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시스
[이코리아] 탄핵 정국으로 연내 통과가 불투명하던 주요 ICT 법안들이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과기정통부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단통법 폐지안(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과 AI 기본법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 디지털포용법 제정안 등 주요 ICT 법안들이 통과되었다고 밝혔다.
이 중 가장 주목받는 법안은 단통법(단말기유통법) 폐지 법안이다. 이날 통과된 단통법 폐지안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공포 후 6개월이 지난날부터 시행된다.
단통법은 지난 2014년 제정된 법안으로, 요금제와 연계된 휴대전화 보조금의 차등 지급을 금지해 휴대전화 판매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취지로 시행되었다. 통신사의 과도한 보조금 경쟁으로 인해 소비자의 정보력에 따른 차별이 발생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단통법이 시행된 후 이로 인해 시장 경쟁이 약화되고 독과점 체계가 고착화되는 원인이 되었다는 비판이 이어지며 최근 정부는 국민의 통신비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로 단통법 퍠지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방통위는 단통법의 폐지로 이동통신사의 단말기 지원금 공시의무와 유통점의 추가지원금 상한(공시지원금의 15% 이내) 규제가 폐지되어 사업자 간 지원금 경쟁이 활성화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었다고 밝혔다. 또 가입유형·요금제에 따른 부당한 지원금 차별을 금지하는 규정이 사라져 사업자가 이용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의 마케팅 전략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도 덧붙혔다.
과기정통부 유상임 장관은 “사업자 간 자유로운 지원금 경쟁을 촉진하여 국민의 휴대전화 단말 구입 부담을 완화하면서, 법 폐지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겠다”라며, “단말기 유통법 폐지와 함께 통신비 인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알뜰폰 사업자의 경쟁력 강화, 중고폰 거래 활성화 등 국민의 가계통신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을 지속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뉴시
다만 시민사회에서는 그동안 단통법 폐지에 반대해오던 목소리도 만만찮았던 만큼, 단통법 폐지로 인한 부작용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참여연대는 지난 10월 단통법 폐지로 가계통신비가 낮아질 것이라는 정부와 여당의 주장을 "대국민 사기"라고 강하게 비판하는 논평을 냈다. 참여연대는 가계통신비를 근본적으로 낮출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추진되지 않은 채 단통법 폐지만 추진할 경우 오히려 시장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새로운 신규가입자를 기대하기 어려운 포화상태의 이통3사 독과점 체제에서는, 단통법을 폐지해 보조금 상한을 없애더라도 이통3사가 앞다투어 보조금 경쟁에 나설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최근 통신 3사는 AI 통한 AX 전환을 내세워 AI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만큼, 과거처럼 보조금 경쟁을 통한 이용자 확보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한 이통사 간 마케팅 경쟁이 다시 벌어질 경우, 자금력이 부족한 알뜰폰의 경쟁력이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유통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던 상황이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지난달 성명을 통해 현재의 단통법 폐지안은 지난 10년간 유통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문제점들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결과라고 유감을 표했다. 협회는 그동안 유통업계가 단통법 제정으로 인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어왔으나 이번 폐지안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나 개선책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으며, 여야 간의 담합과 성과주의에 기반한 졸속 행정의 결과로 보여진다고 비판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27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단통법 폐지에 따른 시장 변화는 실제 시행 이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단통법 폐지가 이동통신 시장에서 경쟁 효과를 가져올지는 시행 이후 시장 반응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단통법 폐지의 실질적인 효과는 삼성 갤럭시 S25가 출시될 내년 초가 되어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알뜰폰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알뜰폰 사업자들이 대형 이동통신사와 경쟁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도매 대가 인하를 통한 정책 지원보다는 알뜰폰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국회에서 논의 중인 알뜰폰 사업자 지원 법안이 통과될 경우, 단통법 폐지로 인한 부작용을 일부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단통법 폐지에 따른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하위 법령에 담겨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단말기 지원금과 차별 금지 조항에 대한 세부 내용은 하위 법령을 통해 구체화되어야 하는 부분이다."라며, "하위 법령이 마련되어야만 시장의 반응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범석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변호사는 27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이번 법안 통과해 대해 "가계에 부담이 되는 통신비를 근본적으로 낮출 수 있는 제대로 된 대책 없이 단지 단통법 폐지만으로는 부담을 낮출 수 없다."라고 비판하며 현 상황에서는 이통사들의 보조금 경쟁도 일어나지 않고 정보에 빠른 일부 이용자들에게만 보조금이 편중되는 등 대다수 국민들은 여전히 높은 가계통신비 부담에 허덕이는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한 변호사는 실제로 가계통신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요금제의 적정성 심사제, 보편요금제와 같은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이미 투자비를 회수하고 막대한 폭리를 취하였음에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LTE 요금제와 도입 된지 5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불완전한 5G 서비스 등 통신사들이 운영중인 현행 요금체계를 들여다보고, 적정 여부를 심사해 재산정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현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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