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리아] MG손해보험 매각 과정에서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는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가 강경 대응에 나섰다. 예보는 MG손보 노조가 실사를 방해해 매각이 지연되면 보험계약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노조는 절차상 위법한 자료 요구를 거부한 것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보는 지난 12일 우선협상대상자인 메리츠화재 및 MG손보와 함께 MG손보 노동조합에 대해 업무방해금지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다.
지난 2022년 금융위원회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MG손보의 관리를 맡아 매각을 추진해온 예보는 네 차례의 시도가 무산된 끝에 지난해 12월 메리츠화재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 메리츠화재는 이후 MG손보의 기업가치, 보험계약자에 대한 지급 의무 등을 정확히 평가하기 위한 실사에 나섰으나, 노조의 반발로 관련 자료를 전혀 제공받지 못한 상태다.
노조가 메리츠화재의 MG손보 인수를 반대하는 이유로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예보와 메리츠화재는 자산부채이전(P&A) 방식을 추진 중인데, 이는 매각 대상의 부실자산 및 부채를 모두 인수하는 M&A와 달리 우량자산 및 보험계약 등만 선택적으로 인수할 수 있도록 한 방식이다. 경영 악화로 매각이 어려워진 MG손보를 매각하기 위해 원매자의 인수 부담을 크게 낮추기로 한 셈이다.
문제는 P&A 방식의 매각이 진행될 경우 메리츠화재가 기존 직원들의 고용을 승계할 의무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MG손보 노조는 지난해 10월 성명을 내고 “메리츠화재보험이 최종 인수자로 확정될 경우 고용승계 부담이 없을 뿐 아니라, 자사의 계약 서비스 마진(CSM)에 엠지손보 계약서비스 마진을 판매수수료 지출 없이 추가할 수 있다”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할 기회이익은 전적으로 인수사가 차지하는 반면, 직원들의 대규모 실직과 손보사 면허 소멸로 발생할 피해는 모두 사회적 비용으로 전가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노조는 실사를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절차상 위법한 자료 요구를 거부한 것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노조는 예보와 회계법인 관계자들이 지난달 9일 MG손보에 무단 입점해 ‘기밀유지 확약서’에 서명하지도 않고 회사 내부망 연결을 요구했다가, 노조로부터 사전에 필요한 자격을 갖춰달라는 요청을 받고 퇴실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메리츠화재도 직원의 개인 신상정보, 기업기밀사항, 영업기밀, 상품기초서류 등 우선협상대상자 지위에서 요구할 수 없는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는 개인정보 보호법과 공정거래위원회 지침 등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우선협상대상자의 지위에서 요구할 수 있는 범주의 자료를 법률자문을 거쳐 제시하라는 요구가 실사자료 제출 거부인가”라고 반문하며 “노동조합은 예금보험공사에 대하여 어떠한 업무방해 행위도 없음을 자신하고 있으니 검토만 하지 말고 신속하게 법적 조치를 신청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예보는 노조의 요청에 따라 수정된 실사 방안을 제안했음에도 여전히 노조가 고의적으로 실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보는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공사는 우선협상대상자 및 엠지손해보험과 함께 법률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노동조합의 이의제기 사항을 해소할 수 있는 실사 방안을 마련한 후, 7일 실사를 재시도했다”며 “그럼에도 노동조합은 실사 방안을 수용하지 않고 기존과 유사한 문제 제기를 지속하며, 우선협상대상자의 실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보는 노조의 고의적인 실사 방해로 매각이 지연되면 보험계약자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실사 작업이 중단돼 메리츠화재가 인수를 포기한다면 새로운 원매자를 찾아야 하는데, 최근 보험사 M&A 시장 분위기를 고려하면 경영 악화로 5차례나 매각에 실패한 손보사를 인수할 곳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최악의 경우 보험계약자에게 예금보험금을 지급한 뒤 청·파산 방식으로 MG손보를 정리할 수도 있다. 예보는 “(청·파산 방식으로 MG손보가 정리되면) 실손보험 등 기존 보험과 동일한 조건으로 타 보험사로부터 재가입이 어려울 수 있으며, 5천만원 초과 보험계약자의 경우 예금보호한도 초과로 경제적인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보험계약자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예보는 “가처분 신청과는 별개로 매각 진행을 위해 MG손해보험 노동조합과의 소통 창구를 열어놓고 있으며, 우선협상대상자의 실사를 지속 추진할 것”이라며 “실사에 협조해 매각을 완료하는 것이 엠지손해보험 노동조합 및 근로자 입장에서도 도움이 되는 만큼, 원활한 실사 진행을 위해 노동조합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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