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CT

파리 AI 정상회담 개막...관전 포인트는?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5. 2. 12.
728x90

[이코리아] 세계 각국이 모여 AI 안전과 규범에 대해 논의하는 세 번째 AI 정상회의가 프랑스 파리에서 현지시간 10일 개최되었다. 이틀간 열리는 이번 'AI 행동 정상회의'는 지난 2023년 영국 블레츨리 파크에서 열린 'AI 안전 정상회의'와 지난 5월 한국에서 개최된 'AI 서울 정상회의'에 이어 세 번째로 열리는 글로벌 AI 정상회담이다.

이번 회담에서는 AI가 사회, 거버넌스,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안이 주요 의제로 논의된다. 하지만 과거 회담들과 달리 AI 규제와 안전보다 기술 주권과 경쟁력 강화가 핵심 화두로 부각될 전망이다.

이번 회담에는 한국 정부 관계자와 기업 대표들도 참석해 AI 정책과 산업 전략을 논의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AI 관련 주요 기업들이 참가해 AI 기술 개발과 국제 협력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장, 김명주 AI 안전연구소장 등 정부 부처 관계자와 네이버, 삼성전자, LG AI 등 국내 AI 개발 기업 관계자들이 이번 행사에 참석한다.

개최국 프랑스는 AI 산업 육성을 위한 대규모 투자와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하며 주도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프랑스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1090억 유로 (약 163조 원) 규모의 AI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른바 '프랑스판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로 불리는 이 계획은 대형 AI 모델 개발과 데이터 센터 구축을 포함하며, AI 산업을 국가적 차원에서 육성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AI 대한 투자 속도를 늦춰서는 안된다고 강조하며, 이번 계획으로 프랑스가 AI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회담을 앞두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얼굴이 AI로 합성된 딥페이크 영상을 공개하며 화제가 되었다. "잘 만들었다(Nicely done)"라고 평가하며 "AI 기술을 활용해 의료, 에너지, 사회 전반을 변화시킬 수 있다. 프랑스와 유럽이 AI 혁명의 중심에 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마크롱이 딥페이크 기술을 가볍게 다루는 것이 AI를 이용한 허위정보 확산 문제를 간과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프랑스 현지 언론에서도 이를 지적하며 딥페이크를 가볍게 다룰 수 있는 것인지 논쟁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회담을 앞두고 글로벌 AI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슈 중 하나는 중국 AI 기업 '딥시크(DeepSeek)'의 급부상이다. 딥시크는 저가 반도체를 활용해 낮은 비용으로 빅테크의 주요 AI 모델의 성능을 따라잡으면서미중 AI 패권 경쟁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이 AI 기술 자립과 보조금 정책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대선 재출마로 인한 글로벌 AI 규제 추세의 변화도 관심을 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AI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중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미국 기업을 적극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기존 바이든 행정부가 강조했던 AI 윤리 및 안전 규제 기조와 상반되는 방향으로, 국제 사회의 AI 거버넌스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AP통신은 "트럼프의 AI 야망과 중국의 딥시크가 파리에서 열린 AI 정상회담을 압도했다."라고 전하며 AI 안전은 여전히 ​​파리 회의의 의제에 올라 있지만, 미국이 이번 회의에서 국가들이 더 윤리적이고 민주적이며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AI를 개발하도록 하는 조치에 동의할지는 불분명하다고 짚었다.

또 강력한 규제법안인 EU AI 법을 제정한 EU 수뇌부와 미국 빅테크 기업의 갈등에도 주목했다. 최근 EU의 AI 규제는 기업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혔으며, 27개국으로 구성된 EU의 AI 규제를 표준화하려는 가이드라인은 실현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개최국 프랑스 역시 AI 규제 완화에 무게를 실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의 AI 규제가 글로벌 경쟁력을 저해하고 있다."라며 "기술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규제 간소화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또 유럽과 프랑스의 AI산업에 대한 투자를 촉구했다.

기업 관계자들도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순다 피차이 알파벳 CEO는 유럽의 생산성이 AI 기술의 활용에 달려 있다고 강조하며, 규제 완화를 통해 이를 늘려나가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샘 올트먼 오픈AI CEO 역시 "EU는 AI 기술 발전을 위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라고 촉구하며, 프랑스의 규제 완화 기조를 환영했다.

이번 회담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앞서 서울에서 열린 AI 정상회의에서도 'AI 안전 서약'이 발표되었지만, 강제성이 없는 선언에 불과해 실질적인 규제 효과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미국 핵과학자회(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는 6일 이번 파리 AI 정상회의가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하는 기사를 내놓았다. 핵과학자회는 "AI 규제에 대한 글로벌 합의는 각국의 경제적,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분열되고 있으며, 기존 회의에서도 효과적인 조치를 도출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보고서는 현재 미국과 유럽이 AI에 대한 규제 접근 방식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으며, 중국은 자국 중심의 AI 발전을 고수하고 있어 통합된 글로벌 규범을 형성하는 것이 어렵다고 평가했다. "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규제 논의를 훨씬 앞서가고 있으며, 현재 방식으로는 실질적인 실행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회의장 바깥에서는 AI 안전 문제를 강조하는 시위도 열리고 있다. 국제 단체 'PauseAI'는 AI 안전을 주요 의제로 삼아야 한다며 파리뿐만 아니라 뉴욕, 런던, 베를린 등 세계 여러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인 시위를 벌였다.

 

 

 

현기호 기자

저작권자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 많은 기사는 '이코리아'(http://www.ekore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