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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빛바랜 대중교통비 지원 정책, ‘모두의 티켓’에 주목하자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3.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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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시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대중 교통비를 지원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이 정작 탄소배출량 감축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에서 2024년 7월 출시 예정인 K패스는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 요금을 이용 횟수에 비례하여 환급해 주는 서비스로 ‘알뜰교통카드’ 대신 새로이 도입된 제도다. 

 

K패스를 이용하면 대중교통을 월 21회 이상 이용할 경우 최대 60회까지 교통비의 20%를 환급받게 된다. 예를 들어 기본요금이 1,500원인 서울 시내버스를 한 달에 21번 이용한 경우 6,3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청년과 저소득층은 할인 혜택이 더 큰데, 청년은 30%, 저소득층은 53%을 적용해 각각 연간 최대 324,000원, 576,000원 환급 가능합니다.

 

경기도가 추진하는 2024년 7월 출시 예정인 더(The) 경기 패스는 경기도민이라면 전국 어디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더라도 이용 횟수에 비례해 환급해 주는 서비스다. 

 

K패스 혜택 대상이 아닌 어린이, 청소년도 대상 연령대를 확대하여 포함시키며, 30% 환급 대상인 청년 나이의 범위를 19~34세에서 19~39세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월 이용 횟수가 21회 이상이라면 횟수 제한 없이 무제한으로 환급받을 수 있다.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는 월 6만 5천원을 지불하면 서울 권역 내 지하철, 시내버스, 마을버스, 공공자전거 따릉이 등 모든 대중교통수단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교통카드다. 2024년 상반기에 시범 운영한 뒤, 필요한 부분을 보완하여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민간 싱크탱크 ‘공익허브’는 탄소감축을 위해서 이동수단의 전환이 먼저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익허브는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는 기후위기를 완화하는 효과가 매우 적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자가용 이용 수요를 대중교통으로 전환시켜야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하는데, 대중교통 이용량이 많은 일부 시민들만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기후동행카드의 경우, 대중교통비를 매월 6만 5천원 이상 지출하는 시민이 아니라면 구매할 동기가 매우 적고, 주요 이동수단이 자가용인 시민들 또한 매월 6만 5천원을 지불하면서까지 자가용 운행을 포기할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두의 티켓’ 정책을 제안했다. 공익허브의 정책 제안서를 따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복지재정위원회가 모두의 티켓 법안을 만들었으며, 현재 국회에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으로 발의된 상태다.

 

모두의 티켓은 대중교통을 연 100회 이상 탑승할 수 있는 마일리지를 전 국민에게 선 지급하는 정책이다. 평소 사용하는 체크·신용카드에 1년 간 대중교통비로 사용할 수 있는 마일리지가 충전되도록 설계되었다. 공익허브는 ‘모두의 티켓’을 도입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은 약 1조1500억 원(지하철요금 1400 원×100 회 × 2021년 대중교통 이용 인원 약 82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조건 없이 대중교통비를 지급받기 때문에 운전자들 또한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사진- 수도권거수 성인504명 대상 설문조사.주관-한국정책리서치,공익법인 벗]

 

지난 8월 한국정책리서치가 ‘자가용 이용자의 대중교통 추가 이용 의향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수도권 자가용 이용자 504명 중 78.5%(302명)가 ‘대중교통 연 100회 무료 이용권이 제공되면 현재보다 대중교통을 더 자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모두의 티켓이 제공되면 대중교통 이용횟수를 늘리겠다고 응답한 운전자들은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3.5회 대중교통을 추가 이용할 것이라고 한다(편도 기준).

 

모두의 티켓을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시민들은 평소 주요 교통수단으로 자가용을 이용했으나, 주 2~5회 대중교통으로 이동수단을 전환했다.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한 31세 회사원 김준수씨는 “대중교통비로만 쓸 수 있는 돈을 지원받았는데 쓰지 않으면 아까우니 가능하면 대중교통을 한 번이라도 더 타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승용차 이용자가 일주일 중 하루의 이동수단을 대중교통으로 바꿀 시 얼마만큼의 탄소감축 효과가 있을까?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에 따르면 1인당 469kg의 탄소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고, 이는 1인당 연간 71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이러한 까닭에 이동수단의 전환을 촉진하는 정책에 대한 주장은 실제로 대중교통 프리패스권을 도입한 독일의 시민단체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 독일 시민단체는 “49유로 티켓이 승용차를 타는 사람을 대중교통으로 이끌 정도의 유인이 못 된다”며 무료에 가까운 9유로 티켓의 재도입을 주장한다.  

 

 

 

 

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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