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한화그룹
[이코리아] 한화솔루션이 2020년 통합법인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연간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태양광과 케미칼 부문이 모두 부진한 가운데, 김동관 대표이사 부회장은 미국 태양광 시장 확대와 초고압케이블 소재 사업을 통해 실적 반전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솔루션이 지난 6일 발표한 공시에 따르면 2024년 매출은 12조3940억 원으로 전년 대비 큰 변화가 없었지만, 영업 손실 3002억 원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태양광과 케미칼 부문이 동반 부진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해당 부문에서만 2575억 원의 영업적자를 내며, 1년 전 5398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던 때와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산 공급 과잉에 태양광 모듈 수익성이 둔화된 영향이다. 케미칼 부문 역시 1,213억 원의 영업 손실을 내며, 2023년 607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것과는 다른 흐름을 보였다.
첨단소재 부문은 매출 1조376억 원, 영업이익 235억 원을 기록했다. 완성차 수요 증가에 따라 경량 복합소재 판매가 늘었지만 태양광 소재 가격 약세, 미국 신공장 초기 고정비 등이 반영됐다. 다만,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은 매출이 3조 원에 육박하며 전년 대비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4분기 한화솔루션의 영업이익은 107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8% 증가하며 적자 늪에서 벗어났다. 한화솔루션의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6% 상승한 4조6429억 원으로, 분기매출 기준으로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최대 규모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4분기에 606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는 개발자산 매각과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이 실적을 뒷받침한 결과로 분석된다.
사측은 2025년 연간 매출 4조원, 1분기 매출 5000억 원을 목표로 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올해 미국 태양광 시장 변화와 신사업 확장을 통해 실적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고부가가치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한 수익성 개선에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초고압 케이블의 핵심 소재인 반도전 컴파운드 생산을 확대하며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반도전은 케이블 파손을 방지하고 전기력을 차단해 방전을 막는 필수 소재로, 한화솔루션은 이를 포함해 초고압 케이블의 절연 소재인 가교 폴리에틸렌(XLPE) 등의 생산도 이어가고 있다.
올해 1월 독립적인 사업부문으로 격상된 W&C 사업부는 400kV(킬로볼트)급 케이블 및 해저 케이블용 가교 폴리에틸렌(XLPE)을 주력 제품으로 하며, 이는 국내 최초로 국산화에 성공한 핵심 소재다. AI 확산 및 산업 전기화로 인해 전력 수요와 전력망 확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한화솔루션의 이번 사업 확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한화솔루션은 그룹 내 석유화학, 첨단소재, 태양광 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들이 합병돼 지난 2020년 출범했다. 당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한화그룹의 사업 재편 작업이 본격화됐고, 그간 태양광 사업에 상당한 공을 들이기도 했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에 생산 공장을 직접 설립하는 등 지속적인 투자를 해왔으나, 중국산 저가 태양광 제품과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나 지난 1월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태양광 산업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데다, 무역 정책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경쟁력 강화와 시장 가격 상승이 기대되고 있다.
실제 미국 내 태양광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설치된 태양광 발전 용량은 210기가와트(GW)로 집계됐다. 지난 5년간 미국의 태양광 발전 용량은 연평균 4%씩 성장했으며, 2029년에는 현재의 두 배 수준인 440GW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서도 미국 태양광모듈시장 전망을 놓고 올 하반기 가격 상승을 예상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백영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미국 태양광 모듈 시장에 대해 “현재 미국 내 태양광 모듈 재고가 약 20~30GW 수준으로 추정되지만, 관세 영향으로 수입 물량이 줄어들면서 하반기에는 수급이 상당히 타이트해질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부터 미국 내 태양광 모듈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위정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1월 평균 글로벌 태양광 모듈의 평균판매단가(ASP)는 0.074달러/W로, 티어1 업체들의 평균 생산단가 0.12달러 감안 시 적자 수준의 가격 약세가 지속됐다”며 “반면 북미 지역의 지난해 4분기 모듈 ASP 와트당 0.29달러 수준으로 가격 프리미엄이 지속됐다. 동사의 지난해 출하량 중 북미 비중은 80%로 ASP 상승을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화솔루션에 대해 “2분기 이후 본격적 반등세가 전망된다”며 “올해 2분기 이후 북미 지역 내 모듈 판가 상승, 하반기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증가 및 (세제혜택의) DCA(Domestic Contents adder) 요건 부합 등 기대 요소가 다수 포진됐다”고 분석했다.
이진호·김태형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신재생에너지 부문 내 할부금융(Enfin)과 EPC 및 발전자산 매각 등의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으며, 웨이퍼/셀 공장 역시 연말까지는 풀가동을 전망하고 있다”며 “관세로 인해 미국 모듈 가격이 상승하며, 동사의 실적이 빠르게 개선될 예정이다. 다만, 실적 개선 폭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및 규제에 따라 변동 폭이 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윤수은 기자
저작권자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 많은 기사는 '이코리아'(http://www.ekoreanews.co.kr/)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화 김동선, 혁신 기술로 반도체 제조시장 판도 바꾼다 (1) | 2025.02.11 |
---|---|
해외 펀드 투자 이중과세 논란, 투자자 대응은 어떻게? (0) | 2025.02.11 |
신한은행, 6년 만에 '리딩뱅크' 탈환... '정상혁호' 성장 동력은? (0) | 2025.02.11 |
반려동물 양육비 증가, 푸드업사이클링으로 해결? (0) | 2025.02.11 |
AI로 맞춤형 화장품 제작… 뷰티 시장 혁신 가속화 (1) | 2025.0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