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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국제사회 비판에도 화석연료 투자하는 韓 공적금융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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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에 모인 캠페이너들이 화석연료 금융 중단 협상을 막고 있는 한국을 형상화 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사진=기후솔루션

최근 한국이 해외 화석연료 사업에 대한 공적금융 제한 문제로 국제사회의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19일 기후솔루션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캐나다에 이어 세계 2위로 많은 공적금융을 신규 화석연료 사업에 지원하고 있다. 특히 2020년 말 탄소중립 선언 이후에도 해외 화석연료 투자액을 대폭 늘렸다. 

 

올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의 관련 투자 규모는 2017~2020년 약 4조3218억 원에서 2021~2024년 20조3537억 원으로 40% 증가했다. 이는 캐나다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투자 확대로 한국은 국제적 기후 목표를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출신용 정례회의를 포함한 글로벌 협상에서 한국의 입장이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월 개최된 OECD 수출신용 정례회의에서 협약 참가국 대부분이 찬성함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튀르키예가 발목을 잡는 바람에 불구하고 협상이 결렬된 사실이 드러났다. 

 

OECD 수출신용협약은 현재 공적금융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지원을 금지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금지 대상을 화석연료 에너지 전반으로 확대하려는 추세다. 협약이 개정되면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외에도 석탄·석유·가스 채굴과 생산, 운송, 정제, 전력생산 등 화석연료산업에 참여한 기업까지 공적금융 지원을 받기 어렵다.

 

이로 인해 이번 프랑스 파리에서의 OECD 회의에서는 시민단체들이 대규모 항의 시위를 벌였다. ‘스톱 토탈’(Stop Total, 토탈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석유 기업), 350.org, 르 브루퀴 코트(Le Bruit Qui Court) 등은 “한국의 투자 행보가 프랑스 석유기업 토탈 에너지스의 모잠비크 LNG 사업을 지원하며 대규모 온실가스 배출과 지역 사회 피해를 야기한다”며 비판했다.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열리고 있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앞서와 같은 이유에서 한국이 사상 첫 ‘오늘의 화석상’ 1위의 불명예를 안은 것이다. ‘오늘의 화석상’은 세계 150개국 2000개 넘는 기후환경 운동단체의 연대체인 ‘기후행동네트워크(Climate Action Network-International)’가 COP 기간 중 하루에 한번 꼴로 기후협상을 늦춘 국가를 선정해 수여하는 불명예 상으로 1999년부터 시작됐다. 한국은 지난해 3위로 처음 수상국 명단에 오른 바 있다.

 

이날 시상식 사회를 맡은 기후행동네트워크의 케빈 버크랜드 활동가는 “현재 파리에서 OECD 협상 중인 37개국 가운데 30개국은 이미 화석연료 금융제한에 동참했지만 오늘의 수상자(한국)가 이를 제지하고 있다. 9월에 유출된 (한국) 정부 문서는 (한국) 정부가 어떻게 건설적이지 못한 협상 전략을 취하고 있는지 드러냈다”며 “BTS나 삼성, 삼겹살(Korean BBQ)이 한국을 트렌드 선도국으로 만들지 모르겠지만, 화석연료 금융에 있어서 한국은 여전히 과거에 머무는 중”이라고 1위 수상 배경을 밝혔다.

 

한국 시민사회도 국제적인 압박에 호응하며 변화를 촉구했다. 기후솔루션, 환경운동연합, 그린피스 등 4개 시민사회단체들은 19일 서울 여의도 한국 수출입은행 앞에서 한국 정부가 공적금융 제한에 나설 것을 요구하며, 화석연료 사업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린피스 양연호 캠페이너는 “정부가 OECD 협상에서 액화가스(LNG) 사업에 대한 금융 지원 중단에 반대 입장을 취하는 것은, 메탄 배출을 줄이겠다는 국제적 약속과 책임을 외면하고,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천명한 행위이다. 정부는 가스 중독에서 벗어나, 전향적인 자세로 탈화석연료를 향한 국제 협력에 참여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 배슬기 에너지기후팀 활동가는 “전 세계적으로 화석연료 대비 재생에너지 신규 투자 규모는 2020년에서 2022년 사이에 1.7배로 늘어난 것처럼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가장 평범한 흐름이 되었다. 특히 공적금융 중단은 기후재난의 위기감이 유례없이 고조되는 오늘, 탄소배출과 조절에 책임이 있는 정부가 당연히 내려야 할 결정이다. 한국은 탄소국경제의 일원으로서 국제 사회와 협력하여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또한 OECD 회원국으로서 그 이름에 걸맞게 화석연료 투자를 지원하는 정책을 과감히 중단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재생에너지 전환에 앞장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기후솔루션 홍영락 연구원은 “가스 수요 감소와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은 예정된 현실이자 국제적 흐름”이라며 “한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은 녹색 기술·산업 성장의 시급한 과제를 위해 신규 화석연료 금융을 제한하고, 녹색 투자로 선회해 나가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OECD 수출신용협약 개정안은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 공적 금융의 전환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며 “한국이 OECD 수출신용협약 개정안 합의에 적극적으로 찬성할 것”을 촉구했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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