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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후위기 시대, 도시숲의 탄소저장 능력은?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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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신갈나무숲의 관측 탄소 시스템. 사진=산림청

 

최근 이례적인 폭염 등의 이상기후로 숲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도시를 아름답게 하고 열섬 현상을 막아주는 ‘도시숲’은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도시숲(Urban forest)은 인간이 거주하는 지역에 의해 영향을 받는 공간 내에서 자라는 숲 또는 공원 녹지로, 육상생태계가 흡수한 탄소인 그린 카본 흡수원 중 하나이다. 

 

선진 임업국의 도시숲 현황을 살펴보면 독일의 경우 도시숲의 목재 보유량은 EU회원국 중 가장 많다. 세계 최초의 도시숲이자 여의도 면적의 약 15배 규모인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시유림’이 대표적이며, 슈투트가르트의 ‘그린U숲' 등이 있다. 프랑크푸르트 시유림은 목재 생산의 기능 외에 휴양 기능 강화와 산림 교육을 위한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숲속에 조성된 길이 총 440km로, 이 길은 벌채 운반로이자 시민들의 산책로 겸 자전거 도로로 쓰이고 있다. 또 주거지 인근에 조성된 숲 7곳에는 각기 다른 테마의 숲 놀이터와 함께 어른과 아이가 함께 배우는 숲 교육장 '발트하우스(Waldhaus)'도 운영되고 있다. 

 

도시내 탄소 중립 달성의 중요한 발판으로 주목 받고 있는 도시 숲에 대해 국제 사회는 다양한 방면으로 도시 숲을 조성하고자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2018년, 이탈리아 만토바에서 전 세계 70개국, 600명 이상의 환경 전문가들이 참석한 제 1회 세계 도시숲 포럼(WFUF)이 열렸다. 지난해 10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된 제 2회 포럼은 ‘모두를 위한, 더 친환경적이고, 건강하며, 행복한 도시’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도시 숲 전문가들이 한데 모여 지속 가능하고 회복력 있는 도시 개발을 촉진하고, 도시 숲의 잠재력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지식을 교환했다. 

 

더불어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 역시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 달성을 위해 도시 자연에 관한 비공식 전문가 네트워크와 국제 산림 학생 협회(IFSA)와 협력 및 교류하며 도시 나무와 산림을 계획하고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등 현재 국제 사회 다방면에서 도시숲을 통해 탄소 중립을 실현하고자 하는 움직임들이 활발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상황은 어떨까.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적인 녹화 성공국이지만, 일인당 도시숲 면적은 한 자릿수 이다. 즉, 한국의 산림은 전 국토 면적의 64.5%를 차지하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녹화 성공국이지만, OECD 국가 중 1인당 도시숲 면적은 두 자릿수가 되지 않는다. 2015년 기준 전국 일인당 도시숲면적 8.7㎡/ 인으로 낮다.

 

앞서 지난 2021년 연세대학교 홍진규 교수팀이 도시숲의 탄소 흡수량 및 폭염 저감 효과에 대해 규명한 바 있다. 

 

자연의 숲과 달리 도시숲은 식물의 광합성 및 호흡 과정뿐만 아니라, 건물과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모두 뒤섞여 있어 이를 각각의 효과로 분해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과거 승마장과 골프장이었으나, 인공 숲으로 조성한 서울시 성동구 ‘서울숲’ 공원에서 이산화탄소 교환량을 측정하고 새롭게 개발한 통계 기반 분석을 적용해 도시숲이 탄소 순환과 기온 저감 효과에 기여하는 정도를 밝혀냈다.

 

연구 결과, 광합성 과정을 통한 서울숲의 연간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단위 면적당 약 5kg으로, 숲 관리 효과로 인해 유사한 자연 숲(수목밀도가 더 높은 광릉수목원 산림의 경우 단위 면적당 약 4kg)보다 매우 컸다. 서울숲은 작은 도시 숲임에도, 대규모 주거지역으로 개발된 것에 비해 탄소거래가격으로는 연간 4천만 원 정도의 경제적 이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토양 미생물 호흡 및 나무 자체 호흡에 의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고려하면 서울숲은 이산화탄소의 순배출원이었다. 이는 주변보다 기온이 높은 도시 열섬 효과와 토양에 다량으로 함유된 유기물의 분해 작용 때문인 것으로 추정됐다.

 

한편, 도시숲이 주변 기온을 실제로 낮추는지는 그동안 논란이 돼 왔으며, 지역에 따라 편차가 클 것으로 생각돼 왔다. 홍진규 교수팀은 실제 측정 자료에 기반한 분석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도시숲 연구 결과를 제공했다.

 

 연구 결과, 숲이 특정 지역에서 기온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고 기존에 알려진 것과 달리, 우리나라 도시숲은 조성 후 주변 기온이 감소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기온 감소가 숲에서 일어나는 증발산에 의한 것임을 밝혔다.

 

연세대 홍진규 교수는 “이러한 연구 결과는 일부 지역에서 기온을 높이는 역할을 하는 산림이 우리나라에서는 기온을 낮출 수 있음을 보여주며, 향후 도시녹지를 조성할 때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토양 및 물 관리가 매우 중요함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고 연구 성과를 정리했다.

 

이에 산림청은 최근 5년간(’19~’23년) 473곳 706ha(축구장 989개 크기)의 도시숲을 조성했고, ’24년에는 117곳 174ha(국비 870억 원)의 도시숲 조성을 추진 중이다. 

 

서울시의 경우 서울숲은 작은 도시 숲임에도, 대규모 주거지역으로 개발된 것에 비해 탄소거래가격으로는 연간 4000만 원 정도의 경제적 이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24일 주요 탄소흡수원인 도시숲의 탄소흡수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관측 탄소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기존에 도시숲의 탄소흡수능력 평가는 나무의 나이테에 축적된 탄소로 연간 탄소 저장 및 흡수값을 계산하는 통계 기반의 자료였다. 이에 비해 ‘관측 탄소 시스템’ 데이터는 도시숲에 탄소가 들고 나는 것을 관측하여, 하루 동안의 일 변화뿐만 아니라 폭염, 고농도 미세먼지 시기 등 이상 기후별로 실시간 관측 및 분석이 가능하다.

 

이 시스템은 ▲나무의 광합성 기반 탄소흡수능력 지표(SIF) ▲대기 중 탄소 농도 ▲바람의 3차원적 흐름 분석 자료 등을 동시에 측정하는 국내 최초 관측 시스템으로, IPCC에서 제시하는 세계적 관측 기준에 따라 구축되었다. 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이는 국내 최초로 도시숲의 이산화탄소 흡수능력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하는 관측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관측 탄소 시스템은 서울 지역 내 총 4개소로 산지형 도시숲(남산, 홍릉숲)과 평지형 도시숲(선릉숲, 창경궁숲)에 구축되었다. 

 

국립산림과학원 생활권도시숲연구센터 박찬열 센터장은 “이번 관측 탄소 시스템 구축은 서울 수준의 메가시티 내 도시숲에서 이루어진 첫 탄소흡수능력 평가 사례다”라며 “해당 사례는 탄소흡수원으로써 도시숲을 평가하고 관리하는 데 실질적이고 중요한 기반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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