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25일 5시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마이크 던리비(Mike Dunleavy) 미국 알래스카주 주지사와 면담을 가졌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이코리아] 정부가 미국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참여를 논의하는 가운데, 막대한 경제적 부담과 탄소 비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당 사업은 64조 원의 막대한 투자비에도 불구하고, 향후 30년간 최대 6300조 원에 달하는 탄소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며, 글로벌 에너지 전환 흐름 속에서 좌초자산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5일 한국을 방문한 마이크 던리비 미국 알래스카 주지사를 면담하고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등 에너지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안 장관은 "한국이 알래스카의 최대 수입국"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 알래스카 지역의 개발 촉진을 지원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만큼, 향후 알래스카의 발전 가능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산업·에너지 분야에서의 한국과 알래스카 간 협력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알래스카 수입국 가운데 한국은 11억7000만 달러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캐나다(10억2000만 달러), 베트남(3억2000만 달러) 등 순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시간) 집권 2기 첫 의회 연설에서 한국과 일본 등의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를 거론한 이후, 해당 사업은 한미 양국 간 산업·에너지 협력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정부는 던리비 주지사의 방한을 계기로 한·알래스카 산업·에너지 협력 방안에 대해 면밀히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이날 면담에서 안 장관과 던리비 주지사는 한미 간 교역·투자가 지속적으로 확대돼 양국이 이미 에너지와 첨단산업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산업 생태계를 이뤄 왔다고 평가했다.
던리비 주지사는 이번 방한에서 "한국이 알래스카산 가스를 구매하겠다는 의지가 핵심"이라며 사업 참여를 촉구했지만, 전문가들은 경제성과 기후 리스크를 이유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북극권 북쪽 가스전에서 남부까지 1300km에 이르는 가스관을 건설해 가스를 이송하고, 이를 선박으로 아시아 시장에 수출하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사업은 1970년대부터 추진됐음에도 높은 개발비용과 경제성 부족으로 번번이 무산됐다.
2010년 이후 BP, 엑손모빌, 코노코필립스 등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 참여했으나 모두 철수했다. 2017년 중국과 체결된 62조 원 규모 공동개발 계약도 2019년에 무산되며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장기계약을 통한 수요 확보가 필수적이나, 경제성과 안정성이 입증되지 못했다"며 "높은 개발비용, 낮은 가격 경쟁력, 글로벌 에너지 전환 흐름, 정치적 불확실성 등의 리스크가 중첩되어 지속 가능성을 갖추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기후솔루션이 27일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바탕으로 산출한 탄소 비용은 최소 3300조 원에서 최대 63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대한민국의 국가 총 부채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미국 에너지부(DOE)의 2023년 환경영향평가에 따르면, 알래스카 북부 슬로프에는 약 41.1 Tcf(약 9억 3480만 톤)의 가스 자원이 있으며, 2029년부터 약 30년에 걸쳐 27.8 Tcf(약 6억 3230만 톤)를 수출할 계획이다. 이는 2023년 기준 한국의 연간 가스 도입량(4411만 톤)의 약 14배에 달한다.
그러나 해당 환경영향평가서는 LNG 수요가 현재 수준으로 유지된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배출량과 사회적 비용을 추산했다. 하지만 IPCC를 비롯한 국제기구들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석유·가스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즉, 한국이 거액을 투자해 LNG를 확보하더라도, 사용처가 점점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청정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한국 정부의 투자 방향이 여전히 화석연료 중심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2015년 이후 글로벌 청정에너지 투자는 화석연료 투자를 앞질러 왔으며, 2024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연간 2조 달러를 돌파했다.
기후솔루션은 "재생에너지 전환은 선언이 아닌 세계시장의 명확한 투자 우선순위로 자리 잡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선택이 아닌 전환으로 곧장 가는 일"이라며 "정부는 보다 앞으로 비용이 커질 화석연료 중심의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 청정에너지,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 그리드 강화와 같은 미래 산업에 과감히 투자하고, 산업계가 전환을 준비할 수 있도록 정책적 전환점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 논의는 한국이 에너지 안보와 기후 대응 사이에서 중대한 선택을 해야 하는 시점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막대한 투자비와 탄소 비용을 감수하면서 화석연료 중심 정책을 고수할 것인지, 아니면 청정에너지 전환에 박차를 가할 것인지, 정부의 전략적 판단이 요구된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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