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기금(WWF)이 지속가능한 식생활 확산과 환경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식물성 음식 재료들을 선정했다.
지난해 가장 주목받았던 과일은 사과다. 기후변화로 사과 생산이 평년 대비 30%를 밑돌면서 사과값 폭등으로 금 사과로 불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후변화뿐 아니라 특정 품종의 독점으로 가져온 결과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동혁 농촌진흥청 사과연구센터장은 “후지가 만생종으로 여러 가지 병해충 분야에서 취약한 부분도 있다. 단일품종에서 피해를 받는다면 국내에서 사과 수급에 당연히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단일품종의 확대는 시장 불안을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양한 품종 재배는 지속 가능한 먹거리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인 것이다. 이에 세계자연기금은 이마트, 서울대학교 연구진과 함께 ‘K-퓨처푸드(K-Future Foods: 한국의 지속 가능한 먹거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국내 음식 재료의 환경적 영향과 소비 현황, 영양적 가치를 고려해 52개의 지속 가능한 식물성 음식 재료를 선정했다.
우리나라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면서 국민의 건강을 개선할 수 있는 먹거리를 찾는다는 것은 중요하다. 식량은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지만,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환경 파괴가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식량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약 27%를 차지하며, 식량 생산과 소비의 75%가 쌀, 밀, 옥수수 등 열두 가지 작물과 소, 닭, 돼지 등 다섯 가지 동물 종에 집중되어 있다.
세계자연기금은 이러한 편향적인 식량 생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구 기반 식생활(Planet-Based Diets)’로 전환하도록 제안한다. 지구 기반 식생활은 생산의 전 단계 및 유통 과정까지의 온실가스, 야생동물 개체 수, 농업용 토지 사용 전환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자연환경의 회복력을 높여 생물다양성 보전에도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 설명한다.
K-퓨처푸드는 농업 생물다양성, 영양 밀도, 환경 영향, 한국인의 식문화 수용성, 가격 적정성 등의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됐다. 식품의 영양소별 1일 권장량을 백분율로 환산해 영양 순위가 가장 높은 식재료 5가지는 시금치, 고춧잎, 귀리, 들깻잎, 무청 순이다. 이 가운데 부산물로 여겨져 잘 먹지 않는 고춧잎은 52개 식재료 중 미역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칼슘 함량을 포함한 천연 칼슘제로 평가됐다.
대표적 곡물로는 귀리와 수수가 선정됐다. 귀리와 수수는 식이섬유와 단백질이 풍부해 영양 밸런스가 뛰어난 식재료로 평가됐다. 대두는 육류를 대신할 수 있는 고단백 식품이며, 땅콩은 필수 아미노산과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해 혈중 콜레스테롤 개선에 도움이 되는 식품이다. 브로콜리와 늙은호박은 영양이 풍부하면서도 물발자국과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어 환경 부담이 적은 식품으로 꼽혔다.
파래, 톳, 미역과 같은 해조류는 수중 환경 정화에 기여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을 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흡수 효과가 뛰어나 기후변화 완화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파래는 생명력과 적응력이 강해 열대지역부터 극지대까지 서식하며 기후변화에 민감한 해양 생태계에서도 자생할 수 있는 식재료로 평가됐다.
박민혜 한국WWF 사무총장은 “소비자가 지속가능한 제품을 선택하면 기업의 변화를 촉진할 수 있고, 기업은 책임감 있는 생산과 유통을 통해 지속가능한 식량 시스템 구축에 기여할 수 있다”라며 “K-퓨처푸드가 지구와 사람 모두를 위한 변화에 중요한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를 함께 작성한 이마트는 세계자연기금과 지난 2022년부터 ‘상품 지속가능성 이니셔티브(PSI)’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플라스틱 포장재 감축 및 원재료 소싱 등의 부문에서 지속가능한 상품 공급망 구축을 위해 협력해오고 있다.
전상진 이마트 지원본부장은 “금번 K-Future Foods 52 프로젝트는 이마트의 2050 넷제로를 향한 여정의 일환”이라며 “이마트는 지난 2022년 업계 최초로 넷제로 보고서를 발간, ‘2050 넷제로’ 달성을 선언했다. 이를 위해 이마트는 에너지 운영 효율 개선, 고효율 설비 투자 및 신재생 에너지 확대, 업무용 차량의 전기차 전환(EV 100) 등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등 유통사로서의 소명을 가지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다양한 노력과 협업을 꾸준히 이어가도록 하겠다”
세계자연기금과 이마트는 함께 다양한 홍보 채널에서 지속가능한 식생활의 중요성을 알릴 계획이다. 오는 11월 3일 스타필드 고양에서 열리는 ‘쓱데이’ 행사에서는 K-퓨처푸드 52 오픈 토크쇼가 진행되며, ‘흑백요리사’ 최현석 셰프와 방송인 줄리안, 송길영 작가 등이 참여해 지속가능한 식재료에 대한 강연과 푸드쇼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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