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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명태균 게이트' 둑 무너졌다... 언론, "대통령 결자해지 필요"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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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공천 관련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녹취파일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명태균 녹취록’이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급기야 윤석열 대통령의 통화 녹음까지 공개되면서 언론은 윤 대통령이 직접 결자해지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1일, 윤 대통령이 취임 전날이자 재보궐선거를 한 달여 앞둔 지난 2022년 5월 9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나눈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명씨에게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것은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했다. 이에 명씨는 “진짜 평생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답했다. 

 

명씨와 당정 관계자 간의 통화 녹취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28일에는 김영선 전 의원의 회계담당자이자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의 부소장이었던 강혜경씨가 명씨와의 통화 녹취를 공개했다. 강씨에 따르면, 명씨는 지난 2022년 5월 2일 강씨에게 전화를 걸어 “여사에게 전화가 왔는데, 김영선 의원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 지난달 15일에는 명씨가 지난 2021년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강씨에게 “윤석열을 좀 올려서 홍준표보다 2% 앞서게 해달라”며 여론조사 조작을 지시하는 듯한 통화 내용이 공개되기도 했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보도된 명태균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 연이은 ‘명태균 녹취록’ 폭로에 ‘공천개입’ 의혹 확산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명태균’을 검색하자,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총 1518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날짜별로 보면, 민주당이 명씨와 윤 대통령 간의 통화 내용을 공개한 지난달 31일 가장 많은 586건의 기사가 집중 보도됐다.

 

명태균 녹취록 관련 보도에 가장 자주 등장한 연관 키워드는 ‘윤석열’ 대통령의 이름이었으며, 그 뒤는 ‘김영선’ 전 의원, ‘김건희’ 여사, ‘더불어민주당’ 등의 순이었다. 

 

‘공천 개입 의혹’ 또한 명씨 관련 보도에 자주 언급된 핵심 키워드 중 하나다. 언론은 윤 대통령과 명씨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이후 통화한 적이 없다는 대통령실의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났다며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으로 인한 논란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일보는 지난달 31일 기사에서 “대통령실은 그간 명씨에 대해 (당내 대선 경선) 이후 대통령은 명씨와 문자를 주고받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기억한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런 해명은 거짓으로 드러났다”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당시 윤 당선인과 명태균씨가 통화한 내용은 특별히 기억에 남을 정도로 중요한 내용이 아니었고, 명씨가 김영선 후보 공천을 계속 이야기하니까 그저 좋게 이야기한 것뿐”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대해서도 “대통령 취임 이전이라면서 명씨와 나눈 대화의 의미를 한껏 낮춘 것”이라고 평하며 “대통령실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파장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 개막식에 참석해 축사를 위해 단상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언론, “尹, 국민 앞에서 결자해지 나서야...” 

 

‘명태균 녹취록’이 연이어 공개되면서 정국에 파장을 일으키자, 언론은 대체로 대통령실에 비판적인 논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일부 매체는 윤 대통령의 공천개입 의혹까지 불거진 만큼, 당사자인 윤 대통령이 직접 해명에 나서야 한다며 빠른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1일 사설에서 “잘 알려졌듯 윤 대통령은 2018년 2월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을 새누리당의 총선 공천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한 당사자”라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따라서 윤 대통령은 이게 얼마나 위험한 행위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터”라며 “듣기 좋으라고 그런 발언을 했다는 것 자체가 난감하고 어이없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안이한 용산의 인식과 달리 공천 개입 의혹은 빠르게, 심각한 국면으로 흘러가고 있다”라며 “대통령 내외의 대국민 사과도 더 이상 늦추기는 힘들게 됐다”고 덧붙였다.

 

문화일보 또한 이날 사설에서 “그동안의 대통령실 해명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라며 “대통령 당선인은 정치 중립 의무 대상 공무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부터 구차하다”고 지적했다.

 

문화일보는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급기야 10%대로 떨어졌다. 가장 중요한 요인이 김 여사 문제라는 게 더 뼈아프다”라며 “이미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윤 대통령 부부가 당시 상황에 대해 정직하게 국민 앞에 직접 해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게 결자해지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수사 및 특검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겨레는 지난달 31일 사설에서 “(야당의) 주장대로라면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규정한 헌법과 공직선거법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자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라며 “이제 수사를 통해 밝히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이어 “검찰 정권에서 ‘충견’이 된 검찰보다 중립적 특검이 수사해야 국민이 납득할 것”이라며 “윤 대통령도 더 이상 대통령실 직원들도 믿지 않을 해명을 늘어놓지 말고, 스스로 특검 수사를 자청하고 협조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강조했다.

 

경향신문 또한 “대통령 부부를 업고 명씨라는 비선이 선거·국정까지 활개친 정황이 쏟아지는 와중에, 윤 대통령 육성까지 공개됐다는 건 ‘명태균 게이트’의 둑이 무너졌음을 뜻한다”라며 “틀어막기 시도나 어설픈 해명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은 노도처럼 일어나는 국민적 공분 앞에서 명씨와 김 여사의 의혹 전모를 소상히 밝히고, 특검 수사를 자청하는 것 외에 달리 길이 없다”며 “지금이 자칫 통치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는 비상시국임을 직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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