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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트럼프 2.0]멕시코·캐나다에 관세 압박… 현지 진출 국내기업 비상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5.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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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도널드 J 트럼프 공식 유튜브채널 갈무리

[이코리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 정책에서 멕시코와 캐나다를 1차 관세 부과 대상으로 지목하면서,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비상 상황에 놓였다.

23일 미 백악관 발표와 현지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20일(미 현지시간) 취임 직후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중국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계획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불법 이민 및 마약 유입 방지에 노력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달부터 멕시코와 캐나다에 각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 및 미국-멕시코-캐나다 간 자유무역협정(USMCA)를 포함한 자유무역협정 재검토 등을 지시했다.

그간 우리 기업들은 USMCA에 따른 무관세 혜택을 활용해 자동차·가전 분야를 중심으로 멕시코에 활발히 진출해 왔다. 하지만 멕시코와 캐나다에 실제 25% 관세를 부과하면 현지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투자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케레타로와 티후아나에서 가전 및 TV 공장을 각각 운영하고 있고, LG전자도 레이노사(TV), 몬테레이(냉장고), 라모스(전장 부품) 등지에서 생산 기지를 운영 중이다. 기아도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에서 연간 25만 대 가량을 생산하고 있으며, 생산 차량의 약 60%는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또 멕시코에는 기아뿐만 아니라 현대위아, 현대모비스, HL만도, LS이모빌리티 등 다양한 자동차 부품 업체들도 진출해 있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케레타로 공장의 건조기 생산라인 일부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뉴베리 공장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뉴베리 공장은 2018년 미국이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특별관세(세이프가드)를 부과하면서 대응 차원에서 설립된 생산기지다. 당시 멕시코 공장의 오븐레인지 생산라인 일부가 이곳으로 이전된 바 있다.

앞서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7일(현지시간) CES 2025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이 강점을 가진 분야가 글로벌 공급망 구축”이라며 “공장을 특정 지역에 집중시키지 않고 전략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LG전자도 멕시코에서 생산 중인 냉장고를 미국 테네시주 공장에서 제조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에서 전장(차량용 전자·전기장비) 사업을 추진 중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서로 다른 전략을 선택할 전망이다.

삼성전기는 당초 2023년 말 멕시코에 첫 전장용 카메라 모듈 생산공장을 설립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잠정 보류했다. 이와 관련해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올 초 CES 2025에서 “멕시코 공장 계획을 보류하고 제3의 지역을 검토 중”이라며 “공급망 이슈가 중요한 만큼, 다양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지역으로 다변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LG이노텍은 멕시코 공장을 유지하고 증설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확장한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이사는 지난 8일(현지시간) CES 2025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관세를 설사 좀 내더라도 미국이 워낙 비용이 많이 들어 멕시코가 더 싸다”며 “관세를 덜 내는 방향으로 가능할지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또 “멕시코에서 계속 경쟁력 있게 하는 게 지금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LG이노텍은 멕시코 산후안델리오 공장을 증설 중이며, 올해 하반기 준공을 마치고 연내 차량용 카메라 모듈과 라이팅 솔루션 등의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캐나다는 핵심 광물 및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서 중요한 거점으로, 한국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투자 확대를 검토하는 지역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의 합작공장이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배터리 모듈을 양산하고 있으며, 포스코퓨처엠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함께 캐나다에 배터리 양극재 합작 공장을 올해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이번 관세 부과로 인해 국내 기업들의 단기적인 수출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트럼프 보편관세의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멕시코·캐나다에 25%, 중국 등 기타 국가에 10%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자동차의 대미 수출은 13.6%, 전지는 6.6%, 전기·전자 제품은 8.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전체 수출 감소액은 약 13조4000억 원, 부가가치 감소액은 7조9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정부도 기업들과 함께 멕시코 통상 환경 변화를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3일 박종원 통상차관보 주재로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멕시코에 진출한 완성차, 차 부품, 가전, 철강 등 분야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민관 합동 대응 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박종원 통상차관보는 “불확실한 시기일수록 기업과 정부가 원팀이 되어 긴밀히 소통·공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향후 정부는 미 통상정책을 예의주시하면서 우리 기업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대 멕시코 아웃리치 등을 적극 전개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산업부는 미국 신 행정부의 대멕 통상정책 동향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금일 회의에서 제기된 업계 의견은 향후 상대국 정부에 적극 개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미 대통령의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될 경우, 관세 부담이 증가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현지 사업 운영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의 박주근 대표는 23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멕시코·캐나다 현지 공장도 문제지만 중국 대미 관세가 사실 더 큰 문제”라며 “중국의 중간재를 납품하고 있는 우리나라 전체가 문제고, 특히 반도체의 경우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SK하이닉스는 메모리가 중국에서 40%가 생산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가 이미 체결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막무가내 식이라서 당분간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기조가 계속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대응책으로는 미국에 현지 공장을 짓는 방법밖에 없지만 인건비 등 여타 사정으로 그럴 수가 없어서 기업들은 굉장히 골머리를 앓고 있을 것이다. 또 지금 사실상 우리 정부가 부재 중인 상황이라 미국이 요구하는 대로 그냥 들어줘야 되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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