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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은행 새 수익원으로 떠오른 법인 가상자산 계좌... 주목할 은행은?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5.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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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이코리아] 금융당국이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를 허용하기로 하면서 은행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목마른 시중은행이 가상자산 거래소와의 제휴를 통해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에 나설 가능성도 커지는 모양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법인 고객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를 위해 국내 거래소와 협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법인이 가상자산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우리은행이 실명계좌 발급을 지원한다는 것.

이는 금융당국이 최근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를 허용하기로 방침을 정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13일 제3차 가상자산위원회 회의를 열고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 로드맵’을 발표했다.

현재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는 개인에 비해 자금세탁 및 시장과열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2017년 정부 규제에 따라 원칙적으로 금지돼왔다. 은행 또한 관행적으로 법인 명의의 실명계좌 개설을 제한해왔다.

하지만 금융위는 주요국이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를 폭넓게 허용하고 있는 데다, 국내에서도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되면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만큼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를 단계적으로 허용할 방침이다.

우선 금융위는 올해 2분기부터 가상자산을 기부·후원받은 지정기부금단체 및 대학교 등에 대한 법인 실명계좌 발급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어 하반기부터는 금융회사를 제외한 상장법인과 전문투자자로 등록한 법인 3500여개사를 대상으로 투자·재무목적의 매매 실명계좌를 시범적으로 허용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이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를 허용하기로 하면서 은행권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실제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국내 1위 거래소 업비트와의 제휴를 통해 빠르게 신규 고객 유치에 성공하며 톡톡히 효과를 봤다. 향후 법인 가상자산 계좌발급을 통해 법인 고객까지 유치할 수 있게 된다면, 은행으로서도 새로운 수익창출 모델을 만들 수 있다.

금리인하 및 대출규제에 따른 이자마진 축소,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 등으로 인한 금융상품 판매 위축 등 은행을 둘러싼 업황은 점차 악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법인 고객 유치를 통해 예금·대출 등의 본업이 아닌 영역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가상자산 시장이 열리게 된 만큼, 은행으로서도 시장 선점을 위해 나서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이미 지난달 국내 2위 거래소 빗썸과 제휴를 맺고 원화 입출금계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상자산 정책기조가 변화될 조짐을 감지하고 선제적으로 거래소와의 제휴에 나선 것. 국민은행은 이번 제휴로 당장 가상자산 투자에 익숙한 20~30대 신규 고객 유치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법인 고객 선점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우리은행이 최근 법인 실명계좌 발급을 위해 거래소와의 협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주목할 것은 국내 1위 거래소 업비트와 케이뱅크의 제휴 계약은 올해 10월 종료된다는 점이다. 업비트는 지난해 케이뱅크와의 제휴 계약을 1년 연장했는데, 케이뱅크 측은 3년 연장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비트가 케이뱅크의 요청과는 달리 단기 계약을 체결한 만큼 새로운 제휴 은행을 물색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업비트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70~80%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압도적인 1위 거래소다. 우리은행이 업비트와의 제휴에 성공한다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 5대 은행 중 신한은행은 이미 지난 2018년부터 코빗과 제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빗썸과의 제휴가 종료된 농협은행, 아직 거래소와 제휴 관계가 없는 하나은행 등이 잠재적인 경쟁 후보로 꼽힌다.

업비트가 케이뱅크와의 제휴 계약을 갱신하더라도 우리은행으로서는 간접적인 수혜가 예상된다. 케이뱅크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상장을 추진해왔으나 최근 기업공개(IPO) 시장이 침체되면서 올해 초 상장 계획을 철회한 상태다. 만약 케이뱅크가 업비트 제휴 연장에 성공하고 법인 고객 신규 유치까지 성공해 실적이 개선된다면, 향후 상장 재도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케이뱅크가 업비트와의 제휴에 힘입어 상장에 성공한다면 케이뱅크 지분 약 12%를 보유한 2대 주주 우리은행도 수혜를 볼 수 있다.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우리은행이 보유지분을 매각할 경우 약 2~3000억원 규모의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한편, 금융위는 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등 관계기관과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 로드맵’ 이행을 위한 ‘내부통제기준’, ‘매도·매매 가이드라인’ 등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법인 가상자산 거래 허용으로 새롭게 열릴 시장을 어떤 은행이 선점하게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임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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