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계절노동자제도 규탄 기자회견 중인 이주노동자, 출처-뉴시스]
[이코리아] 법무부가 임금체불 피해를 당한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해 통보 의무를 면제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불수용 의견을 밝혔다.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임금체불 문제는 내국인에 비해 빈번하다. 고용노동부의 ‘외국인 근로자 임금체불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이주노동자 체불임금 금액은 699억3천900만 원이다.
같은 기간 내·외국인 임금체불 총액(1조 2천261억)과 지난해 전체 취업자(2천841만6천 명) 중 이주노동자 비율(3.2%)을 따져봤을 때 내국인 노동자 임금체불 비율은 0.58%, 이주노동자는 1.6%라는 결과가 나온다. 이는 이주노동자가 내국인 노동자에 비해 2배 이상 임금체불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의미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임금체불 피해 이주노동자 실태 및 구제를 위한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체불임금이 월급 전액인 경우가 55.7%로 가장 많았고, 퇴직금 34.3%, 미사용 연차수당과 연장근로수당이 각각 16.9%와 16.4%를 차지했다.
임금체불 이유로는 ‘사업주가 법 위반을 알면서도 임금체불’(37.6%)을 하거나, 자신이 ‘외국인 노동자여서’(35.6%), ‘상습적인 체불 사업장’(34.9%) 등 대부분이 비경제적 요인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경우는 더 열악하다. 임금체불에 대해 도움을 요청하다 공무원의 통보 의무로 인해 단속되어 출입국사무소로 인계되는 등의 사태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인권 구제, 범죄 피해 구제가 필요한 경우(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에 열거된 성범죄·사기 피해자 등)에는 통보 의무가 면제되나 임금체불에 대해선 통보 의무가 면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사회 각층에서 이주노동자 임금체불 예방과 해결을 위한 정책, 특히 미등록 및 농축산어업 이주노동자 등 좀 더 취약한 업종과 대상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2024년 7월 법무부에 체류 중 임금체불 피해를 당한 미등록 외국인의 권리구제를 위하여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통보의무 면제에 해당하는 업무 범위에 임금체불 피해 등 노동관계법령 위반에 대한 ‘지방고용노동청의 조사와 근로감독’을 포함하는 규정을 신설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법무부는 “임금체불은 금전적 채권·채무에 불과하여 인권 침해 또는 범죄피해자 구제가 필요한 정도에 이르지 못하였다고 보아야 하므로 권고 내용은 통보의무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라며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기 곤란하다고 회신했다.
이어 “임금체불 외국인이 단속 등으로 신병이 확보되는 경우, 강제퇴거 집행을 유보함으로써 소송·진정 등을 통해 임금체불 문제 해결을 위한 기회를 보장하고 있고, 진정 절차 진행이 어려운 경우 보호일시해제제도를 통하여 권리구제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고용노동부는 시행하고 있는 ‘임금체불 집중청산 운영계획’에도 맞지 않아 보인다. 고용부는 설 명절을 앞두고 지난 6일부터 24일까지 전담 신고창구(노동포털 온라인 및 전용전화 개설)를 운영하고 체불임금 청산에 집중하고 있다.
법무부의 불수용 조치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노동권 침해를 외면한 채 단속에만 치중하는 법무부를 규탄했다.
민변은 성명을 내어 “법무부의 조치가 반인권적임을 넘어 임금체불을 옹호하는 것과 다름없다.”라며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 임금체불 피해가 집중되고, 사업주들이 임금체불 후 출입국에 신고한다며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협박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법무부의 이러한 태도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임금체불을 조장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주요국은 노동자가 임금체불을 겪지 않도록 예방하거나 처벌을 강화함으로 사업주가 주의하도록 하고 있다. 독일은 이주노동자의 선진국으로 꼽힌다.
독일은 한때 이주노동자의 노동력 착취와 체불임금 문제에 대한 비난을 받아온 적이 있지만, 현재는 참정권과 국회 진출도 모색할 정도로 적극적인 사회통합 정책을 펼치며 노동자 생활보호에 집중하고 있다. 임금체불의 원인에 따라서 다양한 제도를 갖추고 있다. 파산에 의해서는 파산 기금을 신청할 수 있고 비경제적인 이유더라도 실업급여를 통해 생활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보호한다.
일본은 임금체불이 되지 않도록 예방에 집중하는 나라다. 일본은 예고 없이 사업장을 점검함으로 임금체불을 예방한다. 종합노동 상담센터는 매년 임금체불 지도 감독의 결과를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하고 임금체불 노동자가 상담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공인노무사협회를 활용해 노동분쟁에 대한 상담센터를 확대하고, 이런 노동 상담센터가 조정기구로 넘어가는 장벽을 낮췄다. 또 ‘노재보험기금’을 통해 회사가 파산되더라도 노동자들이 받을 실질적 피해 보상의 안정성을 보장한다.
미국과 영국은 처벌을 강화해 사업주의 임금체불을 방지한다. 미국은 이주노동자뿐 아니라 모든 임금체불을 임금 절도법을 적용해 민형사상 손해배상과 벌금을 강화했다. 임금체불한 기업에 민형사상 벌금 부과와 제품 유통 제한 명령을 둘 수도 있다.
영국은 이민자 확대와 최저임금 문제가 커지면서 임금체불에 대한 감독을 강화했다. 국세청이 임금체불에 대한 감독을 담당한다. 근로감독관이 확인한 체불금액의 200%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법이 제정되어 시행 중이다.
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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