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CT

美中, 양자 기술 주도권 경쟁 치열...한국 상황은?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5. 4. 14.
728x90

= 세계 양자의 날 이니셔티브 누리집

[이코리아] 오는 4월 14일은 ‘세계 양자과학의 날’(World Quantum Day)'이다. 양자 과학과 기술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이해를 높이기 위해 2021년 국제 과학자들이 주도해 제정한 기념일로, 플랑크 상수(Planck’s constant)의 유효 숫자 ‘4.14×10⁻¹⁵’를 상징하는 날짜에서 유래했다. 이후 과학자, 공학자, 교육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며, 전 세계 65개국 이상에서 양자 과학의 중요성을 알리는 행사들이 매년 열리고 있다.

특히 올해는 양자역학이 탄생한지 100주년을 맞는 해로, 독일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가 1925년 '행렬 역학(Matrix Mechanics)'을 통해 현대 양자역학의 기초를 세운 지 정확히 100년이 지난 해다. 이를 기념해 유엔은 2025년을 ‘세계 양자과학기술의 해(International Year of Quantum Science and Technology)’로 지정했다.

= 마이크로소프트 누리집

최근 양자 관련 신기술과 제품들이 실험실을 벗어나 대거 공개되며 양자컴퓨터, 양자암호통신, 양자센서 등 관련 기술들은 산업계와 과학계는 물론 일반 대중에게도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슈퍼컴퓨터로는 수백 년이 걸릴 연산을 수 분 내에 처리할 수 있는 양자컴퓨팅 기술은 AI, 금융, 물류, 군사,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게임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양자기술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앞다퉈 양자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한 경쟁에 돌입한 상황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2월 자체 개발한 ‘위상초전도체’를 기반으로 한 양자컴퓨팅 칩 '마요라나(Majorana) 1'을 공개했다. 마요라나 1에는 큐비트 8개가 탑재되었으며, 설계를 통해 추후 100만 큐비트 이상으로도 확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초전도 큐비트 칩과 달리 '위상적 큐비트'를 사용해 안정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올해를 '양자 준비의 해'로 선언한 마이크로소프트는 몇년 내 양자컴퓨터를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기술 개발을 추진중이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는 최근 젠슨 황의 예측이 틀렸을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3~5년 내에 이러한 양자 기술 중 하나가 매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에 충분한 진정한 논리적 큐비트를 달성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구글의 경우 지난해 자체 개발한 양자 칩 ‘윌로우(Willow)’를 공개했다. 구글은 윌로우를 장착한 컴퓨터가 세계 최강의 슈퍼컴퓨터보다 우수한 성능을 지닐 수 있다고 자신했으며, 현재 최강의 슈퍼컴퓨터 '프론티어'가 10의 24 제곱년에 걸쳐 해결할 문제를 윌로우는 5분만에 해결했다고 발표했다.

구글의 다음 목표는 기존 컴퓨터를 뛰어넘는(beyond-classical) 계산을 통해 실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업적으로 유용한 양자 알고리즘을 구현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구글은 윌로우 칩을 활용해 기존 컴퓨터 대비 성능 우위를 입증하면서도 실제 응용 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IBM은 지난해 말 양자 프로세서 'IBM 퀀텀 헤론'을 발표했으며, 로드맵에 따라 올해 4000큐비트의 양자 컴퓨터를 출시할 예정이다. IBM은 오는 2029년까지 오류 수정이 가능한 양자컴퓨터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역시 양자 컴퓨팅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며 미국을 따라잡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미국 정보혁신재단(ITIF)에 따르면 중국은 양자 기술에 150억달러(약 22조 원)을 투자하고 있으며, 양자 컴퓨팅 분야에서는 미국에 뒤쳐져 있지만 양자 통신 분야에서는 세계적으로 선두를 차지하고 있으며, 양자 감지에서는 미국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상업적으로 활용 가능한 기술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으며, 공공 부문 투자 규모에서는 미국을 압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영국의 싱크탱크 채텀하우스는 중국이 양자 기술 등 첨단 기술이 단순한 서방 기술 복제 단계를 넘어서 혁신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고 바라봤다.

중국과학원은 지난해 12월 504큐비트 양자컴퓨터 ‘톈옌(天衍)-504’를 출시했으며, 지난 7일에는 안후이 양자컴퓨팅공학연구센터가 중국의 양자기업 '오리진퀀텀'의 72큐비트 양자컴퓨터 ‘오리진오공’을 활용해 세계 최초로 양자컴퓨터를 통한 AI 모델의 미세조정 학습에 성공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리진오공은 지난해 1월 출시된 양자컴퓨터로, 현재까지 미국을 비롯해139개국에서 2000만 건 이상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과기정통부 누리집

이처럼 미국과 중국이 양자 기술 주도권을 두고 격돌하는 가운데, 한국 역시 ‘양자 기술 선도국’ 도약을 목표로 관련 정책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퀀텀 이니셔티브(Quantum Initiative)’를 발표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양자 정책을 총괄할 ‘양자전략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대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열린 1차 회의에서는 ‘연구개발을 넘어 산업화로’라는 구호 아래, 2035년까지의 국가 비전과 10대 추진 과제가 제시됐다.

‘퀀텀 이니셔티브’는 ▲전략적 연구개발(R&D) 및 핵심 인력 양성, ▲양자 산업화 기반 확충, ▲국제 협력 및 기술 안보 확보 등을 중심축으로 한다. 특히 정부는 2035년까지 1,000큐비트급 국산 양자컴퓨터 개발, 양자네트워크 및 양자암호 인프라 구축, 양자 스타트업 육성 등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개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경쟁력 강화도 핵심 축으로 포함돼 있다.

다만 현재 한국의 양자 산업은 세계 주요국에 비해 기술력과 산업 기반 모두에서 뒤처져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내놓은 글로벌 R&D(연구·개발) 전략지도에 따르면 한국은 AI 분야에서는 부문에 따라 4~6위, 첨단 바이오 분야에서는 7, 9, 11위를 차지했으나 양자컴퓨터, 양자통신, 양자센서 등 양자 분야에서는 조사 대상이 된 주요국 중 12위를 차지하며 하위권에 머무르는 상황이다.

또 양자의 날을 맞아 전 세계 과학계가 대중들과 함께 관련 행사를 개최하며 축제 분위기인 가운데, 국내에서는 대중들에게 양자 기술에 대해 알리고 홍보하는 관련 행사도 개최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매년 6월 개최되는 '퀀텀코리아' 행사 역시 행사 규모가 계속해서 축소되고 있다는 지적 역시 나온다. 이에 따라 단순한 투자와 기술력 확보뿐만 아니라 양자 생태계의 저변 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외의 경우 양자의 날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14일부터 사흘간 ‘퀀텀 테크 USA 2025 콘퍼런스’가 개최된다. 양자암호, 오류정정 기술, 산업 적용 사례 등을 주제로 정부, 금융, 국방, IT 업계 관계자 450여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산업 콘퍼런스로, IBM, 구글, AWS 등 주요 기업들도 대거 참여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수도 리야드에서 ‘양자 가능성 발견(Discovering Quantum Possibilities)’ 포럼을 개최해 아람코, 카크스트(KACST), 세계경제포럼(WEF) 등과 함께 양자기술의 산업화 전략과 글로벌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네덜란드 트벤터대학교에서는 국가 양자 허브들이 참여하는 공개 심포지엄이 개최되며 대만은 타이베이 과학관에서 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양자 과학 박람회를 개최하고 독일 베를린에서는 ‘단일광자 발광체’를 주제로 하는 과학 커뮤니티 행사 'QuanTour'가 개최되는 등 세계 각국에서 양자과학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는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현기호 기자

저작권자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 많은 기사는 '이코리아'(http://www.ekore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