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도널드 J 트럼프 공식 유튜브채널 갈무리
[이코리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날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인 ‘그린 뉴딜’의 종료를 공식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철회하고, 연방정부 차원의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미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전기차 강제 정책을 중단하고, 미국 자동차 산업과 노동자들을 보호할 것”이라며, 바이든 정부가 추진한 ‘2030년 전기차 50% 전환 목표’를 공식 폐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에서 자신이 시행할 행정명령에 대해 밝힌 뒤 '캐피털원 아레나'와 백악관 오벌오피스(집무실)로 자리를 옮겨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날 서명된 문서에 관세가 직접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미국의 무역 전반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라는 지시와 '전기차 의무화'를 끝내라는 명령을 내렸다.
미 연방정부에는 전기차 의무화 정책은 없다. 다만 바이든 전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전기차 구매시 세액 공제 등의 보조금을 지급해 왔다는 점에서 이를 폐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기차 산업과 관련한 행정명령은 크게 3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정부의 ▲행정명령 14037(2030년 전기차 50% 전환 목표) ▲행정명령 14082(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충 지원)를 폐기하고, ▲행정명령 13990(탄소·메탄·이산화질소 배출 규제 기준)도 철회했다.
이와 함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지원되던 전기차 보조금(최대 7500달러) 지급 중단을 시사했다. 또 50억 달러 규모의 전기차 충전소 구축 예산 집행을 중단한다고 발표하면서 전기차 인프라 확충 계획에도 제동이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를 대폭 완화할 뜻도 밝혔다. 그는 “환경보호청(EPA)의 배기가스 규제 권한이 내연기관차 판매를 제한하고 있다”며, 해당 정책을 철회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조치로 캘리포니아주의 무공해차 전환 법안(Advanced Clean Cars II, ACC II)이 무력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법안은 2035년까지 신차 판매의 80%를 전기차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며, 현재 11개 주가 이를 수용한 상태다.
EPA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2032년까지 배기가스 배출량을 49% 감축하고,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35%까지 확대하는 목표를 발표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완화로 전면 수정될 전망이다.
이번 정책 변화로 미국 내 자동차 산업과 전기차 시장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되며, 글로벌 전기차 및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보편관세 10%에 대한 대응과정에서 미국 현지 자동차산업과의 협업사례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체는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대응을 위해 미국내 OEM들과의 파트너십 형성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9월 GM과 전 영역에 걸친 협업을 발표했다. 차량개발, 파워트레인 기술, 배터리 소재 및 철강을 포함한 소재부품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나올 미국의 전기차·이차전지 관련 행정명령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나온 혹은 언급한 행정 명령들은 이미 사전에 예상한 바 있으나, 가장 큰 리스크는 중국 기업들의 우회 진입으로 중국 제재와 관련된 행정명령을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세계 전기차 판매는 성장세가 회복되었으나, 재고·공급과잉은 심화되고 있다”며 “2025년 전기차 수요를 이끌 것으로 기대했던 유럽의 이산화탄소(CO2) 배출 규제도 완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미국은 트럼프 취임 이후 IRA/AMPC를 손대고 있다. 원자재 가격 하락세는 둔화되었지만, 2025년 상반기까지는 2차전지 및 소재 산업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CES 2025에서 전기차 캐즘(chasm) 극복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시되었으나 전기차 경쟁력의 핵심인 자율주행에서 기존 OEM들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트럼프 정부도 제시된 아이디어들에 대해서 적극적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근시일내에 전기차 판매를 반전시킬 뾰족한 묘안은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가 트럼프 행정부 초반 완성차의 미국 내 협업에 따른 구조적 수혜가 기대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완성차그룹의 하이브리드 전기차(HEV) 및 내연기관 판매량 반등 기조가 예상됨에 따라 계열 부품공급의 수요 반등이 기대된다”며 “올해 상반기까지는 IRA 폐지에 따른 완성차의 전기차 물량 공급계획이 다소 불안정할 수 있으나, 공급망을 담당하는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는 내연기과(ICE)/HEV 수요 반등에 따른 부품물류 수요증가에 따른 구조적 수혜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유 연구원은 “양사는 2018년 이후 지속적으로 밸류에이션 공백이 지속되고 있으나 2025년부터는 투자의 결실이 확인되며 재평가구간으로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며 “2012년 전후 현대차그룹의 미국시장 안착 성공에 따른 그룹사향 파급효과가 컸으며, 이번 싸이클 역시 유사한 구간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22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앞으로 캐나다와 멕시코 쪽도 25% 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멕시코를 우회통로로 활용했던 우리도 영향을 받게 된다”며 “더욱이 우리나라가 대미흑자가 너무 큰데, 자동차만 하더라도 전체 현대 계열차 과반이 미국으로 쏠려 있다. 미국 직접투자를 늘리고는 있지만 분명히 10~20% 가량 보편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만든 완성차가 미국으로 나가기 어렵게 되는 만큼 점유율도 줄어들 것이고, 국내산업 공동화도 우려된다”며 “이런 상태에서 트럼프 정부를 상대할 카운터 파트가 현재 없다는 점에서 국내 정치 안정화가 되기 전에는 각자도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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