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KB손해보험의 첫 내부 출신 최고경영자(CEO)인 구본욱 대표가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있다. 실적 개선과 고객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성공적인 임기 첫해를 보냈지만, 제도 변화로 인해 보험업계 전반에 가중되고 있는 건전성 관리 부담은 숙제라는 의견도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7400억원으로 전년 동기(6804억원) 대비 8.8% 증가했다.
올해 주력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로 주춤했음에도 KB금융그룹이 안정적으로 실적을 관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해온 KB손보를 비롯한 비은행 계열사의 활약이 있다. 국민은행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조6179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8554억원) 대비 8.3% 감소했지만, KB금융지주 전체 순익은 같은 기간 4조3520억원에서 4조3699억원으로 0.4% 증가했다.
KB증권(5468억원, 51.4%), KB국민카드(3704억원, 36%) 등 비은행 계열사의 약진으로 은행의 부진을 메웠지만, 그 중에서도 KB손보가 가장 많은 순이익을 거두며 돋보이는 활약을 보였다. 실제 이 기간 KB금융 비은행 부문 기여도는 37%에서 44%로 높아졌는데, KB손보의 기여도는 비은행 계열사 중 가장 크다.
특히, 본업인 보험부문에서의 성장이 눈에 띈다. 단순 순이익으로만 보면 KB손보의 성장률은 손보업계 ‘빅5’(삼성화재·DB손해보험·메리츠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 평균(18.4%)에 미치지 못하고, 4위 현대해상(1조464억원, 33.1%)과의 격차도 오히려 벌어졌다. 하지만 새 회계제도 도입 후 보험사의 수익창출력을 평가하는 대표적 지표로 떠오른 보험계약마진(CSM)의 경우 3분기 기준 9조3050억원으로 연초 대비 9.2%(7870억원) 증가했다. 구 대표 취임 후 CSM 증가율이 KB손보보다 높은 손보사는 ‘빅5’ 중 단 한 곳도 없다.
KB손보는 올해 실적 성장과 함께 고객 보호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6일 발표한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 결과’에 따르면, KB손보는 지난 2022년 평가(보통) 대비 한 단계 높은 ‘양호’ 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회사의 소비자보호체계를 종합 평가하는 이번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는 은행·생보·손보·증권·여전·저축은행 등 전체 금융업권을 대상으로 실시됐는데, 평가 대상인 26개사 중 ‘양호’ 등급을 받은 것은 KB손보를 비롯해 삼성화재, 현대캐피탈 등 3곳 뿐이다.
올해 초 취임한 구본욱 KB손보 대표는 취임 후 첫해인 올해 실적과 소비자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성공적으로 첫 임기를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 대표는 KB손보의 전신인 럭키화재에 입사한 뒤 KB손해보험에서 경영전략본부장 상무, 경영전략본부장 상무, 경영관리부문장 전무, 리스크관리본부장 전무 등을 지내다 부사장을 건너뛰고 대표로 발탁된 인물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3년간 KB손보의 실적 성장을 이끈 김기환 전 대표가 연임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재무통인 구 대표를 ‘깜짝’ 발탁하며 세대교체를 선택했다. ‘양종희 색깔’을 대표하는 구본욱 대표가 임기 첫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만큼, 향후 양종희 회장의 인사도 힘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아직 ‘빅5’ 상위권 경쟁사들과의 격차가 여전한 데다, 손보업계 전반에 걸쳐 가중되고 있는 건전성 관리 부담을 해소해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있다. 실제 금융당국이 보험사들의 실적 부풀리기 방지를 위해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산출 방식 등과 관련된 제도 개선에 나서면서 손보사들의 지급여력(K-ICS, 킥스)비율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KB손보 또한 지급여력비율이 9월말 기준 204.5%로 전년 말(215.9%) 대비 11.4%포인트 감소한 상태다. 성공적인 임기 첫해를 보낸 구 대표가 건전성 관리 부담을 해소하고 4위권과의 격차를 좁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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