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잠재력이 큰 반려동물보험(펫보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손해보험사들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특히, 손보업계 1위 삼성화재가 펫보험 경쟁력 강화에 나서면서 메리츠화재가 장기 집권 중인 펫보험 시장의 판도가 흔들릴지 주목된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열린 제15차 정례회의에서 ‘마이브라운’에 동물보험 특화 소액단기전문보험회사로서 보험업 영위를 예비허가했다.
이번 예비허가는 소액단기전문보험회사가 예비허가를 받는 첫 사례다. ‘미니보험사’로도 불리는 소액단기전문보험회사는 소규모 자본으로 소비자 실생활 밀착형 소액·간단보험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보험사이다. 소액단기전문보험업은 지난 2021년 보험업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됐지만, 예비허가를 받은 미니보험사가 나오기까지는 약 4년의 시간이 걸렸다.
금융위는 “심사 결과, 자본금 요건‧사업계획의 타당성‧건전경영요건 등을 모두 충족한다”라며 “소비자 실생활에 밀접한 동물보험 활성화를 통해 고객 맞춤형 상품개발 및 반려가구의 양육‧치료비 부담 완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마이브라운의 예비허가 획득으로 손보사 ‘빅3’ 간 펫보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 설립된 마이브라운은 삼성화재가 지분투자를 한 미니보험사로, 대표이사와 감사도 삼성화재 출신 인사를 선임했다. 삼성화재가 직접 마이브라운 상표권도 출원했지만, 투자액은 대주주 요건에 미치지 않는 수준으로 제한했다.
삼성화재가 자회사 설립이 아닌 지분투자 방식으로 펫보험 경쟁력 강화에 나선 이유로는 한국토지공사(LH)가 지난 2018년 발주한 임대주택 등 재산종합보험 입찰 관련 담합 이슈가 꼽힌다. 검찰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삼성화재를 비롯해 한화손보·메리츠화재 등 손보사 3곳과 직원 5명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기소한 상태다. 아직 재판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만큼, 자회사 설립이 아닌 지분투자 방식을 선택한 것.
물론 마이브라운을 자회사로 두지 않은 것은 대주주 적격성 리스크 때문만은 아니다. 현행 보험업법상 보험사의 자회사는 모회사와 동일 상품을 판매할 수 없다. 미니보험사인 마이브라운은 보험기간이 1년으로 제한되는데, 이 경우 만기가 3년 미만인 일반보험 형태의 펫보험을 주로 취급하는 삼성화재와 상품이 중복될 수 있다. 하지만 자회사 설립이 아닌 지분투자 방식이라면, 마이브라운이 단기 펫보험을 판매하더라도 삼성화재는 일반보험 형태의 펫보험을 계속 판매할 수 있다.
현재 국내 펫보험 시장의 주류는 만기가 3년 이상인 장기보험이다. 보험료가 비싸더라도 보장범위가 넓고 만기가 긴 보험상품을 원하는 반려동물 가구의 수요를 고려한 손보사들이 장기보험 위주의 판매전략을 운영해왔기 때문.
실제 국내 펫보험 시장점유율 1위인 메리츠화재는 지난 2018년 10월 국내 최초로 장기 반려견 보험을 출시한 데 이어 2019년 4월 장기 반려묘 보험을 출시하며 펫보험 시장을 개척해왔다. 2위 DB손해보험을 비롯해 현재 펫보험을 취급하는 대부분의 손보사는 모두 장기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반면, 일반보험을 취급하는 곳은 삼성화재가 유일하다.
갱신형인 장기보험과 달리 재가입형인 일반보험은 보장항목이 적고 1~3년 뒤 재가입이 거절될 위험이 있지만, 장기보험보다 보험료가 싸다는 뚜렷한 장점이 있다. 펫보험 시장에서는 후발주자인 삼성화재로서는 시장을 선점한 경쟁사들과 마찬가지로 장기보험을 취급하기보다는 차별화된 일반보험을 통해 입지를 확보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내렸을 수 있다.
특히, 정부가 추진 중인 펫보험 비교·추천서비스가 활성화될 경우 복잡한 상품구조나 보장범위·기간보다는 보험료가 가장 중요한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있다. 실제 지난 7월 19일 카카오페이가 출시한 펫보험 비교·추천서비스의 경우 일반보험과 장기보험을 모두 취급하기로 했다가 손보사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상품구조가 다른 일반·장기보험을 모두 취급하게 되면, 보험료가 저렴한 일반보험에 수요가 몰릴 것이 뻔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금융위도 카카오페이에 일반·장기보험을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하라고 요청했지만, 결국 대형사들이 참여를 유보하면서 해당 서비스는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3개사만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DB손보는 약 2주간의 시스템 정비 후 펫보험 비교·추천서비스에 참여했지만, 메리츠화재는 아직 입점하지 않은 상태다.
물론 삼성화재의 일반보험 판매전략이 시장점유율 제고로 이어질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이제 막 첫걸음을 뗀 펫보험 비교·추천서비스가 좀 더 활성화될 필요가 있을뿐더러, 반려동물 가구가 보장범위나 기간보다 ‘저렴한 보험료’를 최우선 선택기준으로 고려할지도 아직 알 수 없기 때문.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 가입률이 1.4% 수준인 펫보험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도 필수다.
한편 마이브라운은 6개월 내 허가요건인 자본금 출자, 인력 채용 및 물적설비 구축 등을 이행한 후 금융위에 본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펫보험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삼성화재의 전략이 어떤 성과를 낳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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