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에서 열린 '지구식탁 토크 콘서트'에서 사회를 맡은 5년차 비건인이자 방송인 줄리안 퀸타르트.
[이코리아] 기후위기 시대에 지속가능한 식단의 중요성을 알리고 저탄소 식생활 실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지구식탁 토크 콘서트’가 16일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번 행사는 국내 기후 싱크탱크인 기후솔루션이 주최했으며, 기업의 CSV(공유가치창출) 전략, 대체 단백질 연구 개발, 로컬 브랜딩, 친환경 농산물 소비 활성화, 윤리 소비 등 기후와 식탁을 연결하는 다채로운 주제들이 심도 있게 논의됐다.
본격적인 토크 콘서트에 앞서 기후솔루션은 이날 참석자들에게 비건 푸드를 직접 시식해볼 기회를 제공했다. 케이터링 홀썸이 준비하고, 풀무원이 참여한 비건만두, 식물성햄 잠봉 샌드위치와 브라우니, 키쉬, 케일쌈밥, 감자샐러드, 컵케이크 등 오로지 채식과 식물성 대체육으로 이뤄진 다양한 요리를 선보였다.
시식에 참여한 사람들은 “비건 푸드는 처음인데 이렇게 다양한 줄 몰랐다”, “연두부가 들어간 브라우니라 더 꾸덕하고 맛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보였다.


'지구식탁 토크콘서트' 참가자들에게 제공된 저녁식사
행사는 저탄소 식단의 환경적 영향과 실천 방법에 대한 논의로 시작됐다. 서보라미 기후솔루션 에너지&식량 시스템 팀장은 식습관의 작은 변화가 탄소 배출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농림부에서 제공하는 ‘탄소 배출 계산기’를 통해 한 달간 저탄소 식단을 실천할 경우 약 4만 9,000kg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으며, 이는 13만 대의 스마트폰 충전에 해당하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주목받은 주제는 ‘저탄소 쌀’ 재배였다. 논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줄이기 위해 ‘간헐적 물 관리’를 활용한 재배법이 소개됐으며, 이를 통해 최대 63%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얻을 수 있음이 밝혀졌다. 이러한 농법의 확산은 정부와 기업이 주도해야 할 과제로 강조됐다.

(사진 위쪽 왼쪽부터) 풀무원 오경석 지속가능경영실장, '탄소로운 식탁' 윤지로 작가, 녹색소비자연대 지속가능먹거리위원회 조선행 위원장 (사진 아래쪽 왼쪽부터)굿 푸드 인스티튜트 라연주 리드 , 러쉬코리아 박원정 이사
소비자와 기업이 함께 친환경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있어 각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풀무원은 지속가능 경영의 일환으로 ‘지구 식당’ 브랜드를 운영하며, 사회적 책임(CSR)을 넘어 공유가치 창출(CSV)을 추구하는 경영 전략을 소개했다. 오경석 풀무원 지속가능경영실장은 “바른 먹거리로 지구의 건강한 내일을 만드는 게 목표”라며, CSV(공유가치창출) 전략을 통해 친환경 제품 개발과 소비자 교육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창립자 원경선 원장의 철학에서 비롯된 기업 DNA와 바른 먹거리를 위한 오랜 연구 성과가 주목받았다.
대체 단백질의 환경적 이점에 대한 발표에서는 식물성 고기와 배양육이 기존 육류 대비 탄소 배출, 토지 사용량, 물 사용량, 미세먼지 형성 분야에서 90% 이상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공유됐다. 라연주 굿 푸드 인스티튜트 리드는 “우리가 전 세계에서 쓰이는 에너지를 화석 연료 하나에만 기댈 수 없고 다양한 재생 에너지를 개발해야 하지 않나, 그와 비슷하게 육류 소비도 동물을 이용하는 현재의 생산 방식에만 기댈 수 없고 다양한 단백질 공급원 개발이 필요하다”며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촉구했다.
박원정 러쉬코리아 이사는 100% 비건 제품인 샴푸바의 가치와 지속가능성에 대해 “지금까지 판매된 약 7천만 개의 샴푸바는 약 2억 개의 플라스틱 샴푸병을 만들지 않게 했다”고 설명했다. 또 제품에 사용되는 모든 원재료를 단순히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만 조달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복원하고 회복시키는 '퍼머컬처(Permaculture, 영속농업)' 방식으로 재배된 재료를 우선적으로 사용한다고 강조했다.
친환경 농산물 구매 활성화 방안에서는 소비자들의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선행 녹색소비자연대 지속가능먹거리위원회장은 현재 친환경 농산물 구매율이 정체된 이유로 높은 가격이 꼽혔으며, 친환경 농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5개년 계획과 함께 소비자에게도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제안이 제시됐다. 농업 현장에서의 친환경 실천이 어렵고 비용이 높다는 현실을 반영해, 공공 포인트나 지역 화폐 등의 소비자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오갔다.
로컬 푸드와 비건 마을 프로젝트 사례도 소개됐다.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는 '꽃풀소와 달뜨는 보금자리: 인제군 비건 로컬브랜딩 여정'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다. 동물과 환경보호를 바탕으로 생활인구를 늘리고, 비건 경험 문화를 전파하는 이 프로젝트는 2022년 행정안전부의 인구소멸 대응기금 공모사업 그리고 2024년에 로컬브랜딩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농촌 체험 마을에서 비건 식문화를 도입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 사례를 통해 “마을, 동물, 지구의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비전이 제시됐다.
이색적으로는 ‘댓글의 힘’도 언급됐다. 윤지로 작가는 “댓글도 기후 행동이 된다”며 소비자들의 댓글이 기업과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례를 소개해, 소비자가 SNS나 온라인 플랫폼에서 남기는 작은 반응 하나하나가 기후 행동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공유됐다.
행사 마지막에는 참가자들이 “저탄소 식단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개인과 기업, 정부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지구 식탁 콘서트는 단순한 토크 콘서트를 넘어, 식생활의 전환이 곧 기후위기 대응의 중요한 축임을 명확히 알리는 자리였다. 저탄소 식단, 대체 단백질, 윤리적 소비와 같은 실천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참가자 모두가 공감하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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