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산업통상자원부의 국정감사에서 발전소 가동을 멈추는 '출력 제어' 이슈가 도마 위에 올랐다. 재생에너지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출력 제어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회 산자위 강승규 의원은 7일 산업통상자원부 국감에서 “현재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출력 제어가 의무화돼 있지 않다. 약 8000개의 재생에너지 발전소에서 실제 출력 제어가 가능한 발전소는 120여개 정도”라며 “재생에너지 비중이 20~30%까지 늘어나면 공급이 수요를 초과할 때 출력 제어가 되지 않아 블랙아웃이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간 대규모 출력 제어는 섬 지역인 제주에서만 이뤄졌는데, 올해는 전라남도에서도 두 차례 발생했다. 이처럼 제주와 전남 등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이 크게 늘면서 출력제어 조치가 점점 잦아지고 있고, 향후에도 갈등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강 의원은 이어 “지난 5년간 출력제어가 안 돼서 실패한 발전량이 약 5000메가와트 가량 된다. 호남 지역의 경우 발전이 가능한데도 공급을 못하고 있다”며 “전문가들은 지금 우리도 재생에너지를 제대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출력제어 등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전적으로 동감한다”면서도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에 대해서는 출력 제어 의무가 부과되고 있지만 70%가 넘는 기존 설비에 대해서는 (의무화 적용이) 안 돼 있다. 질서 있는 출력제어를 위해 여러 가지 형태로 보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미 관련업계에서는 외국의 재생에너지 출력제한에 대한 보상기준을 참고해 출력조절에 대한 보상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재생에너지 강국인 덴마크는 이런 전력 수급 불균형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지난해 5월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가 주최한 '덴마크 재생에너지 현황과 출력조절에 대한 보상정책' 토론회의 자료에 따르면 덴마크는 1995년까지만 해도 화석연료 에너지 비중이 96%에 달했다. 그러나 꾸준한 에너지전환 정책 실행 결과 2020년 기준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81.6%에 달하는 신재생에너지 강국이 됐다. 또 2030년까지 발전부문에서 재생에너지 비중 10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클라우스 윈터 에네르기넷 부사장은 이 자리에서 출력조절 축소비용 절감 및 형평성 제고를 위한 제언으로 “출력조절 보상 및 예상 규모에 대한 투명성 확보는 투자자의 사업 개발 및 사업성 판단에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운영 솔루션 도입을 통해 기존 계통 사용을 최적화하고 향후 출력 조절을 사전에 줄이기 위해 연계 위치 및 솔루션에 대해 충분한 이해관계자와의 대화를 해야 한다”며 “미래 에너지 시스템 요구사항에 맞추어 요금, 계통계획, 연계 관련 규제 조정, 기술중립적 솔루션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시장 차원의 해결방안으로 △위치신호 제공 및 실제 연계비용을 반영한 요금제 개편 △계통 혼잡 해결을 위해 '지역 유연성 자원거래시장(LFM)' 도입 △기술중립적 시장 인센티브에 기반한 저장 등을 제시했다.
우리나라는 탄소중립 목표,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를 급속도로 확대해 나가야 하는 상황인데 낡은 전력시장 구조가 그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은 이미 여러 전문가들이 지적한 바 있다.
앞서 지난 2022년 열린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차기 정부에서의 전력시장 제도 개선방향’ 세미나에서도 이태의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출력제한 이슈에서는 풍력 및 태양광사업자들에게 출력제한에 대한 보상체계를 마련해 단기적인 관점에서의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나아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전력시장 제도 개선 방안은 전력 안보가 동반된 형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제주도는 재생에너지 출력제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총량제 도입 등을 검토하면서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다만 이러한 대처는 재생에너지 중심 전력계통으로의 전환을 저해하고 더 나아가 탄소중립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기후솔루션은 지난 2022년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제주도가 현상을 유지하는 시나리오에서 2034년 기준 최대 5.7%(0.2조 원)의 총 시스템 비용만 투입되면 재생에너지 출력제한율을 3%로 유지하면서도 ‘카본프리아일랜드 2030’(CFI 2030)목표 달성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기후솔루션은 “재생에너지 출력제한율이 19.2%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현상유지 시나리오에서의 총 시스템 운영비용은 2034년까지 3.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때 2034년까지 총 시스템 비용의 5.7% 수준의 추가적인 비용을 투입하여 동기조상기와 저장장치를 도입한다면 출력제한율을 3.0%로 유지하면서도 CFI 2030 목표 달성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분석했다.
기후솔루션은 이런 합리적 시나리오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유연성 자원이 충분히 도입되지 못하는 이유가 재생에너지와 유연성 자원의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지 않는 현재 전력시장계통 운영 방식에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솔루션은 “현재 제주도에서는 전력 공급 시 화력발전기와 육지에서 전력을 끌어오는 연계선 용량부터 먼저 고려하고 남는 수요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경직된 방식으로 전력계통을 운영한다”며 “이런 운영규칙 아래서 한전 발전자회사가 소유한 화력발전 설비는 적정 수익까지 보장받아 제주도의 발전믹스 구성 시 우선 고려되는데 그 영향으로 재생에너지의 시장 참여가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 방향에 대한 제언으로 “정부가 저장장치 및 동기조상기와 같은 유연성 자원이 확대 보급될 수 있도록 이러한 자원에 대한 실효성 있는 보상체계를 마련함으로써 재생에너지 출력제한량을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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