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코로나19 이후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투자 규모가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특정 종목이나 고위험 파생상품에 대한 ‘몰빵’ 투자성향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트럼프 정부 2기 출범으로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서학개미’의 안정적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26일 블로그에 ‘서학개미, 이제는 분산투자가 필요할 때’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게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투자잔액은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말 기준 152억 달러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말 1161억 달러로 5년 만에 8배 이상 불어났다. 국내 거주자의 해외주식투자 총액 중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4.4%에서 15.6%까지 확대됐다.
문제는 해외주식 투자에 나선 개인투자자들이 특정 종목이나 레버리지 파생상품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몰빵’ 투자성향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지역별로 보면 미국 증시에 대한 투자 집중도가 지나치게 높다. 한은에 따르면, 국내 거주자의 미국주식 투자 비중은 2019년 말 47%에서 지난 2023년 말 63.1%까지 높아졌으나, 개인투자자는 같은 기간 미국 비중이 58.2%에서 88.5%까지 확대됐다. 이러한 성향은 현재까지도 지속돼 개인투자자의 미국 주식 투자집중도는 지난 18일 기준 90.4%에 달한다.
특히 개인투자자는 미국 대형 기술주 및 레버리지 파생상품 위주로 투자하는 성향을 보였다. 개인투자자의 투자 상위 10개 종목은 테슬라, 엔비디아, 애플 등 미국 ‘매그니피센트7(M7)’ 종목 대다수와 나스닥100 및 S&P500 지수 등을 추종하는 일반·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로 구성됐다. 지난 18일 기준 상위 10개 종목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투자잔액은 454억 달러로 전체 투자액의 43.2%를 차지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또한 지난 1월 발간한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투자 특성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국내 개인투자자의 종목별 해외주식 자산배분은 특히 미국 대형 기술주에 대한 집중도가 높은 것으로 파악되며, 특히 최근에는 고위험 종목에 대한 투자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진단했다. 자본연에 따르면, 개인투자자의 기술주 선호 현상은 해외주식투자 급성장 추세가 시작된 2020년 시점부터 심화되기 시작했으며, 지난해 6월말 기준 개인투자자 투자 비중 상위 50개 종목 보관잔액 중 기술주 비중은 약 71%에 달한다.
또한, 나스닥100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TQQQ 등의 고위험 레버리지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도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자본연에 따르면, 개인투자자의 투자잔액 중 국내에서 허용되지 않는 고위험 종목 투자 비중은 2020년 1% 미만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6월 말 기준 약 12% 수준으로 빠르게 확대됐다. 자본연은 “개인투자자의 투자 비중이 높은 고위험 상품에는 국내법상 허용되지 않는 고배율 레버리지 상품 등을 다수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소비자보호의 측면에서 국적에 상관없이 유사한 상품에 대해서는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적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학개미의 ‘몰빵’ 투자가 계속되다 보니 특정 종목에서 한국인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촌극이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 지난해 말 양자컴퓨터 열풍이 불자 미국 양자컴퓨팅 기업 아이온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때 한국인 투자자의 비중이 30%를 넘어서기도 했다. 또 다른 양자컴퓨팅 기업 리게티컴퓨팅의 한국인 투자자 비중도 17%에 달한다.
이 같은 공격적이고 모험적인 ‘몰빵’ 투자성향은 증시가 호조일 때는 높은 수익률로 이어지지만,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 더 큰 손실로 돌아올 수 있다. 한은에 따르면, 미국 증시가 호조를 보였든 2021년 개인투자자 수익률은 24.1%로 국내 거주자 평균의 2배 가까운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연방준비제도의 정책금리 인상이 시작되면서 미국 증시가 침체된 2022년에는 상황이 달랐다. 개인투자자가 선호하는 M7의 연중 수익률은 –17~–65%로 S&P500(-19.4%)보다 더 큰 하락 폭을 보였다. 이 때문에 이 기간 개인투자자들도 전체 거주자는 물론 지수 하락 폭의 2배에 가까운 손실을 보게 됐다.
문제는 최근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관세전쟁 우려 등으로 증시 변동성이 다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M7 주가는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9일까지 평균 13.9%나 하락해 지수(-7.6%) 대비 큰 낙폭을 보였다. 하지만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개인투자자는 오히려 해외 주식시장에 45억을 순투자했는데, 이 가운에 M7(8억 달러), 레버리지 ETF(16억 달러) 등 미국 주식만 40억 달러를 사들였다.
이러한 ‘몰빵’ 투자가 계속된다면 증시 변동성 확대로 인해 손실이 더욱 커질 위험이 있다. 한은은 “이렇게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손실을 입을 경우,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오랫동안 쌓아야 한다”며 “2022년과 비슷하게 주식시장에서 연간 -40%의 평가손실을 입은 후 개별 종목 대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S&P500 지수 추종 ETF에 투자하기로 했을 때, 원금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최소 8.6년을 보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어 “손실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투자이익을 쌓아가기 위해서는 M7, 레버리지 ETF 등 일부 종목에 대한 과도한 편중을 줄이고 국내외 다른 종목에 대한 분산투자를 통해 위험을 분산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학개미의 안정적인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한수 자본연 선임연구위원은 “국경간 거래의 복잡한 거래구조에 따른 위험성과 더불어 국내와는 상이한 해외시장의 주식매매 거래구조에 따라 인지하지 못한 다양한 위험성이 존재하고 있다”며 “정부는 과거 해외상품 간접투자를 유도한 경험 등을 토대로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투자에 대한 접근방식을 보다 안정적인 구조로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 유인책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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