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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이버 렉카’ 가짜뉴스 유포, 징벌적 손해배상 가능할까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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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를 유포해 얻은 이익을 몰수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사진=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 갈무리.

먹방 유튜버 쯔양을 협박해 돈을 갈취한 혐의로 유튜버 구제역과 주작 감별사 등이 구속되면서 가짜뉴스의 해악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가짜뉴스를 유포해 피해를 입힌 유튜버나 언론에게 피해액보다 고액의 배상을 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앞서 지난 28일 법무법인 존재 노종언 변호사, 법무법인 온강 이고은 변호사는 입장문을 내고, 가짜뉴스 유포에 대한 이익 몰수 및 징벌적 손해배상에 관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사이버레커방지법)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지난 22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회가 언론에 사회적 책임, 중립성, 공정성을 부여하는 이유는 건강한 여론의 형성은 자유민주주의의 핵심가치인 언론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한 헌법적 요구”라며 “사이버레커들은 이러한 언론의 사회적 책임, 중립성, 공정성이라는 사회적 책무를 회피하면서 사이비 언론으로서 막대한 유튜브 수익을 챙기거나, 방송을 빌미로 피해자들에게 금품을 갈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유명인을 상대로 한 무차별한 가짜뉴스가 계속적으로 양산되는 이유는 이러한 현행 법구조와 관행이 사이버레커들에게 큰 수익을 안겨주는 구조적 문제점이 내제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보통신망법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으로 접수된 8712건 중 재판에 넘겨진 것은 1889건(21.7%)으로, 이 가운데 1609건이 벌금형 약식기소 처분으로 종결됐다. 

 

이들은 “사이버레커를 통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형사처벌, 위자료 뿐만 아니라, 이들이 가짜뉴스를 유포함으로서 발생하는 이익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만 효과적인 피해방지 대책이 될 수 있다”라며 “가짜뉴스를 양산해 받은 일체의 수익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통해 그 수익을 가짜뉴스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해 사용하거나, 국가가 수익을 전부 몰수·추징하는 제도가 법제도적으로 고민되어야 할 시기”라며 청원 취지를 설명했다.

 

◇ 美 법원, 가짜뉴스 보도한 언론에 징벌적 손해배상 판결

 

가짜뉴스에 때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적용은 이번 청원 이전부터 논의돼오던 사회적 의제 중 하나다. 실제 윤영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21년 2월 인터넷에서 고의로 허위정보를 유포해 명예를 훼손하는 등 피해를 입힌 경우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정청래 민주당 의원 또한 지난 5월 31일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언론이 악의적 왜곡 보도로 타인의 인격권을 침해한 경우 손해액의 3배까지 배상하도록 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실제 미국에서는 허위정보를 악용한 명예훼손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명령한 판례를 찾아볼 수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1983년 ‘거츠 대 로버트 웰치 사건’에서 언론사가 피해자에게 30만 달러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포함해 총 40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이 사건은 시카고의 인권변호사 엘머 거츠가 자신을 “마르크스주의 연맹 간부”, “미국 정부를 폭력으로 점거하는 것을 옹호하는 자”라고 비난한 지역 언론사를 상대로 낸 소송이었다.

 

최근에는 유튜버 등 1인 미디어에 대한 징벌적 배상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2022년 미국 조지아주 연방 배심원단은 가수 카디비가 마약 및 음란행위를 했다는 내용의 동영상을 유튜브 채널에 올린 유튜버 타샤K에게 징벌적 손해배상금과 정신적 고통에 대한 치료비, 소송비용 등을 함쳐 총 410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 가짜뉴스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입법례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는?

 

다만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언론보도를 위축시키고 표현의 차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한국기자협회는 민주당이 언론개혁 6대 법안을 발표한 지난 2021년 2월 편집위원회 이름으로 논평을 내고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언론 피해 구제에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 언론사들이 보도를 할 때 좀 더 신중해질 것이라는 점은 사회적으로 이익이 될 수 있다”라면서도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가능성, 권력과 대기업 등 이 법을 이용해 비판 보도를 전략적으로 봉쇄할 가능성 등의 불이익은 앞서 열거한 사회적 이익과 견주어 결코 작지 않다”라고 말했다.

 

협회는 이어 “법안이 책임 추궁 대상으로 삼고 있는 가짜뉴스를 걸러내는 일과 가짜뉴스의 ‘고의성’을 판별하는 일은 지극히 어렵다”라며 “판별이 쉽지 않은 가짜뉴스에 대한 규제보다 사실관계 확인에 철저한 뉴스, 시민의 인권을 존중하는 뉴스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는 언론사가 독자의 선택을 더 받을 수 있도록 유인책을 마련하는 일이 더 생산적”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허위·조작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한 사례를 해외에서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021년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보고서에서 “해외 주요국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특정 영역을 규제하는 법률 또는 규칙에 명시하기보다 사실상 법원의 판결에 의해 제도화됐다”라며 “특히, 언론보도로 인한 피해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별도로 규정한 사례는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입법조사처는 이어 “영국은 징벌적 손해배상의 요건에 대한 입증이 형사책임의 입증 정도로 엄격하다”라며 “미국은 징벌적 손해배상 범위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고 판례마다 다소 상이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 가짜뉴스 유통, 빅테크에 ‘필터링’ 책임 부과해야 

 

한편, ‘사이버레커’가 생산한 가짜뉴스가 유통되는 경로인 소셜미디어의 운영자, 즉 빅테크에 가짜뉴스를 걸러낼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앞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2023년 6월 온라인 허위 정보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 원칙을 발표하며 “일부 빅테크 기업들이 자사 플랫폼이 폭력과 증오의 확산에 기여하는 것을 막기 위해 너무 적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가짜뉴스를 걸러내지 못한 빅테크를 처벌하는 제도를 이미 도입했다. 실제 유럽연합(EU)에서는 지난해부터 디지털서비스법(DSA)이 발효됐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소셜미디어플랫폼 등을 운영하는 빅테크 기업은 가짜뉴스 및 아동학대, 혐오발언 등이 담긴 컨텐츠를 신속히 제거해야 하며, 이러한 컨텐츠가 다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대책을 마련할 의무를 진다. 만약 이를 어기면 빅테크 기업은 글로벌 매출의 6%를 벌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브라질 또한 지난해 소셜미디어에 유포된 가짜뉴스나 혐오발언이 일정 시간 내에 제거되지 않으면 해당 미디어를 운영하는 빅테크 기업에게 처벌을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한 바 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한 채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는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허위조작 정보 유통 방지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해당 법안은 가짜뉴스를 생산·유포한 자뿐만 아니라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 대해서도 징역 및 과태료 부과 등의 처벌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국회입법조사처 또한 지난달 발표한 ‘제22대 국회 입법정책 가이드북’에서 “온라인 가짜뉴스의 유포를 막기 위한 입법의 경우 이용자에 대한 형사처벌이 아닌 인터넷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입법안 마련을 검토해볼 수 있다”라고 제안했다.

 

입법조사처는 “허위정보의 정의를 명확히 하고 동 허위정보의 유통을 막기위해 온라인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라며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책임조항의 신설을 통해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 침해를 최소화하면서 인터넷 플랫폼이 건전한 인터넷 환경 조성을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하도록 유도하는 법적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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