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제임스 박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2025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의 아시아태평양(APAC) 트랙에서 발표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롯데바이오로직스
[이코리아]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콘퍼런스인 ‘2025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가 지난 16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이번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는 빅파마들의 대규모 인수합병(M&A), 인공지능(AI)의 지배력 확대, 기술이전 및 신약 개발 전략이 두드러졌으며, 국내 기업들도 CMO·신약 개발·글로벌 확장 전략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했다.
22일 업계와 외신을 종합해보면 제약바이오 부문에서 대규모 M&A가 다시 활성화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J&J는 CNS 질환 치료제 개발사인 인트라-셀룰라 세라퓨틱스를 146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GSK는 11억5000만 달러 규모의 희귀 암 치료제 전문기업 IDRx의 인수를 발표했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에도 불구, 규제완화 기대감과 더불어 146억 규모의 대규모 인수 합병 소식을 발표한 J&J 소식에 올해 제약/바이오 산업의 낙관론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106건의 바이오테크 벤처 거래가 1억 달러를 돌파했으며, 특히 많은 제약 개발업체가 특허 절벽을 앞두고 파이프라인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라이 릴리의 스콜피온 테라퓨틱스 인수와 같은 사례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기업들은 더 큰 자금 조달 규모를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허절벽, IRA에 따른 약가 인하 등 빅파마의 수익성 감소에도 불구, 로쉐, MSD, 노바티스 등 빅파마들은 확보한 현금을 기반으로 볼트-온(Bolt-on, 인수기업이 자신의 핵심사업과 연관된 중소기업을 인수하여 사업을 확장하고 시너지를 창출하는 M&A 전략) 전략을 지속할 것임을 강조했다.
MSD는 올해 키트루다 SC제형의 FDA 품목 허가 신청 및 출시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한미약품으로부터 도입한 에피노페그듀타이드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연내 임상2b상 데이터 발표를 예상하고 있다.
AI는 신약 개발을 포함한 바이오 제약 산업 전반에 걸쳐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다수의 메이저 제약업체들이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 및 데이터 기반 의사 결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AI 기술이 바이오파마와 더욱 밀접하게 결합되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의 식품의약국(FDA)는 2025년 초 AI 기반 신약 개발을 위한 가이드라인 초안을 발표했으며, AI 기술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 및 임상시험 효율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엔비디아는 헬스케어 기업인 IQVIA, 일루미나, 메이요 클리닉과 파트너십을 맺으며 AI의 의료 분야 적용을 확장하고 있으며, 바이엘과 리커션의 협력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 UC 버클리 대학의 '크리스퍼-카스9(CRISPR-Cas9)' 유전자 가위 기술의 선구자 제니퍼 다우드나는 “AI 모델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고품질 데이터 접근성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며, 향후 AI가 신약 개발을 혁신할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는 제1형 당뇨병과 파킨슨병 등 난치성 질환을 대상으로 유망한 데이터를 발표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사나 바이오테크놀로지는 면역 억제 없이 제1형 당뇨병을 치료하는 동종 세포 치료 데이터를 공개했으며, 바이엘은 파킨슨병 치료를 위한 3상 임상시험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발전은 향후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의 시장 성장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바이오테크의 부상도 눈에 띈다. 미국병원협회(AHA)에 따르면 최근 제약 라이선스 계약의 3분의 1이 중국 바이오테크에서 시작되었으며, 이는 10년 전과 비교해 비약적으로 증가한 수치다. 미국이 여전히 바이오 제약 혁신의 중심지이지만, 벤처 캐피털과 신약 접근성 측면에서 중국 바이오 기업들의 역할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 올해 JP 모건 헬스케어에서 빅파마의 주요 관심사인 자가면역, 항체약물 접합체(ADC) 에 대한 관심 지속이 확인됐다. 로쉐는 이노벤트의 DLL3 ADC(임상 1상 첫환자 투약)를 10.8억 달러 규모로 도입했으며, 질리드 사이언스는 레오 파마의 오럴 스탯6 프로그램(Oral STAT6 Program)을 17억 달러 규모로 인수했다.
한편, 국내 바이오제약 기업들도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할 성과와 전략을 발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JP모건 헬스케어에서 사상 최대 규모 2조 원 위탁생산 계약 체결 및 2027년 6공장 준공 계획을 공개했다. 또 글로벌 ADC 수요 증가에 대응해 ADC 전용 생산시설을 완공하며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구체적으로 완공된 ADC 공장을 통해 오는 2월부터 생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ADC 관련 업체들과 수주가 임박했음을 언급했고, 해당 시설이 연간 최대 100배치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6공장은 2027년 준공 목표로, 18만리터 규모로 완공시 총 캐파(Capa) 96만4000리터로 세계 1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셀트리온은 이번 컨퍼런스에서 ADC와 다중항체 신약 개발을 주요 성장 동력으로 제시하며, 2028년까지 13개 신약 파이프라인을 개발할 계획을 발표했다. 대표적인 ADC 신약으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CT-P70'과 방광암 치료제 'CT-P71'을 공개했으며, 자체 개발한 신규 페이로드 'PBX-7016'을 활용하여 높은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
SK바이오팜은 남미 제약사 유로파마(Eurofarma)와 합작 법인(JV)을 설립해 북미 시장에서 AI 기반 뇌전증 관리 플랫폼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는 2018년 AI 연구개발을 시작하고, 2022년 디지털 헬스케어 비전을 발표한 이후 지속된 전략의 연장선이다.
또, SK바이오팜은 AI 기반 신약 연구개발 플랫폼(허블 플러스)를 통해 신약 R&D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이를 위해 SK바이오팜은 AI 신약 개발 전문가를 영입하고, 허블 플러스를 고도화해 신약 개발의 유연성을 높이는 온디맨드(On-demand)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브리짓바이오는 BBT-877(특발성 폐섬유증)의 임상2상 진행 상황과 향후 계획을 공유했다. 임상2상에서 유의미한 안전성과 폐 기능 회복 가능성을 확인했으며, 오는 4월 임상 2상 탑라인 결과를 발표할 예정으로, 다수의 빅파마들과 기술이전 계약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자체 ADC 플랫폼인 솔루플렉스 링크(SoluFlex Link)를 처음으로 공개하며 북미 파트너사들과 협력해 ADC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을 밝혔다. 솔루플렉스 링크는 롯데바이오로직스와 카나프테라퓨틱스가 공동 개발한 독자적인 링커 기술로, ADC 치료제의 안정성을 개선하고 생산 수율과 치료 효율을 높이는 차세대 솔루션으로 평가받는다.
한편,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는 FDA 및 일본 PMDA 실사에서 무결점 품질 평가를 받았으며, 송도 바이오 캠퍼스 1공장은 10억 달러를 투자해 2027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 신유열 부사장도 부임 이후 처음으로 JP모건 콘퍼런스에 참석해 주요 제약사들과 미팅을 진행하며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행보를 보였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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