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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외교부 X 갈무리
[이코리아] 세계 각국이 모여 AI 안전과 거버넌스에 대해 논의하는 세 번째 AI 정상회의가 프랑스 파리에서 막을 내리며 '파리 선언문'이 채택됐다. 이틀간 개최된 이번 'AI 행동 정상회의'는 지난 2023년 영국 블레츨리 파크에서 열린 'AI 안전 정상회의'와 지난 5월 한국에서 개최된 'AI 서울 정상회의'에 이어 세 번째로 열리는 글로벌 AI 정상회의다.
선언문의 공식 명칭은 '인류와 지구 위한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인공지능에 대한 선언문'으로 한국, 중국, 일본, 인도, 프랑스, 캐나다 등 60개국이 서명했다. 선언문은 AI가 공익을 위한 기술로 발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AI의 접근성 향상을 통해 디지털 격차 해소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 구축 △혁신 촉진 및 시장 독점 방지 △AI가 노동 시장과 경제 성장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극대화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AI 기술 개발 △국제 협력을 통한 AI 거버넌스 강화를 주요 목표로 삼았다.
또한, 선언문에 서명한 국가들은 AI 관련 공공 이익을 위한 대규모 플랫폼 및 인큐베이터를 설립하고, AI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에너지 효율적 기술 연구와 글로벌 협력을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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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D 밴스 부통령 X 누리집
그러나 미국과 영국은 선언문 서명을 거부하면서, AI 규제 및 협력에 대한 각국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음을 보여줬다. 회의에 참석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미국의 AI 기술이 세계 최고의 표준이 되도록 할 것"이라며, 국제적으로 AI 기술을 억제하기보다는 촉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영국 역시 국가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되는 이니셔티브에만 서명할 것이라고 밝히며, AI 규제보다 촉진 쪽에 무게를 실었다.
이번 회의에서 주목할 만한 점 중 하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AI 규제 기조를 유지하던 EU가 대규모 AI 투자 기조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EU는 AI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 및 개발 지원을 병행할 계획을 발표했으며, 특히 개최국 프랑스는 1090억 유로 (약 163조 원) 규모의 AI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AI 산업을 국가적 차원에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EU 집행위원 헤나 비르쿠넨 기술 책임자는 "AI 규제가 산업 발전을 저해하지 않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언급했으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AI 대한 투자 속도를 늦춰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AI 선도국들 간의 갈등 역시 두드러졌다. 외신들은 미국은 AI 규제보다는 혁신과 투자를 통한 주도권 확보에 집중하는 반면, EU는 균형 잡힌 규제와 산업 육성을 병행하려는 태도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또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중국을 겨냥해 “권위주의 정권이 외국 데이터를 훔쳐가 훈련시킨 AI를 선전하고 있다. 그런 국가와 계약을 체결해서는 안된다."라고 비판하는 등 미중갈등 역시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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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제공
한편 한국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국가기관을 비롯해 네이버, 삼성전자, LG AI 연구소 등 주요 기업 및 기관이 참석했다.
과기정통부 유상임 장관은 대한민국 수석대표로 정상회의에 참석해 '경쟁력 있고 지속가능한 인공지능'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유 장관은 AI 기본법, 국가 AI 컴퓨팅 센터 구축, AI 교육 확대, 저전력·고성능 AI 반도체 개발 등 한국의 AI 정책을 소개하며 국제 협력을 제안했다. 또한, 미국, 유럽연합, 싱가포르 등과 양자 면담을 진행하며 AI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네이버 최수연 대표는 ’지속가능한 AI의 미래’를 주제로 한 전체총회 두번째 세션에 참석해 AI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생태계의 확장과 창작자 및 이용자를 위한 비전을 소개했다. 그는 AI가 검색 기반의 디지털 환경을 더욱 정교하게 연결하는 도구가 될 것이라며, 웹툰과 커머스 분야에서의 AI 활용 사례를 발표했다. 또한, 네이버의 지속가능한 AI 연합체(Coalition for Sustainable AI) 참여 역시 주목받았다.
LG AI연구원은 AI 기술의 안전성과 포용성 강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소개하며, AI 윤리 실천 사례를 강조했다. 특히, AI 모델 학습 데이터의 위험을 자동으로 분석하는 '데이터 컴플라이언스 에이전트'를 개발해 AI의 투명성과 법적 안정성을 높이는 방안을 발표했다. 또한, 유네스코와 함께 포용적 AI 생태계 구축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며 국제 협력을 강화했다.
외신들은 이번 회의를 두고 다양한 평가를 내놓았으나 공통적으로 AI의 안전에 대한 논의보다 산업 발전을 위한 경쟁이 더 눈에 띄었다고 평가했다. 폴리티코는 "새로운 AI 세계질서가 파리에서 등장했다"라며, 이번 회의가 AI의 글로벌 거버넌스를 둘러싼 주요 강대국들의 입장 차이를 명확히 드러낸 자리였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상회의의 원래 목적과는 다르게, 국가 간 AI 전략 차이가 더욱 뚜렷해졌다"고 지적했다.
또 타임지는 이번 회의에 대해 "AI 안전보다 경제적 기회 창출이 중심이 된 자리였다"고 보도했다. 기술 매체 악시오스는 "AI 기술에 대한 낙관론이 지배한 정상회의였다"며, 글로벌 AI 경쟁이 본격화되었다고 평가했다. 프랑스24는 "AI가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는 핵심 토론에서 주요 기술 기업들이 참석하지 않은 점이 논란이 되었다"고 보도했다.
테크폴리시는 "이번 회의에서 주요국들이 AI 규제보다는 산업 활성화와 주도권 경쟁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하며, AI를 둘러싼 국제 협력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고 평가했다.
현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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