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귀뚜라미보일러, 나비엔]
[이코리아] 국내 보일러업체들이 건설 경기 침체로 부진한 국내 시장 대신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고환율과 트럼프 정부의 화석연료 중심 공약,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기대감 등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건설 경기 동향은 보일러 수요와 직결된다. 보일러는 이사하거나 고장이 났을 때 설치하기 때문이다. 새로 지어지는 건축물이 많을수록 보일러 판매량도 늘어나는데 올해는 국내 건설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이라는 악재가 겹쳐 보일러 판매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문에 보일러업계는 해외시장 개척에 공을 들이고 있다.
경동나비엔은 ‘콘덴싱 하이드로 퍼네스’를 기반으로 북미 시장 매출을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콘덴싱 하이드로 퍼네스’는 물을 데운 후 따뜻한 공기를 공급하는 가정 난방기기로, 북미 현지 난방 특성에 맞춤형으로 출시한 제품이다.
기존의 미국 난방 시스템인 퍼네스가 공기를 가스로 직접 가열한 뒤 실내로 공급하는 방식이었다면, 경동나비엔의 콘덴싱 하이드로 퍼네스는 따뜻한 물로 데운 공기를 실내로 공급해 공기가 건조하지 않고 유해가스 유입 우려도 해결했다.
온수기와 보일러는 ‘생존에 필요한 기본 필수재’로 분류돼 관세와 수출 규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도 피해 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의 화석연료 중심 에너지 정책은 미국 내 온수기와 보일러 수요를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경동나비엔은 2006년부터 미국법인을 설립하고 북미 시장을 준비해왔다. 북미 지역 매출액은 2023년 6609억 원에 이어 지난해엔 3분기까지 5821억 원을 달성해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올해에는 8000억 원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 중국, 러시아 등으로도 해외 유통채널을 확장하고 있다. 2022년에는 우즈베키스탄에, 2023년에는 멕시코에 신규법인을 각각 설립하며 시장 다변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귀뚜라미 보일러는 2020년 러시아법인을 설립한 뒤 시장 내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아쿠아플레임 모스크바 2025’에 참가해 현지 특화 기술력과 신제품을 선보였다. 아쿠아플레임 모스크바는 지난해 기준 전 세계 700여 개 업체가 참가하고 2만9000여 명이 관람한 러시아 최대 냉난방 국제 전시회이다.
러시아의 핵심 전략 제품인 벽걸이형 가스보일러 ‘2025년형 월드알파’ 시리즈는 거실 등 실내에 보일러를 두고 사용하는 현지 주거 형태를 고려해 저소음을 구현했다. 온수공급 능력 확보와 현지 전기 설비와의 호환성을 확보해 소비자와 설비업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귀뚜라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되면 시장 확보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귀뚜라미보일러 관계자는 “러시아 법인을 중심으로 강도 높은 현지화 전략을 추진한 결과, 수년간 복잡한 지역 정세와 경기 침체 속에서도 귀뚜라미보일러를 찾는 소비자 수요가 지속 증가하고 있다.”라며, “올해 더욱 확장된 제품 라인업을 바탕으로 러시아 전역의 소비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난방 솔루션을 제공하며 시장 경쟁력을 높여 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투자전문가 사이에서도 경동나비엔의 평가가 상향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경동나비엔의 올해 매출액은 13.5% 증가한 1조 5366억원, 영업이익은 16.9% 상승한 1551억원으로 추정된다고 평가했다. 허성규·이병화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실적 기대감이 높았으나 북미 도매상 재고 상황과 매출이 직결되지 않아 매출 상승 확인하기까지는 1~2분기 더 소요될 것”이라고 분석하면서도 “북미 시장에서 하이드로 퍼니스 기술을 보유한 회사가 전무한 만큼 올해 하반기 시장에서 채택률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해외시장 뿐 아니라 국내에서는 SK매직에서 인수한 전기·가스레인지, 오븐 등 주방기기 사업과 결합해 보일러와 패키지 형태로 납품이 가능함에 따라 약 4000억원의 성장 가능성이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경동나비엔은 지난해 4분기 실적 미스로 시장 눈높이가 다소 낮아졌지만 올해 1분기 회복이 기대된다”라며 “수출 물동량 증가, 일부 이연된 매출 인식 및 환율 효과 지속으로 15% 내외 수준의 성장을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김 연구원은 라며 “북미 퍼네스 시장 규모는 연간 500만대로 추정되며 이는 현재 콘덴싱 온수기의 5배 수준이다. 북미 콘덴싱 온수기 시장을 개화시킨 성공 경험이라면 연간 25만~50만대는 충분히 가능하다”라며 “북미 사업의 높은 성장률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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