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셜 미디어 'X' 갈무리
[이코리아] 뉴욕 지하철 승강장에서 시민들이 벽에 등을 대고 열차를 기다리는 사진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며 큰 관심을 모았다. 이는 최근 열차가 진입하는 순간 다른 사람을 선로로 밀치는 '서브웨이 푸싱'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벌어진 현상으로, 뉴욕 지하철의 불안한 치안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최근 잇따른 서브웨이 푸싱 사건으로 시민들 사이에는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한 시민은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7년동안 뉴욕에 살면서 큰 사건을 본 적이 없었는데, 최근에는 이런 일이 증가하고 있는 것 같다."라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또 다른 시민은 "승객들 사이에 두려움이 내재되기 시작했는데, 이는 도시나 승객들에게도 좋지 않다."라며 지하철에서 폭력적인 행동을 저지른 사람들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뉴욕 지하철의 승객 안전 문제가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31일에는 뉴욕 맨해튼 한복판 지하철역 승강장에서 한 20대 남성이 열차를 기다리던 다른 남성을 갑자기 밀치는 사건이 발생했으며, 지난해 3월에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해 피해자가 사망했다. 지난 2022년, 2023년에도 유사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며 미국에서 사회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지하철에서 발생한 중범죄는 573건으로 1997년 이후 가장 많은 상황이다.
= 캐시 호컬 주지사 누리집
뉴욕시는 지하철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안을 강화하고 정신건강 문제가 있는 노숙자들을 강제 입원시키는 방향으로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지난해 초에는 750명의 주 방위군 병력을 지하철에 배치했으며, 최근에는 무기 탐지 스캐너와 안전 펜스를 일부 역에 설치하는 등의 보안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 3일에는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가 뉴욕 지하철에서 이어지는 폭력 범죄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며 정신건강 문제가 있는 노숙자를 비자발적으로 입원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이 실질적인 문제 해결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비판도 나온다. 뉴욕 시민들과 정치권에서는 보다 근본적으로 지하철의 안전 시설 보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미국의 비영리 단체 어반 인스티튜트(Urban Institute)의 요나 프리마크 연구원은 지난해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MTA가 설치중인 단순한 금속 장벽을 매우 초보적인 접근 방식이라고 비판하며 플랫폼에서 트랙 구역을 완전히 차단하는 스크린도어와 같은 보다 정교한 솔루션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맨해튼 지역구 의원인 토니 시모네(Tony Simone)는 최근 뉴욕 지하철 시스템 전역에 안전 장벽을 설치하도록 요구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시모네 의원은 "지하철 안전은 필수적인 우선순위이며, 시스템 내의 안전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며 장벽의 설치가 승객 안전을 위한 중요한 조치임을 강조했다. 그는 혼잡통행료로 발생하는 수익을 안전 설비 개선에 사용할 것을 제안하며, "모든 승객들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최근 사건 이후 뉴욕에도 서울 지하철과 마찬가지로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2001년부터 스크린도어 설치가 완료된 2009년까지 연평균 지하철 내 자살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33.7명으로 집계되었으나, 설치가 완료된 2010년부터 2022년까지의 연평균 자살 사고 사망자 수는 0.1명으로 줄어들며 스크린도어에는 실제로 사망 사고 방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승강장의 미세먼지 농도가 18.9% 개선되고 소음 공해가 7.9% 줄어드는 등 환경 개선 효과 역시 나타났다.
뉴욕 지하철에서 스크린도어 도입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MTA(뉴욕 메트로폴리탄교통국)는 지난 2023년 1억 달러 규모의 시범 프로그램을 통해 세 곳의 지하철 역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설치가 예정된 역은 타임스퀘어 7호선 역, 3번가 L호선 역, 퀸스 E호선 역으로, 이 프로젝트는 JFK 국제공항 철도 '에어트레인'에 설치된 방식과 유사한 구조를 활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MTA가 지난 2020년 내놓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뉴욕 지하철 472개 역 중 스크린도어 설치가 가능한 역은 단 128개에 불과했으며, 전체 설치 비용은 약 70억 달러(약 10조 원)로 추산되었다. 게다가 뉴욕 지하철의 열차마다 문 위치가 각기 다르게 설계되어 있어 스크린도어와의 정렬이 어렵다는 기술적 한계도 드러났으며, 이에 따라 MTA는 2033년까지 문 위치가 동일한 새 열차를 도입하는 등 후속 대책을 수립할 예정이다.
해외에서도 스크린도어는 전 세계 지하철 안전 시스템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비즈니스 리서치 인사이트가 지난 12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스크린도어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3년 10억 8,000만 달러에서 2032년에는 21억 1,000만 달러로 두 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성장률(CAGR)은 7.72%에 달하며, 특히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아시아 지역이 주요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스크린도어가 승객 안전을 보장할 뿐 아니라 혼잡 시간대 승객 흐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소음 감소 및 역내 환경 개선에도 기여한다고 짚었다.
현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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