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보험업계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반려동물 보험(이하 펫보험) 시장 경쟁이 새해 들어 더욱 격화되고 있다. 선두주자인 메리츠화재를 중심으로 DB손해보험, 삼성화재 등이 차별화된 보장과 서비스를 앞다퉈 내놓으면서 성장하는 펫보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점유율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보는 최근 손해보험협회에 펫보험 관련 배타적사용권을 신청했다. 배타적사용권은 새로운 보험상품을 개발한 보험사에 이를 일정 기간 독점 판매할 권한을 주는 제도다.
DB손보가 신청한 것은 ‘반려동물 위탁비용’을 보장하는 4종의 담보로, 반려견의 무게에 따라 보장 한도를 차등화한 것이 특징이다. 반려동물 위탁시설 이용 시 반려견의 크기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기존 펫보험 상품들은 무게가 달라도 동일한 보장 한도를 제공해 보장공백이 발생했다. DB손보는 1일 보장한도를 5kg 미만 소형견 5만원에서 25kg 이상 대형견 7만원으로 차등화해 이러한 보장 공백을 해소했다.
또한,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이 상급종합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을 경우 발생하는 반려동물 위탁비용에 대한 보장도 신설했다. 기존에는 반려인 입원 시 위탁비용만 보장했으나, 이제는 퇴원 후 통원치료로 인한 비용까지 보장해 보장 공백을 최소화했다.
DB손보가 이처럼 펫보험 시장에 힘을 쏟는 것은 정종표 DB손보 대표의 새해 경영전략과도 맞닿아있다. 정 대표는 지난 2일 신년사에서 “신규사업 조기 가시화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라며 “펫보험은 TFT 신설 및 플랫폼 구축으로 차별화된 성장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DB손보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보험업계의 유력한 미래 수익원으로 꼽히는 펫보험 시장 공략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실제 펫보험 시장은 높은 성장 잠재력으로 인해 국내 손해보험사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펫보험 보유계약 건수는 14만4884건으로 집계됐다. 메리츠화재가 처음 펫보험을 출시한 2018년 7005건에 불과했던 펫보험 계약 건수가 불과 6년 만에 20배 이상 성장한 것. 펫보험 원수보험료 또한 같은 기간 11억원에서 559억원으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신계약 건수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3분기까지 펫보험 신계약 건수는 6만3113건으로 이미 2023년 연간 신계약 건수(5만8456건)를 뛰어넘었다.
더욱 기대되는 점은 펫보험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에도 가입률은 아직 저조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반려동물 가구의 펫보험 가입률은 겨우 1.7%에 불과하다. 이는 스웨덴(40%), 영국(25%), 미국(2.5%) 등 펫보험 가입이 보편화된 해외 국가들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이러한 부분을 고려하면 국내 펫보험 시장은 지금보다 수십배 이상 성장할 잠재력이 남아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DB손보를 비롯해 펫보험 시장 후발주자인 대형 손보사들이 앞다퉈 펫보험 시장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특히 삼성화재의 경우 장기보험이 대부분인 국내 펫보험 시장에서 만기가 3년 미만인 일반보험 위주의 판매전략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일반보험은 보장항목이 적고 갱신 거절의 위험이 있지만, 장기보험에 비해 보험료가 저렴해 처음 펫보험 가입을 고려하는 신규 가입자에게는 매력적인 상품이다.
또한 삼성화재는 펫보험 특화 소액단기전문보험회사인 ‘마이브라운’에 지분투자하는 방식으로 펫보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마이브라운은 이미 지난해 9월 금융위원회로부터 보험업 영위를 위한 예비허가를 받은 상태로, 인력채용 및 물적설비 구축 등을 완료한 뒤 본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국내 최초로 펫보험을 출시한 메리츠화재의 ‘펫보험 1위’ 수성 의지도 뚜렷하다. 메리츠화재는 국내 펫보험 시장의 약 50%(2023년 말 기준)를 차지한 명실상부한 선두주자지만, 최근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거세지면서 펫보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 메리츠화재는 지난 20일 업계 최초로 기존 질병 등 치료 이력이 있어도 가입 가능한 간편심사형 펫보험 상품을 출시했다. 지난 2012년 유병자를 위한 간편심사 상품이 출시된 지 13년 만에 펫보험 시장에서도 유병력 간편심사 보험이 출시된 것. 기존에는 3개월 이내 동물병원 치료 이력이 있는 경우 가입이 어려웠지만, 해당 상품은 입원·수술 경험이 아닌 경우에는 가입이 가능하다.
또한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4월 한국동물병원협회, 서울시수의사회와 반려동물 실손보험 활성화 및 의료복지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수의사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한편, 11월에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펫보험 비교·추천 플랫폼에 동시 입점하며 펫보험 시장의 잠재적 고객 확보에 나선 상태다.
한편, 손보사 간의 펫보험 경쟁이 장기적인 시장 확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 등의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경선·한진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반려동물보험 현황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자기부담률 설정을 통해 손해율을 관리하고, 소액단기전문 보험업의 진입 규제를 완화해 다양한 사업자의 반려동물보험시장 진입을 유인하고 경쟁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반려동물보험의 비교, 가입 및 보험금 청구까지 가능한 금융 플랫폼은 특히 디지털 네이티브인 젊은 소비자들에게 반려동물보험에 대한 상품 이해도와 접근성을 높여줄 수 있다”며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소비자 접근성 제고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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