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리아] 메리츠증권이 주식거래 수수료 무료 정책을 내세워 리테일 시장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공격적인 영업전략을 통해 빠르게 신규 고객을 확보에 성공한 만큼, 경쟁사들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메리츠증권은 지난달 24일 비대면 전용 투자 계좌인 ‘슈퍼(Super)365’의 예탁자산이 4조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앞서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11월 슈퍼365 계좌 보유 고객을 대상으로 국내 및 미국 주식 거래 및 달러 환전 수수료를 오는 2026년 말까지 전면 무료화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기존 0.009%였던 국내 주식 거래수수료와 0.07%였던 미국 주식 거래수수료가 모두 0%로 변경됐다.
거래수수료 무료 정책은 과거 다른 증권사들도 시행한 적이 있지만, 메리츠증권은 경쟁사와 달리 유관 기관 수수료까지 모두 무료화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메리츠증권은 거래수수료 외에도 유관 기관 수수료인 한국거래소(0.0027209%) 및 예탁결제원(0.0009187%) 수수료도 부담하기로 했다.
또한 미국 주식을 매도할 때 발생하는 증권거래위원회(SEC) 수수료 0.0278%도 메리츠증권이 부담한다. 개인투자자로서는 실질적인 수수료 ‘제로’(0) 상품을 만나볼 수 있게 된 셈이다.
메리츠증권이 이처럼 공격적인 영업전략을 펼치는 것은 사업 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증권가의 대표적인 기업금융(IB) 강자로 꼽혀왔던 메리츠증권은 리테일 부문에서는 유독 취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메리츠증권의 리테일 부문 순이익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2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0%나 증가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으나, 전체 순이익 5452어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1%에 불과하다. 리테일 비중이 40~60% 수준인 경쟁사와 비교하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다.
최근 부동산금융 부실화 및 경기침체 등으로 증권사의 기존 성장전략이 더 이상 통하기 어렵게 된 상황에서 강점만 극대화하는 전략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보장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동안 리테일에 소홀했던 메리츠증권으로서도 리테일 비중을 높이고 사업 구조를 다각화할 필요가 커졌다는 것.

국내 및 외화증권 수탁수수료 규모.(단위: 십억 원) 자료=금융투자협회
게다가 최근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투자가 빠르게 활성화되면서 해외주식 거래수수료는 증권사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의 외화증권 수탁수수료 규모는 코로나19 직전인 지난 2019년 1634억원에서 2021년 8508억원으로 5배 이상 불어났다. 외화증권 수탁수수료는 이후 2022~2023년 소폭 감소했으나, 지난해 다시 해외주식 투자 열풍이 불면서 3분기 만에 9187억원을 기록했다.
국내증권 수탁수수료도 2019년 2조7167억원에서 2024년 3분기 누적 기준 3조1850억원으로 증가했으나, 해외주식 수수료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는 못했다. 국내증권 수탁수수료 대비 외화증권 수탁수수료 비중도 같은 기간 6%에서 28.8%까지 급등했다. 국내 증시 침체가 계속될 경우 해외주식 거래수수료 규모가 국내주식에 근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해외주식 거래수수료는 국내주식에 비해 수익성이 높다. 증권사별 국내주식 거래수수료율이 대체로 0.004~0.015% 수준인 반면, 미국주식 거래수수료율은 0.25%로 2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서학개미’를 신규 고객으로 유치할 경우 수익창출력 강화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메리츠증권의 수수료 무료 정책은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메리츠증권의 슈퍼365 계좌의 예탁자산 규모는 수수료 무료 정책을 시행한 지 25일 만에 1조원이 넘게 유입되며 지난해 12월 12일 2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달 2일 3조원, 24일 4조원을 돌파했다. 매일 1500개의 계좌가 새로 개설되고, 460억원의 자산이 유입된 셈이다.
‘서학개미’ 고객 유입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전체 4조원의 예탁자산 중 달러화 포함 해외자산이 2조3000억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메리츠증권의 국내·해외주식 거래대금 비중은 약 8대 2 수준이었지만 올해들어 25대 75로 완전히 역전된 상태다.
이처럼 메리츠증권이 수수료 무료 정책을 내세워 점유율 확보에 나선 만큼, 키움·미래에셋·토스증권 등 해외주식 점유율이 높았던 기존 강자들도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수수료 무료 정책으로 리테일 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메리츠증권이 증권가의 경쟁을 촉진하는 메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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