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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절세계좌를 통한 해외펀드 투자에 대한 이중과세 논란이 확산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와 업계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혼란을 예상하고도 방치한 정부와 관련 내용을 고객에게 제대로 안내하지 않은 증권·자산운용사 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계속 커지는 모양새다.
기존에는 연금저축계좌와 개인형 퇴직연금(IRP), ISA 등 절세계좌를 통해 국내 상장된 해외자산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한 뒤 배당금을 받을 경우,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해외펀드에서 발생한 배당수익에 대해 외국 정부가 배당세를 떼가면 국세청이 그만큼 먼저 펀드 운용사에 환급해주고, 나중에 운용사가 투자자에게 분배금을 지급할 때 국내 세율로 원천징수를 하는 식이다. 해외투자 소득에 대해 외국 정부와 한국 정부에서 이중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이중과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였다.
해당 제도에 따라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 ETF 투자로 얻은 배당소득에 대한 세금을 사실상 면제받거나 낮은 세금만 내고, ISA 계좌 만기 시점이나 연금 수령 시기가 돼서야 세금을 납부할 수 있었다. 배당소득에 대한 세금을 내는 시점을 연기해, 해당 재원을 오래 운용함으로서 추가 소득을 올릴 수 있었던 셈이다. 만기가 긴 절세계좌의 특성상 외국납부세액공제 제도의 혜택을 잘 이용하면 절세효과는 물론 복리의 마법까지 기대할 수 있어 국내 투자자들에게 유용한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새해 들어 외국납부세액공제 제도가 개편되면서 ‘선(先)환급, 후(後)원천징수’ 제도가 시행되지 않게 됐다. 외국 정부가 떼간 세금을 국세청이 환급해주지 않을뿐더러, 분배금을 받을 시기가 되면 다시 세금을 내게 된 것. 국고로 외국에 내는 세금까지 보전해주는 것은 지나친 혜택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지난 2021년 외국납부세액공제 방식이 개편됐기 때문이다.
바뀐 제도가 올해부터 시행되기 시작하면서 투자자들도 더 이상 절세계좌를 통한 해외투자로 절세효과나 복리의 마법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일반 계좌로 투자한 경우 큰 차이가 없지만, 연금계좌의 경우 분배금 수령 시 외국 정부에 원천징수 당한 뒤 연금 수령 시 한국 정부에 연금소득세를 납부하는 등 총 두 차례 세금을 내게 됐다. 또한 분배금을 수령할 때마다 외국 세율로 원천징수되기 때문에 과세가 미뤄지는 효과도 사라졌다.
절세혜택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면서 실망한 투자자들의 반응도 즉각 나타났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해당 소식이 알려진 후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미국배당다우존스 ETF 중 순자산 규모가 가장 큰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를 379억원 순매도했다. ‘SOL 미국배당다우존스’(117억원), ‘ACE 미국배당다우존스’(21억원) 등 다른 미국배당다우존스 ETF도 매도세를 피하지 못했다.
투자자들은 정부가 이미 지난 2021년 제도 개편으로 이같은 사태가 발생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도 대책 마련에 소극적이었다며 비판하고 있다.
이처럼 투자자 여론이 악화되자 정부와 업계도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금융투자협회 및 업계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계좌별 소득합산 시 외국납부세액 공제를 적용하는 새 기준을 마련했다. ISA에 편입한 펀드별로 외국과 국내의 원천징수세율을 비교해, ISA 만기 시 국내에 납부해야 할 세금에서 외국에 낸 세금을 공제하는 방식이다.
다만 세법시행령 개정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ISA와 달리 연금계좌의 경우 법 개정이 필요해 시간이 좀 더 걸릴 전망이다. 정부는 연내 관련 절차를 거쳐 연금계좌에 대한 이중과세 문제도 해결할 계획이다.
제도 개편에 따른 절세효과 축소 관련 내용을 금융소비자에게 미리 고지하지 않은 금융회사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 다수의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들은 최근까지 연금계좌 등을 통한 해외 펀드 투자를 유용한 절세 수단으로 홍보해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금융회사들이 사실상 ‘불완전판매’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처럼 비판 여론이 확산하면서 일부 증권사들은 제도 개편에 따른 이중과세 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안내를 강화하고 나섰다. 삼성증권은 지난 4일 홈페이지를 통해 펀드 외국납부세액 공제방법 개편에 따른 분배금 과세 절차 변경 내용을 공지했다.
미래에셋증권 또한 지난 7일 홈페이지를 통해 “연금계좌는 인출할 때 과세되는데 2025년부터 운용수익에 대해 5.5%~3.3%로 원천징수될 때 외국에서 발생한 배당소득에 대한 외국납부세액이 있는 경우 차감되지 않아 현행 법령상으로는 이중과세 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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