을 통해 경쟁 구도를 만드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현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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