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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산불 예방 '숲 가꾸기 사업'에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5.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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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022년 울진·삼척 산불, 출처-소방청]

[이코리아] 기후변화로 겨울철 기온이 오르면서 최근에는 겨울철 산불 발생 건수도 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12~1월 평균 산불 건수는 1990년대 연간 34건에서 2000년대 57건으로, 최근 5년간 82건까지 늘었다.

최근에는 국내 연간 산불 발생일이 204일에 달한다는 자료도 나왔다. 권춘근 박사는 최근 기상청에서 열린 ‘봄철 기상과 산불’ 기상 강좌에서 “1990년대 연간 112일 발생했던 산불이 최근 3년(2020~2022년)은 204일로 92일 증가했다”라며 “그간 대형 산불은 3월 초순부터 4월 중순 사이 집중된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2017년 강릉과 삼척, 상주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하면서 산불 발생 시기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졌다. 이제 대형 산불은 시기를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동해안지역은 강한 바람과 건조한 날씨로 인해 산불 발생률이 높다. 실제 주불이 진화되는 데만 213시간이 걸린 2022년 울진·삼척 산불은 서울시의 3분의 1이 넘는 면적인 2만 923㏊(헥타르)가 불탔고 피해액은 2,261억 원으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6년 이후 단일지역 산불로 최장기간, 최대면적 피해를 기록했다. 이 산불이 더욱 심각했던 이유는 강한 바람(초속 25m 이상) 때문이었는데, 전문가들은 "이는 기후변화로 인한 대기 흐름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라고 말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 발생의 증가는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발생하는 일이 아니다. 최근 일본에서는 30여 년 만의 대형 산불이 발생해 축구장 3천 개 크기의 숲(산림 2900㏊, 주택 등 건물 약 210채) 이 불탔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지난달 26일 일본 혼슈 북동부 이와테현에서 발생한 산불의 원인도 기후변화에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1979년부터 2022년까지 약 43년간 일본을 포함한 여러 지역의 온도, 상대습도, 풍속 등의 기상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대기 순환에 영향을 주고, 더운 날씨와 건조한 기상 조건이 건조하고 강한 바람이 발생시켜 산불 위험이 커졌다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 1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기록적인 산불이 발생했다. 서울 면적의 4분의 1 크기인 약 1,600㎢를 태운 이번 LA 산불은 캘리포니아의 연평균 기온 상승과 강수량 감소로 인한 건조한 날씨가 산불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산불은 단순히 산림을 파괴하는 것을 넘어 기후 위기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산불로 인해 나무와 토양에 저장된 이산화탄소가 대량으로 대기 중에 방출되고, 이로 인해 온실효과가 강화되어 지구 온도가 추가로 상승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산림청은 2022년 ‘경북·강원 대형 산불 시사점 분석 및 개선대책’을 발표하면서 ‘산불 예방 숲 가꾸기’를 2배가량 확대하고, 내화 수림대를 연간 350ha 규모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산림 내 임도(林道)는 현재 157km에서 2030년까지 6,357km로 확대하며, 물 가두기 사방댐을 2027년까지 63곳을 추가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림청의 개선대책 중 일부는 오히려 환경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불 예방을 위해 진행하는 ‘숲 가꾸기 사업’의 경우, 산불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며 나무를 베고, 산림 내 방화선을 만드는 인위적인 개입이 오히려 자연의 회복력을 해치고 산불에 취약한 숲을 만든다는 것이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 교수는 산림청의 숲 가꾸기 사업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한다. 홍 교수는 창비 주간논평을 통해 “숲 가꾸기란 탈 것을 줄이면 산불이 작아진다는 논리로 나무를 솎아베기하고 어린 식생을 베어내 숲의 밀도를 낮추고 인공조림을 하는 정책이다. 그런데 살아 있는 활엽수는 아무리 강한 불이 발생한다고 해도 불타지 않는다.”라며 “물에 젖은 종이도 타지 않는데, 하물며 흠뻑 젖은 나무가 잘 탄다? 믿을 수 없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 숲에 살아 있는 활엽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불이 커지지 않고 되레 작아진다. 물을 충분히 머금은 활엽수가 화마의 방패 역할을 하므로 그렇다.”라고 산불 발생 원인을 인위적 숲 가꾸기에서 먼저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불이 난 지역을 복구하는 과정도 문제가 된다. 정연숙 강원대 교수는 ‘대형 산불 기후재난을 막기 위한 생태적 숲 관리 전환 모색’ 토론회에서 “자연 복원이 인공조림보다 산불 저항성이 높고 복원 속도와 질적인 측면에서 더 우수하다.”라며 “조림 사업은 필요성, 타당성, 성공 가능성은 작았지만, 심각한 폐해를 일으켜 인공조림이 산불 대책으로 제시되는 건 부적절하다”라고 지적했다.

산불 예방과 진화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서재철 녹색연합 상근전문위원은 “국가 차원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국토를 보전하기 위한 조직 중 전문 교육기관과 프로그램이 없는 것은 산불 분야가 유일하다.”라며 “산불은 기후 위기로 인한 국가적 재난이다. 따라서 이에 걸맞은 조직과 예산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실제 <이코리아>가 산림청에 문의해 본 결과 산림청의 산불 관련 인력은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청 관계자는 “산불 관련된 전문적인 시설과 프로그램, 인력을 늘리고자 지속해서 정부에 건의하고 있지만 예산의 문제로 확충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라고 답했다.

산불은 오늘(14일)도 발생했다. 산림청은 경북 청도군에서 발생한 산불에 오전 11시 40분을 기해 산불 1단계를 발령했다. 현장에는 진화헬기 20대, 진화차량 34대를 비롯해 진화인력 158명이 투입됐다.

 

 

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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