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온디바이스 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가 첫 공개 4개월 만에 공식 출시됐다. 애플은 현지시간 28일 iOS 18.1, 아이패드 OS 18.1, 맥 OS 세쿼이아 15.1 업데이트를 통해 새로운 애플 인텔리전스 기능을 선보였다.
팀 쿡 애플 CEO는 이번 출시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경험 및 도구를 선사하며 사용자가 수행 가능한 작업의 지평을 확장한다"고 강조하며, AI가 일상 속에서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도 사용자의 경험을 증대시키는 핵심 도구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애플 인텔리전스가 언어 이해 및 이미지 생성 등 다양한 AI 기능을 기반으로, 글쓰기 도구, 알림 요약, Siri 개선, 사진 클린업 기능 등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글쓰기 도구의 경우 메일, 메시지, 메모 등 글 작성이 가능한 대부분의 앱에서 편집과 교정을 도와준다.
아이폰 최초로 통화녹음 기능이 탑재된 점도 주목받는다. 통화 중 녹음을 시작하면 통화 당사자들에게 녹음 중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며, 통화가 끝나면 자동으로 내용을 요약한다.
또 사진 앱에서는 사용자가 내용 설명이나 키워드를 통해 사진을 검색할 수 있으며, 불필요한 물체를 제거하는 클린업 기능과 알림 요약을 통한 정보 정리 기능 역시 포함되어 있다.
음성 비서 시리(Siri)의 기능도 강화되어 이용자가 말을 더듬더라도 이를 인식하며, 이전에 했던 대화의 맥락을 파악할 수도 있다. 오는 12월에는 IOS 18.2 업데이트를 통해 오픈 AI의 챗 GPT를 시리와 쓰기 도구에 통합할 예정이다.
다만 현 시점에서 시리의 AI 기능은 현재 미국 영어로만 제공된다. 애플은 연내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영어권 국가로 지원을 확대하고 내년에는 한국어, 중국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일본어 등 더 많은 언어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애플 인텔리전스의 출시로 삼성전자와 구글을 포함한 글로벌 기업들과의 AI 스마트폰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삼성은 올해 초 갤럭시 S24와 갤럭시 AI를 선보였으며, 구글은 픽셀 9를 통해 AI 스마트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오포,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 역시 AI 스마트폰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해외 기술매체에서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테크레이더(TechRadar)는 애플 인텔리전스의 초기 업데이트에 대해 "잠재력은 크지만 초기 성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테크레이더는 시리의 시각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복잡한 명령에 대해 단순 웹 검색 결과를 제시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으며, 사진 클린업 기능 역시 단순 편집 도구에 불과해 삼성의 갤럭시 AI나 구글 제미나이가 제공하는 창의적인 이미지 생성 도구와 비교해 기능적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테크레이더는 "AI는 애플에게 장기전이 되어가고 있다"라며, 12월에 예정된 추가 업데이트가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리와 챗 GPT의 통합, 이미지 플레이그라운드, 젠모지 등의 기능이 추가되면 애플 인텔리전스의 활용도가 크게 확장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포브스는 27일 애플과 삼성의 AI 전략을 비교하며, 두 회사의 AI가 각기 다른 강점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은 갤럭시 Z 폴드6와 갤럭시 Z 플립6를 포함한 다양한 갤럭시 모델에 갤럭시 AI 기능을 확장하며 프리미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포브스는 이를 두고 "클라우드와 온디바이스 AI 간 균형을 맞춘 실용적인 접근"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기술적으로 구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점이 약점으로 뽑혔다.
애플의 경우 'PCC(Private Cloud Compute)'를 통해 온디바이스 AI와 클라우드 AI의 한계를 넘는 새로운 보안 표준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했다. 포브스는 "애플의 AI 전략은 단순한 기능 제공을 넘어 사용자의 데이터를 보호하는 방식에서 경쟁사와 차별화된다"며, 독립 보안 검증 시스템을 통해 사용자 신뢰를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소비자들은 스마트폰 탑재 AI보다 다른 기능을 더 중시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해외 기술매체 씨넷(CNET)이 미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이용자의 25%는 AI에 큰 관심이 없으며, 배터리 수명이나 메모리 용량 등의 요소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61%가 배터리 수명 연장을 가장 중요한 스마트폰 업그레이드 이유로 꼽았고, 46%는 더 큰 저장 공간을 선호했으며, AI 통합을 주요 업그레이드 요인으로 꼽은 응답자는 18%에 불과했다.
또 씨넷은 45%의 응답자는 AI 기능 사용을 위해 추가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들어, 스마트폰의 AI 서비스가 유료화될 경우 AI 스마트폰을 통한 수요 확대가 더 힘들 것이라고도 바라봤다.
미국의 소비자들은 이미 매달 구독 서비스에 평균 91달러를 지출하고 있으며, 월별 구독 요금을 또 추가하는 것은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AI 기능 경쟁 외에도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기본적인 성능 개선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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