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 강화 및 경기 불황에 따른 풍선효과로 인해 카드사로 대출수요가 몰리면서 카드론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올해 상반기 국내 카드사들의 금리인하요구 수용이 늘어난 만큼, 카드론 차주들의 이자부담은 어느 정도 경감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카드대출(단기 현금서비스+장기 카드대출, 전업 카드사 8곳 기준) 잔액은 44조6650억원으로 지난해 말(41조5530억원)보다 7.5% 증가했다. 이는 금감원이 관련 통계를 추산하기 시작한 지난 2003년 이후 가장 많은 것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카드론은 38조7880억원으로 같은 기간 8.2% 늘어났으며, 현금서비스는 5조8760억원으로 2.8% 증가했다.
카드대출 규모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은 경기침체로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진 데다, 강화된 대출 규제로 인해 은행·저축은행 등의 대출 문턱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카드사의 경우 신용등급이 낮아 1금융권 이용이 어려운 서민들의 급전 창구로 꼽힌다.
최근 시장금리가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장기간 고금리 상황이 지속된 만큼 카드대출 차주들의 이자 부담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카드대출 연체율은 지난 2021년 말 1.9%에서 2022년 말 2.2%, 2023년 말 2.4%에 이어 올해 8월 말 기준 3.1%까지 상승했다.
연체 금액 또한 올해 8월 말 기준 1조3720억원으로 전년 동월(1조2220억원) 대비 12.5% 불어났다. 이는 카드 사태가 발생한 지난 2003년(6조600억원)과 2004년(1조9880억원)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카드론 급증에 따른 이자부담으로 금리인하요구도 늘어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비씨카드)에 접수된 금리인하요구 신청은 총 28만124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3만4966건)보다 20%가량 늘어났다.
다행인 점은 금리인하요구가 크게 늘었음에도 카드사의 수용률은 오히려 소폭 상승했다는 점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카드사의 금리인하요구 수용률은 62.1%로 전년 동기 대비 1%p 상승했다. 금리인하요구가 1년 만에 4만6천건이나 늘어났음에도 수용률이 개선됐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금리인하요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계신용대출로 한정하면, 총 27만3309건의 금리인하요구 신청 중 16만9046건이 받아들여져 61.85%의 수용률을 기록했다. 8개 카드사가 감면한 가계신용대출 이자는 총 51억7700만원(가계담보 및 기업대출 추가 시 55억3600만원)으로 집계됐다.
카드사 중 금리인하요구를 가장 적극적으로 수용한 곳은 롯데카드였다. 롯데카드는 총 1만6486건의 금리인하요구 신청(가계신용대출 기준) 중 1만3169건을 수용해 82.61%의 수용률을 기록했다. 8개 전업카드사 중 가계신용대출 금리인하요구 수용률이 80%를 넘은 곳은 롯데카드뿐이다.
국민카드가 73.66%로 2위를 차지했으며, 그 뒤는 현대카드(72.84%), 신한카드(72%), 비씨카드(63.81%) 등의 순이었다. 우리·하나카드는 각각 59.96%, 59.22%로 평균을 밑돌았으며, 삼성카드는 47.81%로 수용률이 가장 낮았다.
다만 삼성카드의 낮은 수용률은 금리인하요구 신청이 가장 많이 접수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삼성카드의 상반기 금리인하요구 신청건수는 10만4924건(가계신용대출 기준)으로 전체 신청건수의 38.4%를 차지한다.
금리인하요구 신청이 많은 만큼 감면해준 이자 규모는 삼성카드가 가장 크다. 삼성카드는 올해 상반기 15억3743만원의 가계신용대출 이자를 감면해줬다. 이는 전체 감면액(51억7655만원)의 29.7%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현대카드도 11억8237만원의 가계신용대출 이자를 감면했으며, 그 뒤는 신한카드(7억9161만원), 롯데카드(7억4723만원), 우리카드(3억9586만원), 국민카드(3억3077만원), 하나카드(1억5252만원), 비씨카드(3876만원) 등의 순이었다.
금리를 가장 큰 폭으로 깎아 준 곳은 우리카드였다. 우리카드의 가계신용대출 금리인하 폭은 올해 상반기 기준 1.25%p로 8개 전업카드사 중 가장 컸다. 금리인하 폭이 1%p가 넘는 곳은 전체 카드사 중 우리카드가 유일하다. 현대카드와 롯데카드가 각각 0.78%p, 0.76%p로 뒤를 이었으며, 그 다음은 삼성카드 0.69%p, 신한카드 0.64%p, 국민카드 0.60%p 등의 순이었다. 하나·비씨카드는 각각 0.13%p, 0.12%p로 인하폭이 0.1%대에 머물렀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지난 7일 제6차 공정금융 추진위원회를 열고 대출이용자의 금리인하요구권 안내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현재 각 금융회사는 금리인하요구권의 개념, 신청요건, 대상상품, 신청방법, 결과통지, 유의사항 등 금리인하요구권의 주요내용을 자사 홈페이지 등에 상시적으로 안내하고, 대출계약 시 및 대출기간 중에도 안내하고 있다.
금감원은 금리인하요구 신청요건을 구체적·포괄적으로 안내하고 신청이 불가능한 것으로 오인할만한 단정적 표현을 배제하는 한편, 알림톡, SMS 등 차주의 접근이 용이한 매체를 통해 금리인하요구권을 안내하는 등의 개선방안을 마련해 4분기 중 시행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서민의 이자 부담 등을 감안할 때, 대출이용자가 금리인하요구권에 대해서 보다 잘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안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라며 “금융업권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서 차주가 금리인하요구권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신청요건 등에 대한 안내를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리인하요구 안내 강화와 동시에 관련 통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리인하요구권을 더 적극적으로 안내하는 카드사일수록 오히려 신청건수가 늘어나 수용률이 하락해 고객의 요구를 외면하는 기업으로 비판받을 위험이 있기 때문. 차주의 신용상태 및 초기 대출금리 등 서로 다른 금리인하요구 신청 조건을 고려해 세부적으로 수용률 및 이자감면액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임해원 기자
저작권자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 많은 기사는 '이코리아'(http://www.ekoreanews.co.kr/)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성·LG전자 3분기 잠정실적 ‘어닝쇼크’, 향후 전망은? (0) | 2024.10.08 |
---|---|
[2024 금융권 국정감사 ②] 증권가, ‘밸류업’. ‘금투세’ 등 자본시장 이슈에 눈길 (0) | 2024.10.08 |
국감 오른 신재생에너지 보급, 출력제어 의무화 주목 (13) | 2024.10.08 |
중국산 시멘트 수입, 국내 친환경 시멘트 설 자리 잃나 (1) | 2024.10.07 |
[2024 금융권 국정감사 ①] 은행, 국감 화두는 '내부통제 부실'·'가계대출 폭증' (0) | 2024.10.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