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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외국인 가사도우미 최저임금 차등 적용” 이창용 한은 총재 주장 실현 가능성은?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5.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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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대회의실에서 열린 경제상황 점검 및 현안 논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취임 후 여러 사회 현안에 대해 의견을 펼치며 구조개혁 필요성을 강조해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다시 외국인 노동자 임금 차등 적용 필요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3일 중앙일보는 이 총재가 지난 22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여당 의원들과의 비공개 면담에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등 임금 지급 문제를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이 총재는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고용한 개인들이 조합을 만드는 등의 방식을 통해 법에 저촉되지 않게 최저임금 제도를 우회할 수 있는 방안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재가 외국인 노동자 임금 차등 적용을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실제 이 총재는 취임 이후 본업인 통화정책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쟁점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꾸준히 개진해왔다. 지난해 ‘금사과’ 논란이 일자 통화정책으로 농산물 물가를 잡을 수 없다며 사과 수입 개방을 주장했고, 집값 안정을 위해 명문대가 입학 정원의 80%를 지방 학생으로 선발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외국인 임금 차등 적용 또한 이 총재가 꾸준히 제안해온 구조개혁 방안 중 하나다. 실제 한국은행은 지난해 3월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를 내고, 최저임금 이하로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고용할 수 있도록 해 돌봄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한 바 있다.

이 총재 또한 지난해 7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외국인 최저임금 차등화를 지지하냐는 질문을 받자 “그렇다”고 답했다. 이 총재는 “(최저임금을) 자영업자 입장에서 보면 부담이 돼서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라며 “가사도우미를 사적 계약을 통해서 (해외에서) 데려오면 최저임금제가 적용되지 않아 위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가 외국인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주장하는 이유는 돌봄 공백은 점차 커지는 반면, 돌범서비스에 드는 비용은 일반 가구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진단 때문이다.

한은 보고서에 따르면, 돌봄서비스직의 노동공급 부족 규모는 2022년 19만명에서 2032년 38~71만명, 2042년 61~155만명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가정할 경우 장기적으로 돌봄서비스직 노동공급이 수요의 30%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돌봄서비스 노동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게 되면서 비용 부담도 상승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월평균 간병비는 2023년 기준 370만원으로 65세 이상 고령가구 중위소득(224만원)의 1.7배에 달할 뿐만 아니라, 40~50대 가구의 중위소득(588만원)의 60%를 상회한다.

육아서비스 또한 사정이 다르지 않다. 전일제 맞벌이 부부의 경우 최소 하루 10시간 이상의 가사·육아도우미 사용이 필요한데, 여기에 드는 비용은 2023년 기준 월 264만원에 달한다. 이는 30대 가구 중위소득(509만원)의 절반이 넘는 수준이다.

한은은 이 같은 돌봄서비스 비용 부담으로 ▲비자발적 요양원 입소 ▲여성의 경제활동 제약 ▲저출산 등의 문제가 나타난다며 외국인 돌봄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통해 이러한 사회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총재의 반복된 주장에도 외국인 임금 차등 적용이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외국인 최저임금 차등화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위반이다. ILO 협약 제111호는 근로자의 인종, 피부색, 성별, 종교, 출신국 등에 따른 고용·직업상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또한 해당 이슈에 대해 국제기준은 물론 헌법(평등권)과 국내법(근로기준법‧외국인 고용법)에도 배치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은은 이에 대해 ▲개별 가구가 사적 계약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거나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제 대상 업종에 돌봄서비스업을 포함한 다음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사적 계약은 이미 홍콩·대만 등에서 사용되고 있는 방식이지만, 피고용인의 신원·자격 검증이 엄격하게 이뤄지기 어렵다는 문제가 따른다.

또한 돌봄서비스업까지 고용허가제 대상을 확대하더라도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기는 어렵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취업비자를 받은 외국인 노동자도 내국인과 같은 노동법을 적용받기 때문. 고용노동부는 해당 방안에 대해 “고용허가제 업종 포함 여부와 최저임금을 낮게 설정하는 것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 총재가 반복해서 사회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정치 입문을 염두에 둔 행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이 총재는 여권 관계자와의 면담에서 정치할 뜻이 없다는 생각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통화신용정책을 넘어 다양한 사회 현안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는 이 총재의 행보가 실질적인 구조개혁 논의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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