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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보험업계 ‘그린스완’ 대응, 지수형 보험 해답 될까?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5.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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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2032년 지수형 보험 시장규모 성장 예상. (단위: 십억 달러) 자료=보험연구원

[이코리아] 금융당국이 ‘그린 스완’(Green Swan,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금융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지수형 날씨보험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아직 걸음마 단계인 국내 지수형 보험시장 확대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18일 보험개혁 종합방안을 발표했다. 5대 전략 및 74개 과제로 구성된 보험개혁 종합방안에는 기상이변 등 기후 리스크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지수형 날씨보험을 활성화한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지수형 보험은 특정 지수(Index)가 사전에 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보험금이 지급되는 보험상품을 말한다. 손실 규모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는 기존의 보험상품과 달리, 기온·강우량·진도 등의 기후 관련 지표가 특정 기준에 도달하는 경우 미리 정해진 보험금이 자동으로 보험계약자에게 주어진다.

지수형 보험은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보험상품으로 꼽힌다. 기후변화로 인해 새롭게 발생하고 있는 피해는 전통적인 보험상품으로 보장하기 어려운 데다, 설령 보장이 된다고 하더라도 기후리스크로 인한 피해를 입증하고 손해사정을 거쳐야 하는 등 보험금 지급에 시간이 걸려 적시에 피해 복구를 돕기도 어렵다.

반면, 지수형 보험은 기온이나 강우량 등이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보험금이 지급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위험을 보장할 수 있으며, 손해사정 없이 신속하게 보험금이 지급돼 불필요한 분쟁 없이 보험계약자의 빠른 회복을 도울 수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지수형 보험이 활성화되면 새로운 시장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지수형 보험 시장 규모는 지난 2023년 148억 달러로 집계됐다.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는 지수형 보험시장이 연평균 11.5%씩 성장해 오는 2032년 393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해외에서는 다양한 지수형 보험상품이 개발돼 기후리스크 대응을 돕고 있다. 미국 농무부(USDA) 산하기관인 RMA(Risk Management Agency)는 강수량 지수를 기초로 강수보험을 개발해 작물생육에 필요한 강수량 부족을 보장하고 있다. 지진이 잦은 일본의 경우 진도 6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보험금을 지급하는 소액단기보험인 ‘선물하는 보험, 지진 지킴이’가 출시됐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더 큰 취약계층을 위한 보험상품도 개발되고 있다. 록펠러재단은 지난 2023년 소액보험 스타트업 블루마블, 인도 여성노동조합 등과 협력해 인도 여성노동자들을 위한 지수형 보험을 개발했다. 이 상품은 평균기온보다 높은 폭염 상황이 3일 이상 지속돼 여성노동자의 수입이 줄어들면 이를 보상해준다.

국내에서도 최근 지수형 보험상품이 등장했다. 삼성화재는 지난달 항공기 지연 시간에 따라 정액형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출국 항공기 지연·결항 보상(지수형) 특약’을 보험업계 최초로 출시했다. 이 상품은 국내에서 출발하는 국제선 여객기가 결항 또는 2시간 이상 지연될 경우 지연시간에 비례해 최대 10만원까지 보험금을 지급한다.

하지만 아직 국내 보험사 중 지수형 보험을 출시한 곳은 삼성화재뿐이다. 빠르게 성장 중인 글로벌 지수형 보험시장과 달리 국내 시장은 이제 막 첫발을 떼기 시작한 셈이다.

향후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가 점차 확대될 것이 분명한 만큼, 다양한 기후리스크를 보장하는 지수형 보험을 활성화하는 것은 보험업계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보험연구원은 지난해 발간한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보험회사의 역할’ 보고서에서 “장기적인 한반도의 기후변화 전망은 기온과 강수량 모두 전반적으로 상승하여 이로 인한 자연재해의 심화가 예상된다”며 “보험회사는 지속가능경영 측면에서 사업모형에 기후변화 적응을 통합하고 지수형 보험 등 기후 적응 상품 및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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