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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딥시크에 한방 먹은 샘 올트먼, 한국에 왜 왔나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5.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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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항소심 무죄 판결 이후 첫 공식 행보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동시에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 왼쪽부터 카카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와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3자 회동에 참석하는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의 방한이 국내 주요 기업들과의 협력 가능성을 높이며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카카오 등과의 연쇄 회동이 이루어지면서, 이들이 오픈AI가 주도하는 대규모 AI 인프라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StarGate)’에 합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올트먼 CEO는 한국 협력자를 찾기 위해 4일 오전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한 SK그룹 경영진과 논의를 이어갔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주도한 카카오 미디어데이에도 참석했다. 오후에는 삼성전자 사옥을 방문해 이재용 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과 3자 회동을 하기도 했다.

손정의 회장은 이날 3자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좋은 논의였다”며 협력 가능성을 시사했으며, 올트먼 CEO 또한 “(삼성과) 더 논의할 것”이라고 언급해 기대감을 높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날 오픈AI 행사장에서 올트먼 CEO와 약 40분간 회동하며 AI 분야의 포괄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SK하이닉스는 HBM 공급을, SK텔레콤은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통해 AI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크다.

한편, 카카오는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올트먼 CEO와 공동 기자간담회를 갖고 “챗GPT 기술들을 카카오 서비스에 적용할 것”이라며, “카카오의 5000만 사용자를 위한 공동 제품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카카오는 초개인화 AI 서비스인 ‘카나나’를 더욱 고도화하고, 오픈AI는 한국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올트먼 CEO는 또 이날 국내 벤처캐피털(VC) SBVA가 주최한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국내 주요 대기업 오너 3·4세들과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청사진을 공유하고,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장,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허윤홍 GS건설 대표,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이 참석했다.

SK네트웍스는 현재 AI 중심 사업 지주사로의 전환을 목표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 중이다. HS효성은 계열사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HIS)을 통해 AI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GS그룹은 지난해 사업 현장의 문제 해결을 위해 AI 기술을 접목한 프로젝트를 추진한 데 이어, 미국에서 생성형 AI 및 디지털 혁신을 주제로 사장단 회의를 개최하는 등 AI 기반 디지털 전환(DX)에 집중하고 있다.

코오롱은 계열사 코오롱베니트를 중심으로 약 50개 기업이 참여하는 ‘AI 얼라이언스’를 주도하며 AI 비즈니스 협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향후 4년간 5000억 달러(약 730조원)를 투자(연평균 182조원)하는 대규모 AI 프로젝트로, 소프트뱅크 그룹, 오픈AI, 소프트웨어 업체인 오라클(Oracle) 등 3사가 공동으로 1000억 달러를 출자한다.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진행되는 이 사업은 AI 모델을 고도화하고 이를 위한 최첨단 반도체 기술 개발이 핵심이다.

국내 기업 중 특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카카오는 각각 반도체, AI 데이터 및 클라우드 인프라, AI 서비스 및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어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우선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AI 및 반도체 역량을 보유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반도체 및 스마트 디바이스 제조 강자이며, SK하이닉스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등 AI 반도체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 카카오는 AI 및 데이터 기반 플랫폼 서비스가 있다.

데이터와 클라우드 인프라의 경우 카카오는 방대한 데이터 및 AI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및 데이터 저장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AI 생태계 확대에 대한 관심도 역시 크다. 카카오는 AI 챗봇, 음성인식, 검색 등 다양한 AI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NPU(신경망처리장치) 등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최태원(오른쪽) SK그룹 회장과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4일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회동을 마친 뒤 함께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렇다면 스타게이트 참여 시 기대되는 이들 기업들의 이익은 뭘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참여할 경우, AI 반도체 시장에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AI 모델 학습을 위한 고성능 반도체 수요 증가에 따라 협력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제조업계로서는 오픈AI의 AI 반도체 수요 증가로 협력 기회 확보 및 TPU, AI 가속기 등 최첨단 AI 칩 공동 개발 가능성을 꼽을 수 있다. 또 글로벌 AI 연구 기업들과의 공급망 협력 강화 등의 기회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 서비스의 경우 챗GPT나 다빈치 모델처럼 오픈AI의 최신 AI 모델 및 기술을 적용할 기회가 생기며 AI 기반 검색 및 추천 시스템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또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한국 기업의 경쟁력 향상도 도모할 수 있다.

신동형 알서포트 이사('변화 너머' 저자)는 5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HBM 반도체 뿐만 아니라 로직 파운드리도 성장할 수 있는 모멘텀이 될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이를 성장 모멘텀으로 활용 가능할 것이며, SK 하이닉스는 지금의 성장을 더 가속화하는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저비용으로 개발한 생성형 AI 모델로 글로벌 테크 업계에 큰 충격을 준 가운데,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통한 AI 생태계 구축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수적인 메모리와 파운드리 제조설비를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턴키(일괄생산) 방식으로 대규모 AI 반도체를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것이 스타게이트 전략 파트너로서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특히, 삼성전자는 ▲ 특정 고객에 공급이 집중된 경쟁사들과 달리 HBM, eSSD, GDDR7, LPDDR5X 등 AI 메모리를 턴키 방식으로 공급할 수 있으며, ▲ AI 전용 칩 생산을 위한 파운드리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고, ▲ 10억 명 이상의 모바일, TV, 가전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어 향후 스타게이트 AI 생태계 구축의 최적의 파트너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천문학적인 투자금을 필요로 하는 만큼, 자금 조달이 관건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프로젝트 발표 직후 “그들은 실제로는 (그만큼) 돈이 없다”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주선 연세대 경영대학원 교수('AI 임팩트' 저자)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한국을 끼지 않고 시작하기는 쉽지 않을 걸로 본다. HBM을 한국에서 만들고 그걸 베이스로 한 AI 사업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기술 외에 여러가지 다른 것들을 같이 투입할 수 있는데, (현재로선) 투자 제휴 가능성이 더 있어 보인다. 이번 한미일 3자 CEO의 행보도 그런 탐색 단계가 아닌가 싶다”며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리스크는 엄청나게 큰 데다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해 이를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지금은 신중하게 지켜봐야 될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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