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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노인 인구 1천만명 시대...시니어 주거사업 어디까지 왔나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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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서울 마곡지구 복합단지 내 건설되는 시니어 레지던스 'VL 르웨스트'. 사진=롯데건설

미국, 일본 등 이미 우리보다 일찍 고령화를 경함한 선진국들의 경우 그간 노인과 관련한 주거정책에 노하우를 축적하며 적극적으로 ‘시니어타운’ 산업에 뛰어든 상태다. 2025년 초고령화 사회를 앞둔 우리나라는 시니어 주거시설이 제각기 발전하고 있는 상황이라 선행 사례로 참고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시니어타운이란 시간과 금전적 여유가 있는 노년층을 위한 맞춤형 단지로, 건강과 여가, 문화와 식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합 주거 시설이다. 이른바 '실버타운'이라는 명칭으로 대중에 잘 알려져 있으며, 법적 용어로는 유료요양시설 혹은 노인복지주택으로 불린다.

 

한국의 시니어하우징은 장기요양급여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시설-양로원, 장기요양시설, 요양병원-과 전액 자기부담인 실버타운으로 구분된다. 자주 언급되는 시니어하우징은 대부분 보조금 없이 전액 자기부담형 시설인 실버타운을 의미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고령자 서비스결합주택 공급의 해외사례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주요국에서 고령자의 소요를 충족시키는 것이 목적인 주거지원시설은 지원의 주체에 따라 민간과 공공 지원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일본, 미국 등의 시니어하우징은 케어서비스가 결합된 주거로 건강 상태와 소득에 따라 다양한 브랜드로 운영된다. 일본과 미국 사례의 공통점은 시니어 주거지원 시설이 지역기반이다. 노인을 위한 장기요양체제가 '동네' 단위의 독립성이 갖춰진다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은 중앙정부의 고령화담당기관 아래로 지역사회거주관리국을 통해 고령자 돌봄서비스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장기돌봄제도에 편입되어 있는 고령자 서비스결합주택은 전문적인 병원 서비스보다는 일상적인 돌봄에 적합하며 기본 서비스비용의 일부를 장기요양보험으로 충당하는 실정이다. 일례로 애리조나주의 ‘선시티’의 경우 8000만 평 이상의 대규모 대지에 비영리 단체가 운영하는 종합병원 등의 공공시설을 중심으로 55세 이상의 노인이 입주가능한 1만35000개의 주거홈이 전원도시를 이루고 있다. 

 

일본 정부는 관련 법안을 마련해 지역기반의 생활지원서비스가 원활히 작동할 수 있도록 지원 및 관리하며 대부분은 민간의 영리기업이 맡아 운영하는 구조다. 일본 야마구치현 하기시의 '그랜드 호텔 텐쿠'의 경우 코로나19 여파로 관광객이 줄면서 도산하게 된 그랜드 호텔 텐쿠를 고령자들을 위한 주거 및 레크리에이션 공간을 갖춘 커뮤니티 시설로 전환한 바 있다. 기존 호텔에 있던 식당, 피트니스, 온천 등을 포함한 객실을 리모델링하여 고령자 맞춤 CCRC(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y)을 조성해 성공을 거둔 것. 

 

저출산·고령화의 사회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모델도 있다. 일본 고토엔에는 유치원과 노인주거시설이 함께 있어 세대 간 상호도움을 제공하는 혁신적 돌봄 모델이, 일본 나가노현 오기와촌에는 고령층이 전통음식을 만들고 젊은층이 상품화한 세대통합형 마을재생 모델이 운영되고 있다. 

 

반면 복지영역에서 정부의 개입이 두드러지는 스웨덴과 네덜란드는 공공 주도로 시니어 주거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스웨덴의 서비스주택은 지원을 필요로 하는 모든 고령자에게 제공되고 있으며, 자립 생활에 안전하지 않은 고령자의 경우 소규모 개인 아파트와 넓은 공동생활공간으로 구성된 서비스주택이 제공된다. 네덜란드에는 치매 노인을 위한 혁신적인 ‘호그백 마을’이 있다. 국가에서 비용을 부담하여 치매 노인이 ‘케어 팜’에서 일하고 시간을 보내는 것을 치유, 재활 서비스로 인정해 치매 노인이 각자 생활양식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마을이 됐다. 

자료=국토교통부

우리나라는 올해 초고령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선 상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7월 10일 기준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가 1000만62명으로 전체 주민등록인구(5126만9012명)의 19.51%를 차지했다. 

 

국제연합(UN)은 65살 이상 인구의 비율이 7% 이상인 경우 고령화사회, 14% 이상은 고령사회, 20% 이상은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이에 한국은 2025년에는 고령화율이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며, 2050년에는 국민의 40%를 차지하게 된다.

 

노인 인구 증가로 시니어 주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현재 국내 건설기업은 물론 제약사, 보험사 등 금융사들도 경쟁에 나서고 있다. 

 

롯데건설은 하이엔드급 시니어타운 사업에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그룹 차원의 프리미엄 시니어 레지던스 브랜드 'VL(Vitality & Liberty)'라는 이름으로 서울 마곡 마이스(MICE) 복합단지와 부산 기장 오시리아 관광단지에 각각 'VL르웨스트’ ,'VL라우어'를 짓고 있다. VL르웨스트는 내년 9월, VL라우어는 올해 말 준공을 앞두고 있다. 

 

현대건설도 시니어 하우징 사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서울 은평구 진관동에 지하 6층~지상 14층 규모 노인복지주택 214가구를 올해 안에 지을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미래형 건강주책 개발을 위해 최근 신한라이프케어와 맞손을 잡았다. 양사는 건강수명 연장과 행복을 목표로 입주민의 삶을 능동적으로 케어하는 주거 모델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HDC현대산업개발도 시니어 하우징을 올해 역점 사업으로 정했다. 자체 사업인 약 4조5000억원 규모 ‘서울 광운대역 역세권 복합개발사업’에 오피스, 호텔, 상업시설 등과 함께 실버타운 ‘웰니스 레지던스’를 지을 예정이다.

 

종근당은 요양시설 운영과 제약 사업 연계를 계획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2021년 9월 서울 강동구 강일동에 프리미엄 요양원 벨포레스트를 개원하며 요양산업에 첫 진출했다. 지난해에는 종근당 자회사 종근당산업이 프리미엄 요양원 ‘헤리티지너싱홈’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메이필드호텔과 신세계 같은 대기업들도 시니어주거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정부도 시니어타운 사업에 친화적인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 7월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이와 관련해 관계부처 전담반을 구축하고,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할 방침임을 밝힌 바 있다. 

 

구체적으로 시니어 레지던스를 대폭 확대하기 위해 토지·건물의 사용권을 기반으로 실버타운을 설립해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도심 내 유휴시설과 유휴 국유지를 시니어 레지던스로 조성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한다. 또 고령자 복지주택을 해마다 3000가구씩 공급하고 중산층 고령자까지 공급 확대와 유주택 고령층도 입주가 가능한 실버스테이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실버타운(노인복지주택) 입소기준 개정을 통해 입소대상자가 ‘독립생활이 가능한’ 60세 이상에서 요양서비스가 필요한 고령층까지 확대되면 노인요양시설의 중간 단계의 요양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생활보조 주거형 실버타운 사업도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도입이 예고된 신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의 경우, 분양형이 허용되는 인구감소지역(89개소)이 수도권 외곽 일부와 지방으로 한정되므로 수도권 내 공급 효과는 한정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0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시니어하우징에는 배리어 프리(barrier-free)와 의료 접근성이 전제되어야 한다”면서 “현재 주상복합 형태의 시니어 하우징을 도시에 만들면 입주 요건에 나이제한이 있다. (지속가능성을 위해) 부모 사망 시 자식이 실버주택을 상속받으면 이런 부분을 어떻게 해야할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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